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29> 물텀벙이 생선회

겨울바다 못난이 삼총사(아귀·물메기·도치), 그 깊은 맛에 무릎을 ‘탁’

  • 최원준 시인 · 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3-12-26 18:52:20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독특한 모습에 멸시당했던 어종
- 최고의 탕거리로 겨울철 귀한 몸

- 식감 좋은 횟감도 널리 사랑받아
- 아귀회 인절미 먹듯이 몰캉몰캉
- 숭덩숭덩 썰어낸 물메기회 담백
- 도치숙회 꼬들꼬들 씹는 맛 최고

겨울이 오면 오동통하게 살이 올라 맛있어지는 바닷물고기들이 있다. 방어 삼치 대구 등이 그 대표적인 어종이지만, 절대 뒤지지 않는 겨울 진객들도 있다. 흔히들 겨울철 못난이 삼총사로 불리는 아귀 물메기 도치 등이다. 생긴 것과 달리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과 독특한 육질로 다양하게 조리해 먹는 겨울 진미들이다.
아귀탕(왼쪽)과 물메기찜
이것들은 각각의 모습이 독특하고 개성적으로 생겨 한때 생선으로도 취급받지 못할 정도로 천시당했던 어족들이다. 볼품없고 흉하게 생겼다고 예전에는 이것들을 3대 ‘물텀벙이’라 부르기도 했다. 게다가 미끄덩거리거나 끈적끈적한 점액질에 덮여있기에, 잡으면 어부들이 ‘재수 없다’면서 다시 바다로 던져버리기 일쑤였다. 바닷물에 빠질 때 ‘텀벙’ 큰소리가 난다고 어부들이 별칭으로 ‘물텀벙’이라고 불렀던 것.

이렇게 천대받던 물고기들이 요즘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아주 귀한 몸이 됐다. 못난이 삼총사가 대중에게 인기를 끌게 된 시기는 1980년대 전후. 서민의 식재료이자 국민 생선이던 명태와 주로 접대용 고급 어종이던 대구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명태 대구를 대신해 해안지역 도시를 중심으로 새로운 탕거리로 먹기 시작한 것이다.

■겨울철 최고 탕거리, 횟감도 일품

요즘 이것들은 겨울철 탕거리로 최고 반열에 속한다. 온몸을 지지듯 시원함이 일품인 ‘물메기탕’, 진한 국물이 속을 잘 다스려주는 ‘아귀탕’, 얼큰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제대로인 ‘도치알탕’ 등이 그것이다. 그 외에도 해안가 사람들의 성정과 닮아 화끈한 맛의 ‘아귀찜’, 바다의 푸아그라로 인정받는 아귀 애(간), 말린 물메기로 끓여내는 깔끔하고 담박한 맛의 ‘물메기국’, 칼칼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으로 흔쾌한 ‘물메기찜’, 고소한 맛이 절창인 ‘도치알찜’ 등도 사랑받는 음식이다.

국이나 탕 찜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며 어느 때부터 횟감으로도 소용되기 시작했다. 부드럽고 시원한 맛을 내는가 하면 쫀득하면서도 꼬들꼬들한 식감을 가진 회 맛은, 한 번 맛을 들여놓으면 겨울이 기다려질 정도로 아주 차지고 매력적이다.

원래 이것들은 대체로 살이 무르거나(물메기, 아귀) 알로 가득 차 있어서(도치) 횟감으로는 그다지 활용되지 않았다. 탕으로 끓여놓으면 극강의 시원함으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이기에 대부분 탕거리로만 소비된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 어획하는 어부들이나 주 어획지 포구 마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횟감으로 즐겨 먹었다.

물메기는 주로 경남 통영권에서, 아귀는 부산 기장, 강원도 강릉 등지에서, 도치숙회는 강원도 북부지역에서 그 식문화가 이어져 오고 있다.

■겨울에 더 쫀득한 아귀

얼마 전 지인이 운영하는 아귀찜 전문점에서 아귀회를 맛보았다. 거제 인근에서 어획한 큰 활아귀로 회를 장만했는데, 큰 아귀찜 접시에 가지런히 한가득하다. 살점이 크고 말갛게 윤이 나는 것이 꽤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한 입 먹어보니 처음에는 부드러운데 씹을수록 치밀해진다. 속살과 바깥 살 또한 식감이 다르다. 어떤 부위는 탄탄하고 어떤 부위는 부드러워 씹을 새도 없이 넘어간다. 지인의 표현을 빌리면 ‘처음에는 부드럽고 들부리하다가 점점 몰캉몰캉하면서 달달해지는 것이 마치 인절미 씹는 맛’이라는 것이다.

아귀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사철 잡히는 어종이다. 부산에서는 기장과 다대포 일대에서 주로 잡힌다. 대가리 위의 발광물질로 작은 물고기를 유인해 단숨에 잡아먹는 포식성 물고기이다. 때문에 ‘자산어보’에는 ‘낚시하는 물고기’라 하여 ‘조사어(釣絲魚)’라 쓰고 있다.

아귀는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한겨울에 특히 맛있어진다. 찜 수육 탕 등으로 요리해 먹는데, 부산 사람 기질을 잘 반영한 맵고 간이 센 ‘아구찜’이 대표적이다. 특히 아귀의 간은 영양가도 높고 맛 또한 좋아, 세계적 별미인 ‘푸아그라(거위 간)’에 비견될 정도이다.

아귀회는 활아귀의 꼬리 부분 살점으로 장만하는데, 포를 뜬 살점을 얇게 썰어서 낸다. 아귀회의 식감은 부드럽고 풍미는 담백하다. 비린내가 없고 잡내도 없다. 그러나 물메기회보다는 쫄깃함이 더하고 식감도 탄탄한 편이다. 소스는 초장과 고추냉이가 잘 어울린다.

