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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67> 게리 민티어 부부 기증 사진

외국인 매료시킨 1970년대 부산 일상

  • 이성훈 부산박물관 전시운영팀
  •  |   입력 : 2023-08-14 19:22:20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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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경을 보는 아이들’은 미국인 게리 민티어(Gary E. Mintier)가 1970년 부산 서구 동대신동 한 골목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입체경은 하나의 물체를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 두 장을 동시에 배치해 물체를 입체로 보이게 하는 장치이다. 이 사진에는 집중해 입체경을 보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에게 입체경을 보여주는 한 남자가 중점적으로 포착되어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 아이들 바로 뒤에는 한 무리 남자아이들이 보이고 그 너머에는 산을 가득 채운 판잣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개리 민티어 부부가 기증한 사진. 부산박물관 제공
증강현실 기술이 보편화된 지금 입체경은 아이들에게 전혀 신기한 물건이 아니며, 동대신동 골목은 저 사진 속 광경처럼 아이들로 북적거리지 않는다. 또한 사진 속 보수동 판잣집들 역시 모두 개·보수되었다. 이 사진은 이제는 더는 볼 수 없는, 50년 전 부산이란 도시의 단면을 생생히 보여준다.

입체경을 보는 아이들은 부산박물관에서 지난 4일부터 개최 중인 테마전 ‘1970년 부산, 평범한 일상 특별한 시선’에 출품된 160여 점 사진 중 한 점이다. 다음 달 3일 일요일에 종료되는 이번 전시는 미국인 게리 민티어와 메리 앤 민티어(Mary Ann Mintier) 부부가 올해 봄,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찍은 사진 슬라이드 필름과 흑백 필름 1366점을 부산박물관에 기증한 일을 기념하여 기획되었다.

민티어 부부는 1969년부터 1970년까지 미국의 평화봉사단원으로 동아대와 부산여대(현 신라대)에서 영어 강의 봉사 활동을 펼쳤다. 1969년 2월 부산에 도착한 민티어 부부는 서구 동대신동의 한 주택에서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부부는 미국과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낯선 나라에서, 그것도 온돌이 없어 춥고 재래식 화장실로 불편한 집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하고 봉사 활동을 해야 했지만, 어떤 불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낯선 도시 풍경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부산 사람들의 일상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봉사 활동을 하는 틈틈이 부산 곳곳 관광지를 여행하고 남포동 광복동 초량동 등 자기 집 주변을 부지런히 걸어 다녔다. 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이 모든 것을 기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자신들이 본 부산의 풍경과 만난 부산 사람들을 하나하나 사진기로 기록하였다.

1975년 미국으로 돌아간 부부는 한국을 한시도 잊지 않았다. 부산에서 구입하거나 받은 그림과 글씨를 거실에 걸어두고 틈이 날 때마다 자신의 아이들에게 한국에서 찍은 필름을 보여 주었다. 부부에게 1366점 필름은 한국에 사는 동안 자신들이 겪은 놀라운 경험과 인연을 맺었던 친구들을 상기시켜 주는 소중한 물건이었지만, 부부는 오히려 이제야 그 필름이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 필름은 우리에게 50년 전 부산의 풍경과 부산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기억을 또렷이 떠올려 준다.

이 무더운 여름 잠시 시간을 내어 부산박물관을 방문한다면 이제 우리에게 오히려 낯선, 그러나 왠지 아름다워 보이고 정감이 가는 50년 전 부산 풍경, 그리고 우리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는 놀라운 경험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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