부정기 인터뷰 ‘궁리와 시도’를 신설한다. 예술·문화·학술·인문 분야 신인·중진·원로를 폭넓게 만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특히, 방금 나온 성과나 촉박한 행사를 따라가기보다 꾸준히 자기 분야에 집중하며 깊이 궁리하고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는 사람을 찾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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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로 경제학자 임정덕 부산대 명예교수가 저서 ‘K속도 한국 경쟁력의 뿌리’와 영문 번역판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
- 빨리빨리 한국속도 학술적 주목
- “K-컬처의 성장비결이자 경쟁력
- 급속한 초고령화·인구감소 심각
- 이제는 안전한 속도로 진화해야”
임정덕 부산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2022년 4월 저서 ‘K-속도 한국 경쟁력의 뿌리’(흔들의자)를 선보였다. 이 책은 지난해 9월 영국 에식스 인터내셔널 프레스에서 영문으로 출간됐다. 영문판 제목은 ‘K-Speed: The Source of Korean Competitiveness’이다. 임 명예교수가 직접 영어로 옮겼다. 최근 부산 동래구 BNK 부산은행 온천동 지점 건물에 자리한 그의 연구실로 찾아갔다.
원로 학자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영국 출판사에 제안해 영문판 출간은 이뤄졌습니다.” 그는 한국은행에서 일했고 미국에서 경제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부산대에서 수많은 후학·제자를 길렀고 부산발전연구원(현재 부산연구원) 제3대 원장을 지냈다. 화려한 이력의 고참 학자인 그는 스스로 문을 두드렸다. “올해 2월 이집트 여행길에 알렉산드리아 도서관(Bibliotheca Alexandria)에 들렀을 때 이 영문판 책을 기증했더니 흔쾌히 받더군요.” 임 명예교수 별칭을 열정과 속도로 해도 좋을 듯하다.
두 책은 속도를 한국 경쟁력 핵심 요소로 발굴했다. K-컬처가 널리 빨리 퍼지고 폭넓게 받아들여지는 바탕에 K-속도가 있음을 경제학자의 시선·방법으로 주장한다. 이는 판도를 바꿔버리는 힘을 발휘한다. 그간 ‘한국의 속도’는 학술 차원에서 대체로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동안 무시도 당했다. ‘빨리빨리’는 한국 문화의 나쁘고 아픈 요소로 지적되기도 했다.
그는 경제학자로서 속도를 오랜 세월 붙들고 궁리했다. “1990년대 말 부발연 원장 때 외국인 IT 기업가 강연을 들었다. 그는 그때 이미 속도에서 앞서는 한국이 더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내겐 중요한 계기였다.” 끝없이 입력하고 궁리하는 일관된 태도에 조금 놀랐다.
“K-속도는 존재한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있다면 타고난 것인가? 만들어진 것인가? … 물어보고 생각해 보고 증명해 보아야 할 일이 많다. 이 책은 그것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쓴 것이다. 구체적 내용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K-속도 한국 경쟁력의 뿌리’ 85쪽) 그의 K-속도 연구·담론은 이를 경제학자답게 데이터·수치를 중심으로 전개한다.
속도를 K-경쟁력의 뿌리로,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한 그의 접근과 관련한 토론이 더 많이 이뤄질 필요를 느꼈다. 임 명예교수는 곱씹어야 할 논점을 책과 인터뷰에서 다양하게 제시했다. “역사와 사례를 살피면 경제력·국력 발전이 중요했다. 우리로 치면 산업화→민주화의 구조·순서다. 이 점 또한 잘 살피자.” “K속도는 축복이었지만, ‘K-속도의 저주’ 또한 주시하고 경계하자. 한국의 급속한 초고령화와 무서운 출생·인구 감소는 참으로 심각한 현상이다.” “K-속도는 이제 ▷믿을 수 있는 속도 ▷정직한 속도 ▷안전한 속도로 진화해야 한다.”
한국이 믿음·정직·안전을 갖춘 K속도를 창출한다면, 더 좋은 경쟁력을 갖출 것이다. 결국, K-속도의 특징·장점을 버리지 말고 잘 살려 가꿔야 한다. 그가 말했다. “경쟁력이란 남보다 우리가 더 잘하는 그 무엇을 뜻합니다.” K-속도를 더 살피고 공부할 시점에 우리는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