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의 많은 방식은 신석기시대부터 시작했다. 용기를 이용한 음식 조리, 곡식 재배, 낚시·어망으로 물고기잡기, 기둥 세워 집 짓기, 실 잣기와 바느질, 장신구로 몸치장하기 등. 신석기시대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좀 더 오래, 인간답게 살 수 있게 됐다. 약 1만1700년 전 지구는 마지막 빙기가 끝나고 후빙기로 이행한다. 평균기온이 약 7도 오르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기후·식생이 급격하게 변했다. 신석기시대 사람들이 개척한 새로운 생활방식은 이러한 자연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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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강서구 범방패총에서 출토된 이음낚시. 부산박물관 제공 |
특히 바다에서는 수온·해류와 연안 환경 변화에 따라 조개 물고기 등이 풍부해졌다. 사냥·채집에 덧붙여 어로가 새로운 생업으로 떠오르고 한반도 전역에 걸쳐 패총, 즉 조개무지가 형성된다. 수렵·채집이 눈에 보이는 것을 대상으로 하였다면 어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 포획하는 획기적 생업활동이었다. 부산 영도구 동삼동패총에서 나온 뼈와 조개껍질을 통해, 신석기시대 사람이 참돔 다랑어 상어 정어리 방어 농어 혹돔 복어 등 물고기와 고래 돌고래 강치 등을 잡았고, 성게 굴 전복 소라 등 다양한 바다자원을 이용했음을 알 수 있다.
부산박물관 동래관 전시실에는 영도구 동삼동패총과 강서구 범방패총에서 출토된 신석기시대 이음낚시들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이 낚시는 돌로 된 축과 사슴뼈나 멧돼지 어금니로 만든 바늘을 결합해 사용하도록 고안됐다. 축과 바늘을 붙이면 요즘 쓰는 낚싯바늘과 비슷한 J자 모양이 된다.
‘왜 이렇게 축과 바늘을 따로 만들어 번거롭게 사용했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은 여기서 우리나라 신석기시대 사람들의 천재적 창의성을 엿볼 수 있다. 낚시할 때 미끼가 물속에 가라앉도록 발돌 또는 봉돌을 쓰는데, 이음낚시는 축이 돌로 돼 있어 따로 발돌이나 봉돌을 달지 않아도 된다. 축의 길이는 보통 3~5㎝ 전후이지만, 고성 문암리유적에서 출토된 낚시 축 중에는 길이가 20㎝, 무게가 147g이나 되는 초대형도 있다. 이 정도라면 참돔 대구 같이 깊은 바다에 사는 물고기도 잡을 수 있었다. 또 바늘은 동물뼈나 이빨 등 무른 재질을 써서 낚시 중 분실될 경우 바늘만 만들어 부착하면 계속 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신석기시대 활발한 어로활동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주변의 일본 러시아 중국 해안에서도 확인된다. 그러나 어로활동의 내용은 시간·지역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돌로 만든 축과 뼈로 만든 바늘을 결합한 이음낚시는 8000~6000년 전에 부산을 중심으로 한 강원도~경상도~전라남도지역에서 주로 쓰였다. 주변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형태이며, 동북아시아지역 어로구 중에서도 최고 발명품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그 발명가들의 DNA가 우리에게도 전해졌기를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