■물메기회는 입안 가득 두껍게

겨울이 오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먹는 겨울 별미 중 하나가 물메기회이다. 부드러우면서도 시원한 식감과 씹을수록 들큰한 풍미가 그저 그만이기 때문이다. 물메기를 한 마리 사서 반은 회나 회무침으로 먹고, 나머지로는 속 시원하게 탕으로 끓여 먹는 것이다.

물메기는 꼼칫과의 어류로 꼼치, 물메기, 아가씨 물메기, 노랑 물메기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주로 남해 지역은 물메기가, 동해 지역에서는 꼼치 등이 많이 잡힌다. 지방마다 물메기, 미거지, 곰치, 물곰, 물텀뱅이, 잠뱅이 등으로 불리며 다양한 국과 탕 찜으로 먹는다.

물메기회는 포를 뜬 물메기살을 숭덩숭덩 썰어서 먹는데, 살점을 크고 두껍게 썰어야 제맛이 난다. 살이 부드럽고 담백해서 한 입 크게 넣고 씹어야 웅숭깊은 맛을 볼 수 있다. 아귀회처럼 비린 맛이나 잡내가 없기에 거부감도 없다.

오래전부터 물메기를 즐겨 먹은 통영 어부들 또한 ‘물메기회는 한 점 큼직하게 삐져(베어) 먹어야 별미’라고 말을 한다. 뭉텅이 살을 초장에 듬뿍 찍어 먹으면 들큰하면서도 촉촉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차진 맛이 온 입을 희롱한다. 양념장은 초장 대신 초간장, 고추냉이와도 잘 어울린다.

■쫀득한 도치숙회 초고추장에 푹

강원도에 가면 늘 찾아 먹는 겨울철 별식이 여럿 있다. 도치숙회도 그중 하나이다. 쫀득하고 꼬들꼬들한 도치숙회를 초장에 듬뿍 찍어 먹으면 ‘아! 강원도에 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이다.

도치의 원 학명은 ‘뚝지’이다. 몸 색깔은 갈색이고 등에 자잘한 반점이 많다. 몸통이 올챙이처럼 통통하고 배에 빨판이 있어 바위 따위에 잘 붙는다. 겨울철 연안으로 이동해 바위틈에 알을 낳는다. 동해안에서는 뚝지라는 이름보다 ‘도치’ ‘심퉁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도치는 산란기에 뱃속에 알을 꽉꽉 채우고 있어 알과 내장은 알탕이나 알찜으로 먹고 나머지는 살짝 데쳐서 숙회로 먹는다. ‘도치숙회’는 다른 물텀벙이와는 달리 쫀득하면서 꼬들꼬들하다. 껍질에는 콜라겐이 많아 쫀득하고, 물렁뼈는 꼬들꼬들하기에 씹는 맛이 좋다.

주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데, 숙회를 먹다가 여러 채소를 넣고 살살 무쳐내면 ‘도치회무침’이 된다. 동해 북부지역에서는 도치 알을 사각형 모양의 솥에 찐 ‘도치알찜’을 제사상에 올리기도 한다.

한겨울이면 우리 곁으로 다가와 맛있는 음식이 되어주는 것들. 못생기긴 했지만 맛만은 절대 뒤지지 않는 겨울철 생선의 백미. 이 물텅벙이들로 탕은 물론 회로도 즐겨보면 추운 겨울이 그렇게 성가시지만은 않겠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4. 4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5. 5“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6. 6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7. 7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8. 86일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사상 첫 화요일 개막
  9. 9“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10. 10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1. 1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2. 2‘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3. 3이 대통령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 귀항 부산의 미래 깃발, 신경써달라"
  4. 4[속보]조희대 작심 발언 “국회·대통령은 대법원장 제청에 관여 못 해”
  5. 5검찰개혁, 중수청장 임명 두고 커지는 집안싸움
  6. 6부울경 펀드인데 절반가량은 수도권 투자…제도취지 무색
  7. 7강신철 “DMZ 北지뢰제거작전은 역사상 처음…단호한 대응이라고 본다”
  8. 8조희대 “재제청 요구 헌법적 근거 없어" 거부 입장 재확인
  9. 9장동혁, 육영수 생가 방문…‘암살자(들)’로 진보 맹공
  10. 10부산 민주당 "주진우, 암살자(들) 부산영상위 시사회 사실왜곡 비판"
  1. 1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2. 2부산지역 농지 41%, 외지인이 소유
  3. 3지역상품 우선구매 ‘부산이 삽니다’ 민간 확산 드라이브
  4. 4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5. 5증권·산업계도 AI 해킹 포비아…휴일 반납 하고 긴급 점검
  6. 6기업 보유 토지 공시지가 공시 의무화…‘땅부자’ 상장사 수면 위로
  7. 7누리호 7일 발사 앞두고 6일 기립(종합)
  8. 8“북항 더 핫하게” 시민과 명소화 모색
  9. 9[한 손 뉴스] 양양 송이 ㎏당 171만 원…생산량 줄어 역대 최고가
  10. 10SNS레시피가 제품으로…농심 스낵 ‘너구링’ 선봬
  1. 1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2. 2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3. 3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4. 4“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5. 5“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6. 6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8. 8[속보] 북항 상어 '부캉이', 체장 3m 흑상어 암컷으로 최종 확인
  9. 9김해시의원 활동비는 1만 원 깎였다
  10. 10출소 한 달 만에 또…유치장 난동 40대 징역형
  1. 1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2. 2“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3. 3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4. 4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8. 8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9. 9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10. 10‘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김지효-우리
박세연-Find Your Brav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7일 (음 8월 27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6일 (음 8월 26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7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