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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어른의 다정함이 주는 힘 外

  •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3-06-08 19:02:04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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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의 다정함이 주는 힘

- 맡겨진 소녀/클레어 키건 소설/허진 옮김/다산책방/1만3000원

24년의 활동 기간 동안 펴낸 단 4권의 책으로 전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휩쓴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의 작품이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출간된다. 한 소녀가 애정 없는 부모로부터 낯선 친척 집에 맡겨져 보내는 어느 여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 2009년에 발표한 중편 분량 소설로, 교과과정에 줄곧 포함돼 아일랜드에서는 모두가 읽는 소설이다. 2022년 콤 베어리드 감독의 영화 ‘말없는 소녀’로 제작돼 열렬한 호평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개봉됐다. ‘단어 하나 낭비하지 않는 작가’ 키건의 짧고도 긴 작품이다.


# 강아지도 기웃댄 음식레시피

- 도시락과 강아지의 기웃댐/홍지영 지음/정멜멜 사진/위즈덤하우스/2만원

먹음직스러운 배추찜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흰 강아지를 찍은 사진에서 주인공은 배추찜일까, 강아지일까. 이 한 장의 사진은 수만 회 리트윗을 기록했고 유행 빠른 트위터리안들의 맛있다는 간증 후기 역시 수천 개나 이어졌다. 트위터 화제 ‘자취생 구원템 배추찜’ 열풍 주인공의 레시피북이 나왔다. 저자의 간편 도시락과 한 그릇 요리를 기웃대는 반려견 몽이와 밀스는 사랑스럽다. 저자가 부엌에서 고군분투하며 얻은 식재료 활용 팁과 레시피는 1~2인 가구들에게 맞춤형 도움이 된다.


# 열세 살 세주가 마주한 상처

- 어떤 세주/이민호 창작동화/메 그림/사계절/1만2000원

열세 살 세주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거나, 상황을 살피느라 속마음을 숨기기 바빴다. 엄마 아빠는 이혼하려는 눈치이고, 언니는 먼저 태어났다고 부려 먹으려 하고, 좋아하는 친구는 내게 관심이 없는 것 같고, 거울을 보면 미운 부분만 보인다. 일상의 상처를 끌어안고 자꾸 고개를 숙이는 세주에게 꼭꼭 숨겨 둔 내면의 목소리가 말을 걸어온다. 세주는 ‘어떤 세주’를 만나면서 서서히 자기 목소리를 내는 연습을 한다. 세주는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상처들 속에서 자신을 지키는 힘을 배운다.


# 이국의 땅서 희망이 되어준 시

- 여름 가고 여름/채인숙 시집/민음사/1만2000원

열대의 나라 인도네시아에 사는 채인숙 시인의 첫 시집. 경남 통영 사량도에서 태어나 삼천포에서 성장하고 1999년 인도네시아로 이주한 교포이다. 2015년 오장환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30여 년간 이국의 땅에서 그의 마음을 달래 준 것은 시에 대한 추억과 시를 향한 열망이었다. 살아가는 땅은 달라져도 ‘시’라는 땅에서는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런 채인숙의 온 생애와 함께한 시에 대한 고백이 스며든 시집이다. “8000일을 한 계절 속에서” 살아가는 이국에서 길어 올린 서사와 감각도 배어 있다.


# 강연자 기본 자질에 대하여

- 강연자를 위한 강연/권오준 지음/학교도서관저널/1만7000원

생태작가 권오준은 연 300회 이상 강연을 한다. 이 책에서 대상과 형식을 가리지 않고 강연장을 재미와 감동으로 채우는 전문가로서의 노하우를 전한다.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연령대별로 청중을 분석하고, 대면 강의와 비대면 강의까지 무대에 오르는 강연자라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담았다. 많은 사람 앞에 나서서 발표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저자가 어느 교사에게 “어떤 강연자가 가장 나쁜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돌아온 답은 “펑크 내는 강연자”였다.


# 인격 담는 한글 서예가의 삶

- 인격예술/윤영미 글, 글씨/나비클럽/2만 원

“사람들이 어떻게 한글을 쓰는 서예가가 되었느냐고 물어 오면 나는 대답한다. 한 번에 읽어 내지 못하는 한자를 쓴다는 것이 쪽팔리고, 읽으면서도 바로 이해하지 못해서 쪽팔린다고. 무엇보다 한글을 쓰지 않는 서예가가 쪽팔려서 그렇다고.” 윤영미는 한자 서예로 상도 받고 첫 전시도 열었지만, 공기처럼 호흡하는 한글로 심장을 파고드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글씨가 곧 그 사람이다’란 신념으로 살아온 한글 서예가 윤영미의 삶과 작품을 담은 책. 서예를 단순히 글씨를 잘 쓰는 기술이나 기교의 행위가 아니라 인격을 담는 예술이라고 말해준다. 억눌린 감정을 표출하는 글씨 작품 47점 수록.


# 말 한마디, 씨앗 하나의 기적

- 넌 할 수 있을 거야/이모겐 팍스웰 글/아나 큐냐 그림/신형건 옮김/보물창고/1만5000원

척박한 사막에서 씨앗을 키우는 아이에게 사람들은 어차피 안 될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는 생각한다. “어쩌면 할 수 있을 거야.” 아이는 씨앗을 심고. 매일매일 물을 길어 나르고, 그늘을 만들어 주고, 정성스레 돌보았다. 씨앗은 마침내 한 그루 나무로 자라난다. 나무들이 땅속의 물을 끌어 올리자, 대기에 수분이 차고 구름이 생기고 비가 내리고 강이 되살아난다. 세찬 폭풍에 나무들이 쓰러져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아나 큐냐의 그림은 힘찬 붓질로 자연의 강렬한 생명력을 표현한다. 끈질긴 희망의 시도가 세상을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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