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감독의 약진, 혹은 여성 서사의 강조
박가언(동유럽 북유럽 중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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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종말이 오더라도 너무 큰 기대는 말라 |
세계적으로 여성 감독의 약진이 두드러진 가운데 여성 서사 중심, 또는 감독과 주연이 남성이어도 여성 서사를 강조한 이야기가 어느 때보다 눈에 띈다. ★지구 종말이 오더라도 너무 큰 기대는 말라(루마니아/룩셈부르크/프랑스/크로아티아)는 스타일이 굉장히 뚜렷한 라두 주데 감독 작품이다. 다국적기업이 산업안전 홍보영상을 만들기 위해 물가가 저렴한 루마니아에서 입맛에 맞는 인터뷰이를 선별하며 위선을 드러낸다. ★모든 것의 설명(가보르 레이츠, 헝가리/슬로바키아)는 표면적으로는 졸업고사 통과에 실패한 고3 학생의 아버지와 교사 간 갈등이지만 실은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갈등을 다룬다. ★하늘을 달려는 마리아나 아리아가·산티아나 아리아가 남매 감독의 장편 데뷔작. 극작가 아버지가 오래전 써놓은 극본을 영화화했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트럭운전사를 추적하는 10대 형제의 성장 영화다. 복수에 초점을 맞춘다기 보다 ‘내가 용서할 수 있을 것인가’로 초점이 바뀌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선과 악만으로 세상을 가를 수 없다는 것도 형제는 깨닫는다. 주제는 무겁지만 멕시코 영화 치고는 말랑말랑하다.
# 뤽 베송의 신작서 초창기작 향수 느껴
서승희(서·중유럽,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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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멀킹덤 |
영화의 새 지평을 연 작품이 워낙 많아 선정이 힘들었다. ★애니멀킹덤(토마스 카일리, 프랑스)은 올해 칸영화제에서 보자마자 섭외했다. 조류로 변해 격리된 엄마를 찾아가는 에밀이 자신도 동물로 변하는 증상이 생기며 선택의 순간을 맞는다. 팬데믹 직후 만들어진 장르영화로 소년을 통해 이민자의 삶을 투영한다. ★도그맨(뤽 베송, 프랑스)은 기대하지 않고 봤는데 정말 좋았다. 뤽 베송 감독의 초기작 ‘니키타’ ‘레옹’ 등처럼 인물 자체가 감동을 준다. ★메뉴의 즐거움-트와그로 가족(미국/프랑스)은 90세 다큐 거장 프레데릭 와이즈먼의 작품이다. 그가 미슐랭 ‘쓰리스타’ 음식점에 주목했다. 4대에 걸쳐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트와그로 가족이 음식을 고객에 선보이기까지 거치는 준비·논의를 세심히 관찰했다. ★아모레의 마지막 밤(안드레아 디 스테파노, 이탈리아)은 주인공 아모레 경관이 정년퇴직 하루 전날 파트너인 동료의 석연찮은 죽음으로 기로에 놓이는 이야기다. 필름 누아르의 정석으로 뛰어난 미장센이 돋보인다.
# 같은 장면 반복인듯 아닌듯 깊이 빠져든다
정한석 프로그래머(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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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바보 |
프로그래머로서, 한 해의 경향을 좇기보다는 지향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창적이고 재능 있는 신진 감독과 독립영화 작품 발굴이 한 방향이라면, 최신 주류 상업영화를 BIFF에서도 프리미어로 상영할 수 있는 방향도 있어야 한다. 전자의 역할을 BIFF가 인정받았다면, 온스크린과 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이 후자를 뒷받침한다. ‘화란’ ‘독전2’ ‘발레리나’ 등은 예산 규모만 봐도 수백 억 원이다. 투자자 배우 제작사 등이 모두 BIFF 프리미어 상영의 가치를 인정했다는 뜻도 된다. 뉴커런츠 섹션 역시 올해 좋은 작품이 많이 출품됐다. ★부모바보(이종수)는 언뜻 보면 같은 장면이 반복되는 것 같은데도 미묘한 상황이 변화하며 깊은 감정에 닿는 괴작이다. 올해 주목받는 작품이다. ★그여름날의 거짓말(손연록)은 여고생과 남고생의 연애 갈등을 다룬 사랑이야기인데 예측가능한 방향으로 귀엽고 순하게 풀리지 않아 독특하다. 튼튼한 구조 안에서 사건이 계속 발생하며 영화 전체 구조를 비밀스럽게 만든다.
# 中 다큐 감독이 바라본 섬유공장의 청년들
강소원(와이드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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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봄) |
★청춘(봄)(왕빙, 프랑스/룩셈부르크/네덜란드)은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좋았다. 섬유공장에서 일하는 10대 청춘들이 겪는 인생 이야기로 중국 다큐에서는 보지 못한 신선한 이야기다. 대가의 손길이 느껴진다. 10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중 1부 격인 3시간35분이 공개된다. ★우리들의 공화국(진지앙, 싱가포르/중국)은 무정부주의자에 가까운 20대 히피 청년들이 주인공이다. 두 평짜리 방에서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이야기하는 게 전부다. 들여다볼 기회가 없던 어떤 세대 안에 끼어 앉아 사로잡히는 느낌이다. ★먼지가 되느니 죄가 되리(알란 라우, 홍콩/캐나다/영국)는 2019년 홍콩시위를 회고하는 종합판 같다. 영화에는 특정 주인공이 현장에 나오지 않는다. 언제나 가장 위험한 위치에서 카메라맨의 시선만 있을 뿐이다. 어떻게 저 위험한 순간에서 촬영했을까 싶을 만큼 촬영이 굉장히 잘 됐다. 폭력적인 현장에서, 촬영은 했지만 개입할 수 없었던 감독이자 저널리스트로서 죄책감을 회고하며 존재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 ‘헤어질 결심’ OST, 정훈희의 라이브로
정미(커뮤니티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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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람빅, 시간과 열정의 맥주 |
‘커비 바이브’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올해는 음악영화 프로그램이 많다. 인기리에 리퀘스트 시네마의 상영작으로 선정된★헤어질 결심은 10월 6일 영화 OST ‘안개’의 주인공인 가수 정훈희가 극장에 직접 온다. 이튿날인 7일에는 ‘헤어질 결심’의 각본을 쓴 정서경 작가가 참석해 영화의 대사를 처음부터 따라하며 관람하는 ‘대사톤’(대사+마라톤)을 시도한다. ★인생은 아름다워는 ‘싱어롱’으로 진행된다. ★람빅, 시간과 열정의 맥주는 벨기에 전통 맥주인 람빅의 생산자들을 만나는 여정이다. 다니엘 루이즈 감독과 맥주 전문 매거진 비어포스트 이인기 대표가 맥주의 세계를 들려준다. ★커피전성시대!(알렉산더 키누넨)는 커피 생산지 소개와 함께 기후환경 변화에 따라, 지금의 커피 재배 방법이 지속 가능한지 묻는 다큐멘터리다. 커피 전문가가 준비한 스페셜티커피의 맛과 향을 알아보고, 친환경 커피에 대해 이야기한다. 모모스커피 전주연 바리스타와 뉴올드커피 손상영 대표가 게스트로 참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