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토박이 양전형 시인
- 풍부한 어휘와 용례 담긴
- 총 4권의 제주어 사전 발간
- “훗날 제주어가 사라진다면
- 이 책이 박물관에 남아주길”
우리나라에서 일시에 널리 알려진 제주어는 ‘감수광’일 것이다. 1977년 발표된 가수 혜은이의 노래 ‘감수광’은 고려 가요 ‘가시리’를 현대적 음악과 제주어로 재해석한 곡이다. 제주가 고향인 혜은이가 부르는 노래의 후렴구에서 처음으로 제주어를 들어본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감수광 감수광 나 어떵허렌 감수광 설룬사람 보낸시메 가거들랑 혼조옵서예.” 풀어보면 “가십니까 가십니까 나 어떻게 하라고 가십니까 서러운 사람이 보내드리니 가시거든 빨리 돌아오세요”이다.
워낙 유명한 인기가요였으니 이 정도는 안다. 하지만 제주 토박이 어르신을 만나면 대화가 어렵다. 오래전 제주 여행 중 민박집 주인과 소통이 안 돼 서로 쩔쩔매다가, 중학생 손자를 불러 통역(?)을 부탁한 적이 있다. 제주도 토박이가 쓰는 제주어는 낯설었지만, 무슨 뜻인지 궁금해 더 들어보고 싶기도 했다. 훈민정음 28자모 중 ‘아래 아’ 발음이 분명하게 남아있다니, 신기하다.
전 제주어보전회 이사장이며, 제주어 보전을 위해 많은 일을 하는 제주의 양전형 시인이 ‘제주어 용례 사전’(전4권)을 완간했다. 양 시인은 ‘웬만한 제주어는 나의 예문 속에 다 담아 넣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업에 매달려 대부분 그의 창작 예문으로 용례를 풀어냈다. 6년여 동안 제주어에 매달렸고, 2020년 첫 ‘제주어 용례사전’ 발간에 이어 2023년까지 모두 네 권의 결실을 맺었다.
네 권 각각 600여 쪽 분량이다. 네 번째 ‘제주어 용례사전’에는 ‘품어 안아야 할 제주어 일만여 제줏말이 2600여 주요어휘와 함께 예문 속에 쓰여 지는 용례’를 담았다. 저자는 네 권의 사전에 제주어를 다 담을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양전형은 제주 오리동에서 태어나 자랐고, 지금도 그 터에 산다. 1994년 등단하여 시집 ‘나는 둘이다’ ‘허천바레당 푸더진다’ 등 11권의 시집과 장편소설 ‘목심’을 제주어 전문과 표준어 번역판으로 각각 발표했다. ‘허천바레당 푸더진다’는 제주 시민이 투표로 뽑은 ‘2015년 제주시 원시티원북’으로 선정됐다.
말과 글로 사람과 세상을 담아내는 문인 양전형에게 제주어는 더없이 소중했을 것이다. 그 마음은 책 서문에 이렇게 썼다. “제주의 젊은이나 제주로 이주해 오신 분들의 제주어 공부에 도움이 되도록 일상에서 사용되는 대화체나 모든 문장 속에 흥미와 문학을 가미한 ‘말거리’와 ‘읽을 거리’를 제공하여 제주어공부의 지루함을 조금이라도 없애고, 체계적인 문자화를 통해 제주어를 보전하는 데 일조하고자 하는 의도가 본 용례사전에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몸이 고단하고 아플 때도 제주어 생각만 했다.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고 채워 넣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했고, 밤낮도 없이 번뜩이는 문장이 생각나면 주저 없이 책상 앞으로 향했다. 숨어있는 재미난 제주어를 찾아내고 풀어내려 애썼다. 그 결과 용례사전에는 사전 속에 있는 제주어가 아니라 현장에 있는 단어와 문장이 담겼다. 유물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제주어가 구현됐다.
예를 들면 ‘버스 소곱(안) 풍경’으로 풀어내는 용례가 몇 페이지씩 이어진다. 읽다 보면 버스 타고 제주 해안을 달리는 기분이 든다. 제주섬 어디나 있음직한 상황이 짤막한 소설처럼 펼쳐진다.
“제주어가 사라져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을 때가 설령 오더라도 이 책이 어느 도서관이나 문학관 혹은 박물관 구석에서 살아 숨 쉬고 있길 바란다.” 제주 사람 양전형의 바람이다. 제주 외 지역은 출판사에서 책을 구입할 수 있다. 전화 (064)723-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