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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화제작, 국제영화제 수상작 다 모았네

아시아 영화의 창·월드시네마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3-09-21 18:35:18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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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亞·세계 영화 흐름 조망한 두 섹션
- 스리랑카 항쟁·내전 다룬 作부터
- 유럽의 보이스피싱 피해 사건까지
- 감독들 다양한 시각 엿볼 수 있어

‘아시아영화의 창’은 아시아의 다양한 시각과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신작 및 화제작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최근 아시아영화의 주요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월드 시네마’는 비아시아권 중견 작가와 신인 감독의 신작 및 유수 국제영화제 수상작을 포함해 세계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섹션이다.
강변의 착오
■아시아영화의 창

★강변의 착오(웨이슈준·중국)

1990년대 중국의 한 작은 시골 마을에서 노인이 살해당한다. 노인이 거둬준 노숙자가 용의자로 체포된다. 담당 형사 마저는 현장에서 핸드백을 발견하고, 그 안에 있던 녹음테이프의 비밀을 캐내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범인을 잡는 데 집중하는 ‘형사물’이라기보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인물들, 조사가 진행될수록 무력감에 빠지는 형사들, 그들을 둘러싸는 습한 안개와 미묘한 분위기를 내세운다. 영화는 정치적 압박과 개혁 개방이 가속화되던 1990년대를 살아가던 한 개인의 내면 풍경을 펼쳐 보여준다.

★노란 누에고치 껍데기 속(팜 티엔 안·베트남/싱가포르/프랑스/스페인)

노란 누에고치 껍데기 속
호치민시의 시끌벅적한 야외 식당. 티엔이 일행과 대화를 나누던 중 바로 옆 도로에서 오토바이 사고가 난다. 사고 피해자는 다름 아닌 티엔의 형수. 티엔은 졸지에 사망한 형수의 시신과 홀로 남겨진 다섯 살배기 조카를 시골 고향으로 데려가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베트남 신예 감독 팜 티엔 안의 장편 데뷔작. 올해 칸영화제에 출품되어 30년 만에 황금카메라상을 받은 베트남어 영화로서 평단의 극찬과 함께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알렸다.

★속삭이는 산(자가스 마누와르나·스리랑카)

속삭이는 산
스리랑카 전역에 바이러스가 퍼져 줄곧 젊은이들의 자살을 유발한다. 정부는 고대의 치유 의식만이 바이러스를 없앨 수 있다고 공표하고, 전염된 신체들을 무자비하게 처리하는 과정에 돌입한다. 자가스 마누와르나 감독의 대담한 데뷔작인 ‘속삭이는 산’은 스리랑카에서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항쟁과 내전의 억압된 기억을 팬데믹의 은유를 활용해 우회적으로 다룬다. 죽음의 위기에 내몰린 젊은이들, 비탄에 빠진 부모, 의심의 씨앗이 싹튼 승려와 진압 부대의 어처구니없는 행위들에 이르기까지 항쟁의 풍경을 다양한 관점으로 엮어낸다.

■ 월드시네마

★모든 것의 설명(가보르 레이츠·헝가리/슬로바키아)

모든 것의 설명
졸업 고사를 앞둔 아벨은 도무지 시험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아벨이 짝사랑하는 여학생 얀카는 교사 야캅을 짝사랑하고 있다. 아벨과 얀카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야캅은 아벨의 부친과 정치적인 견해 차이로 불편한 사이다. 부다페스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한 주간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양극화 사회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축소판 같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자유롭게 유영하는, 흡인력 넘치는 플롯을 완성한 가보르 레이츠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헝가리 영화의 차세대 주역으로 자리매김할 듯하다.

★블라가의 마지막 수업(스테판 코만다레프·불가리아/독일)

블라가의 마지막 수업
블라가는 은퇴 후 연금으로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이민자를 대상으로 불가리아어 과외 수업을 한다. 어느 날 걸려 온 보이스피싱 전화 한 통에 평생 모은 돈을 날리고, 남편의 묘지조차 단장하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블라가는 사회적 체면과 개인적 양심을 저버리고 자신을 빠뜨린 함정에 가담하게 된다. ‘블라가의 마지막 수업’은 경제가 붕괴된 사회에서 약자들이 약탈당하고, 필사적인 생존 본능으로 또 다른 약자들을 약탈하는 딜레마의 악순환을 긴장감 넘치게 연출한다.

★히어(바스 데보스·벨기에)

히어
브뤼셀에서 건설노동자로 살고 있는 루마니아 출신의 스테판은 우연히 이끼를 연구하는 중국계 여성 선태학자 슈시우와 만나게 되고, 숲속에서 깊은 교감의 순간을 경험한다. 벨기에 감독 바스 데보스의 네 번째 장편영화 ‘히어’는 스테판의 이 따뜻한 영화적 여정을 우아하고 유려하게 담아낸다. 소소한 대화 속에 깃든 삶의 진실과 영화 전체를 감싸고 있는 아늑한 정서, 햇살, 바람, 나무, 비, 이끼 같은 조용히 생동하는 자연이 어우러진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의 사소한 일상이 얼마나 의미 있고 아름다운 순간인지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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