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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72> 분청사기반구형뚜껑

조선왕실 아기 탯줄 담은 항아리…세종의 왕자 것으로 추정

  • 성현주 부산박물관 유물관리팀장
  •  |   입력 : 2023-09-18 18:59:44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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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아기의 탯줄은 함부로 버리지 않고 소중히 보관하는 추세이지만, 전통사회에서는 이 태(탯줄과 태반)가 아기의 운명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더욱 특별히 다루었다. 조선 왕실 아기들의 태를 담은 안태용기(安胎用器)는 1996년 서삼릉 태실 발굴조사로 크게 주목받은 바 있는데, 대부분 태항아리로 불리는 내·외호 한 조의 고리 달린 백자항아리이다. 조선 초에는 다양한 기종, 종류의 그릇들이 안태용기로 사용되었는데, 그중 가장 특징적인 것은 2단의 큼직한 연판문(蓮瓣文)을 면상감한 ‘분청사기반구형뚜껑’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왕자의 안태용(安胎用) 분청사기반구형뚜껑. 부산박물관 제공
이 뚜껑은 문종을 제외한 세종의 아들 18명과 원손 단종의 태실이 군집을 이루고 있는 경북 성주 선석산 세종대왕자 태실에서만 출토되었다. 조선조 임금들 가운데 가장 아들이 많았던 세종은 1438년 3월부터 1442년 10월까지 왕자들의 태를 이곳에 계획적으로 집단 안치했는데, 이때 이 독특한 안태용기를 특별히 주문 제작한 것으로 생각된다.

부산박물관도 세종 왕자의 안태용 ‘분청사기반구형뚜껑’ 한 점을 소장하고 있다. 2021년 6월 이상민 님의 기증 유물 24점 중 하나인데, 세종의 10번째 아들인 의창군(義昌君 1428~1460)의 태지석이 함께 기증되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기증자의 부친인 고 이승우 님이 1975년 부산 대청동에서 구입했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어 1977년 성주 태실 정비 이전에 도굴, 유통된 것으로 추정된다.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세종 왕자 태실에서만 출토되는 희귀한 안태용기와 세종 왕자 의창군의 태지석이 한 소장가에 의해 함께 수집되어 오래 보유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부산박물관 ‘분청사기반구형뚜껑’은 의창군의 안태용기였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

높이 16.6㎝, 입지름 27.7㎝ 크기의 이 뚜껑은 연봉오리 모양 꼭지 둘레에 촘촘한 받침 흔적이 있으며, 상단부터 연판문(선상감)-연판문(면상감,복련)-수파문-연판문(면상감,복련) 순으로 4단 문양대를 가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세조의 안태용기와 문양 구성이 가장 유사한데, 태를 묻은 시기 또한 세조는 1438년 3월 10일, 의창군은 다음날인 3월 11일로 연이어 있다는 점에서 이것이 의창군의 안태용기였을 것이라는 가설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세조와 의창군의 태는 확인 가능한 가장 이른 시기에 묻혔으므로 두 왕자의 안태용 뚜껑 또한 다른 사례보다 앞 시기의 것으로 추정된다.기존에 알려진 사례는 태실 출토품 4점과 전세품 8점으로 총 12점이며, 그중 태주(胎主)를 알 수 있는 것은 화의군 평원대군 영풍군 단종 세조 계양군의 안태용기 6점이다. 여기에 부산박물관 소장품 사례를 더하면 총 19점의 성주 태실 봉안 ‘분청사기반구형뚜껑’ 가운데 13점이 알려지게 된 셈이다. 나머지 6점의 유물은 어디에 숨어 있는지, 그 행방이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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