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3’에서 흰머리 성성한 장발을 휘날리며 포효하듯 무대를 뜨겁게 달구는 7호 가수 고려진을 보니 문득 그 옛날 헤비메탈 형님들이 생각났다. 지금 봐도 파격적인 외모를 유지하며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어른들의 핀잔을 견뎌왔을까. 우선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는 가수 임재범 역시 그런 메탈 형님들 중 한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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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대 록커 고려진이 ‘싱어게인 3’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
50대의 록커 고려진은 기타의 지판을 마치 건반 치듯 두 손으로 두드리는 양손 태핑 주법과 다소 위험해 보이는 기타 돌리기(실제로 공연 중 기타 돌리기를 시전하다 사고가 생기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니 특히 주의를 요하는 퍼포먼스다.) 신들린 속주 등 묘기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방송으로 접하니 무척이나 반갑고도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록스타의 체력과 실력이 뒷받침 되어야 가능한 퍼포먼스다. 한 때는 젊음의 상징이었던 헤비메탈과 하드록은 이제 아재들의 음악이 된지 오래다.
작년 10월에 롤링스톤즈의 신보 ‘Hackney Diamonds’가 발표되었다. 멤버들의 나이가 80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뜨겁게 폭발하는 록앤롤을 연주하고 있다. 이제는 어르신이라 불러야 마땅할 나이에 여전히 록커의 폼과 에너지를 생생하게 유지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보면 왕년의 모습과는 또 다른 경외심이 생긴다. 그런 어른들은 대한민국에도 얼마든지 있다. 7호 가수라는 이름으로 기타를 들고 무대에 선 고려진 역시 그런 어른들 중 하나다. 과거의 추억이라 여겼던 헤비메탈, 하드록 밴드들 역시 매체의 사각지대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 여름, 이제는 록 페스티발을 즐기기엔 너무 나이 들어버렸다는 생각으로 여러 야외 록페스티발의 유혹을 애써 외면했다. 참으로 나약하고 부끄러운 생각이다. 아직도 관리하기 힘든 장발을 유지하며, 전투복처럼 가죽 자켓과 치렁치렁한 금속 장신구로 무장한 채 무대에 서는 어른들이 남아있다는 건 국가적으로도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여느 흔한 어른들처럼 ‘라떼는 말이야~’ 로 시작되는 길고 장황한 이야기 대신, 여전히 폭발하는 에너지를 과시하며 무대 위에서 증명하고 있다. 우리는 나이든 것이 아니라 그저 살고 있는 것이라고. 어쩌면 대한민국에는 이런 어른들이 꼭 필요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