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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기억 곱씹게 하는 매력…권애숙 시인 첫 시조집

첫눈이라는 아해 - 권애숙 시조집/시인동네/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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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시 위주였던 작가의 신작
- 삶에 대한 애착·가치 글에 녹여

권애숙(사진) 시인이 첫 시조집을 냈다. 다방면의 글쓰기를 통해 언어 세계를 구축해 온 권애숙 시인에게 ‘첫’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붙이게 하는 시조집이다. 그러고 보니 그의 등단은 199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에서 출발했다. 이어 1995년 ‘현대시’에 시가 당선된 뒤 시를 주로 발표해 왔기에 그의 시만 알던 독자가 많다.

권애숙이 문학의 첫걸음을 놓은 자리에 시조가 있었다는 것은 ‘시인의 말’에서도 느낄 수 있다. “시조는 내게 아득한 첫사랑이다. 전설이고 신화이다. 고맙다. 오래 접어두었던 날개를 털어내며 여기까지 나를 끌고 온 이름들을 불러본다. 날자, 사랑하는 나의 세상 먼 구석까지!” 그동안 꼭꼭 묻어두었던, 또는 늘 쓸어안고 매만지던 보물을 이제야 꺼내어 보여주는 건가 하는 마음에 시집을 펼친다.

권 시인에게서 “시를 쓰는 일이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자신을 좀 더 알아가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시조집에서도 “사랑하는 나의 세상 먼 구석까지” 닿아 있는 생의 근원이며 기억의 뿌리가 뻗어나간다. 삶에 대한 애착과 그 유일함에 대한 무한한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깊은 사유에 빠져들게 된다.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지나온 시공간 어디쯤 두고 온 소중한 기억이 떠오르는 기분이다.

‘상(床)’ 전문이다. “감나무 가지 아래 등 기대고 퍼진 여자, 축축한 행주로도 못 닦아낸 얼룩무늬, 감감한 두레반이다 이정표도 어디 없다// 접고 폈던 팔다리 파스 몇 장 붙들고 솟구친 주먹 못도 허리가 굽었다, 이 한 상(床) 포장도 없이 꼭지까지 웃는 여자// 숱한 날 삼시세끼 엎드려 떠받들던, 한 세상 구석구석 꽃들은 피고 지고, 저녁놀 마지막 빛에 주름까지 물든 상(床)”

온 가족이 둥근 밥상에 머리 맞대고 밥을 먹던 그 어느 날의 풍경, 뜨거운 냄비에 눌린 거뭇한 자국과 크고 작은 흠집을 새기고 천천히 낡아가던 밥상, 가족들 밥 먹이는 일에 손에 물 마를 새 없던 어머니…. 이 시조가 순식간에 많은 기억을 소환한다. 바쁜 세상에 속도를 맞추는 동안 공허해져 버린 마음이 채워진다.

‘명작이다’도 천천히 되뇌고 싶다. ‘“천년을 산 노거수가 이 동네 주필이네/ 널린 풀 들린 꽃들 꺾이며 시들할 때/ 살리고 살아나는 것들 행간마다 깊었다/ 보고 듣는 바람아 수수만년 흐른다는/ 저 강물에 발 디밀고 종일을 첨벙대도/ 물길이 치고 간 물살 맑은 자리 금방이라/ 저들이 다 썼다 온몸으로 다 썼다/ 꽁꽁 언 뒤편까지 언 몸으로 썼겠다/ 마감일 원고 청탁은 애초부터 없었을 듯” 자연이 장엄한 시였구나, 문득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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