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화가의 언어다. 사람마다 화법이 다르듯 화가가 말을 걸어오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아름다운 풍경과 인체를 그리지만 그 속에 자신만의 의미심장한 코드를 심어놓은 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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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찬송 작 ‘한낮의 오브제’. 카린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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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카린 갤러리는 김찬송 이소윤 허보리 세 작가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3인전 ‘은유적 풍경(metaphoric scenary)’을 마련했다.
김찬송 작가는 인체와 풍경 두 가지 주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초록빛 풍경을 담은 작품을 다수 선보인다. 두꺼운 마티에르로 섬세하게 그려낸 정원의 모습은 싱그러운 자연의 에너지를 뿜어낸다. 김찬송 작가는 “낯선 존재와 새로운 존재가 만날 때 그 경계의 부딪힘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을 둔다”고 말했다.
프랑스 유학 시절 과거 귀족들에 의해 여러 대륙에서 들여온 희귀 식물들이 낯선 땅에서 어우러지기도 하고 경쟁하기도 하면서 오늘날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낸 모습에 깊게 매료됐고, 가든 시리즈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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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윤 작 ‘Blue bird’. 카린갤러리 제공 |
맑은 물 속인 듯, 높은 하늘인 듯 독특한 깊이감의 청록빛 풍경이 인상적인 이소윤 작가는 여행에서 받은 영감을 캔버스에 옮겨내고 있다. 작가는 “푸른빛은 내가 기억하는 자연의 색이자 내가 보고 싶은 자연의 색”이라고 소개했다.
야생화 군락 작품과 거울 작업도 선보인다. 거울 작품은 어린 시절 함께 살았던 3대(代)의 글을 무수히 겹쳐 쓴 작품이다. 작가는 “낯선 유학 생활을 하면서 소통에 관심을 가졌다. 우리는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언어를 쓰기도 하지만, 보이기 싫은 내면을 감추기 위해 사용하기도 하지 않나. 그런 속성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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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보리 작 ‘April Abstract 37_선수촌’ . 카린갤러리 제공 |
제주에서 작업하는 허보리 작가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풀꽃의 평면 작업과 니들 드로잉, 무장가장 시리즈를 전시한다. 2015년 시작된 무장가장 설치물은 탱크 총 수류탄 등 무시무시한 무기들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편의 헤진 옷가지들로 만든 소프트 조각이다. 사람들은 긴장감을 한껏 높인 모습으로 출근하지만, 에너지를 소진하고 전장에서 돌아온 듯한 모습은 마치 힘없는 솜으로 만든 바느질 인형 같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풀꽃추상들도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아카시아 장미 라벤더 등 다양한 소재를 그렸지만, 단지 아름다운 풀꽃이나 꽃나무가 아니라 하나하나 아우성을 울리는 존재들의 모습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