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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감독이 다룬 관동대지진 영화, 한일관계 개선 계기 됐으면”

모리 다츠야 ‘1923년 9월’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3-10-11 19:25:31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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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인 학살 등 비극 사건 조명
- “역사 바로잡는 영화 필요하다며
- 흔쾌히 출연해준 배우들에 감사
- 지금도 차별 심각… 韓 개봉 희망”

“불안과 공포가 높아지면 사람들은 폭주합니다. 정치나 미디어는 이런 현상을 이용하죠. 이 영화는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일본 관동대지진 당시 무차별한 학살을 다룬 일본 영화 ‘1923년 9월’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한국 관객을 만났다. 영화제 개막 전부터 주목받은 만큼 상영마다 객석을 가득 메운 한국 관객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감독은 일본의 다큐멘터리 감독 모리 다츠야. 첫 장편영화로 부산을 찾은 그를 지난 9일 부산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에서 만났다.
지난 9일 부산 영화의전당 시네마운틴에서 일본의 모리 다츠야 감독이 영화 ‘1923년 9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 배우·관객 응원 큰 힘

영화 ‘1923년 9월’은 1923년 9월 1일 관동대지진 이후 벌어진 조선인에 대한 무차별적 학살과 그 과정에서 조선인으로 오해받은 일본 행상단의 비극을 들여다본다. 일본에서는 대지진 발생 100년이 된 지난달 1일 개봉했다. 자국 내 반응은 뜨겁다. ‘극장에 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기우였다. 190개 극장에서 개봉해 누적 관람객이 13만 명에 이르고, 현재까지 2억 엔의 흥행 수익을 올렸다. 다른 공헌자(?)도 있다. 앞선 GV에서 고바야시 산시로 프로듀서는 “개봉 전 (일본) 관방장관이 영화를 보고 ‘관련 기록이 전혀 남아있지 않고 조사할 의지도 없다’고 발언해 흥행에 정말 큰 공헌을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일본 정부가 자국 중심 사관과 역사수정주의를 강화하는 분위기에서 영화 제작은 어땠을까. “방송사, 영화사에 기획서를 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이런 영화는 흥행이 안 된다고 생각하죠. 지금 팀을 만나면서 크라우드 펀딩을 했고, 2만4000명이 참여해 3600만 엔을 모아주었습니다. 그 돈으로 시작했어요.”

캐스팅도 의외로 쉽게 풀렸다. “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 영화이다 보니, 어떤 배우가 나와줄까 많이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캐스팅을 시작하니 주연인 이우라 아나타, 다나카 레나뿐만 아니라 히가시데 마사히로, 나가야마 에이타 등 거물급 배우가 출연하고 싶다고 즉시 답을 줬어요.” 오디션에는 1000명 넘는 배우가 참여했다. 서류에는 ‘일본에서도 이런 영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영화를 기다려 왔다’는 코멘트가 있었다. “독일의 홀로코스트, 미국의 흑인 차별 등 자국의 잘못된 역사를 영화화하는 나라가 많아요. 일본은 그런 게 없어요. 배우들도 이런 점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 “과거 사건이자 현재 문제”

‘1923년 9월’은 과거 이야기지만 현재 우리 모습을 비춘다. 다른 민족·인종에 대한 부당한 차별과 증오는 여전히 심각한 문제다. “일본에는 그 마을에 사는 것만으로 차별당하는 피차별 마을이라고 있습니다. 해결은커녕 점점 더 심화하고 있어요. 인터넷으로 광범위하게 아웃팅(강제적인 폭로)하는 거죠. 재일한국인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우토로 마을 방화사건처럼 헤이트스피치, 헤이트크라임이 여전합니다. 지금은 SNS를 통해 문제를 더 쉽게 확산시킬 수 있는 환경입니다. 위험성이 더 커진 건 아닌가 걱정스럽습니다.”

영화 제목은 일본 개봉 당시 사용한 ‘후쿠다무라 사건’을 ‘1923년 9월’로 바꿔 달았다. 지명을 특정하면 문제가 그 지역에 국한된 것처럼 보여서다. “이 사건은 후쿠다 마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주 4·3사건처럼, 또 아프리카 르완다 집단학살처럼 세계 어딘가에선 같은 사건이 발생합니다. ‘후쿠다 마을’이라는 고유명사로 특별한 사건처럼 왜곡하고 싶지 않았어요.”

‘일본 감독이 조선인 학살을 다룬 영화’ 이상의 의미를 물었다.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당시의 조선인 학살 역사를 모르는 분이 한국에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국가잖아요. 이 영화가 새로운 한일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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