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55> 부산박물관 소장 삼국시대 행엽(杏葉)

한글 이름 ‘말띠드리개’로 쓰임새 유추…하트 모양 말띠 장식구 아니었을까

  • 강승희 복천박물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3-05-22 19:30:40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박물관 전시실을 관람할 때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도 유물이 당시 어떤 방법으로 사용되었을지, 유물이 쓰이던 시기의 상황은 어땠을지 등 다양한 생각을 할 것이다.
고대에 말띠 장신구로 쓰인 행엽. 못이 38개 박혀 있다. 부산박물관 제공
진열장의 설명 패널을 보고, 유물 생김새와 이름을 확인하면 대부분 유물의 쓰임새를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유독 그게 쉽지 않은 곳이 있다. 바로 철기 유물 중 말 갖춤새가 전시된 곳이다. 고대의 말에 사용됐다고 설명돼 있지만, 그 쓰임새를 바로 떠올리기가 힘들다. 특히나 행엽은 생김새와 이름 모두 생소하여, 당최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잘 알 수 없다.

행엽은 한자 이름으로, 살구나무 ‘행(杏)’ 자와 잎 ‘엽(葉)’ 자를 쓴다. 즉, 살구나무 잎 모양을 닮은 유물이라는 뜻이다. 한자 이름에서 나뭇잎 같은 유물의 생김새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글 이름은 ‘말띠드리개’이다. 한글 이름에서는 사용 방법을 일부 유추해 볼 수 있다. 말띠에 매달아 길게 드리운 것이다.

그렇다면 말띠는 무엇일까? 하나의 질문에 답하고 나면 또 다른 질문이 이어진다. 사람이 말을 원하는 속도 및 방향으로 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어구 및 안정구, 장식구가 필요하다. 안정구인 안장을 말 등에 얹고, 이를 고정하기 위해 앞뒤 가죽끈을 연결해 말의 목과 꼬리를 감싼다. 이 가죽끈을 말띠라고 하며, 말띠 자체를 꾸미거나 말띠에 행엽을 매달아 드리우면서 말을 장식한다.

행엽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하트 모양을 닮은 심엽형행엽, 상단은 둥글고 하단은 물고기 꼬리 모양을 한 편원어미형행엽, 칼끝 모양을 닮은 검릉형행엽, 종 모양의 종형행엽 등이다. 이는 출현 시기와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유행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부산박물관 동래관에 전시 중인 부산박물관 소장 행엽은 심엽형행엽으로, 철판을 하트 모양으로 만든 뒤 그 위에 은도금한 문양판을 얹었다. 그리고 철판과 문양판을 결합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은도금한 못을 같은 간격으로 박아 고정하였다. 못을 자그마치 38개나 박았는데, 이는 철판과 문양판 결합 목적 외에도 추가로 장식성을 더하기 위한 장치였을 것이다. 판 윗부분에는 말띠가 연결되는 구멍인 직사각형의 입문이 있으며, 입문을 통과한 말띠를 고정하기 위한 금구도 부착돼 있다.

이제 다시 박물관에 있는 행엽을 만나볼 시간이다. 박물관에 전시된 다양한 유물 중 한 가지가 아닌 오랜만에 만난 친구 같은 반가움을 느끼는 유물이 되어있을 것이다. 김춘수 시인의 ‘꽃’에 나오는 시구처럼,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나에게 의미가 있는 유물이 되는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청동초 참사 얼마 됐다고…또 민원에 밀려난 통학로 안전
  2. 2서면 돌려차기男 징역 20년 확정(종합)
  3. 3중·영도구 10만 명당 사망자, 부산 평균보다 100명 많다
  4. 4野 29명의 반란…이재명 영장심사 받는다
  5. 5첫판 충격의 패배 ‘보약’ 삼아 캄보디아 꺾고 12강
  6. 6한덕수 총리 해임안, 헌정 사상 첫 가결…尹대통령 거부할 듯(종합)
  7. 7대법 “공포 느끼면 강제추행 성립”…‘항거 곤란’ 기준 40년 만에 폐지
  8. 8편의점서 마트서 추석 한 상 다 차렸네
  9. 9李 사실상 불신임 “비대위 구성을”…민주 분당 수면 위로
  10. 10‘47억 명 스포츠 축제’ 항저우 아시안게임 23일 개막
  1. 1野 29명의 반란…이재명 영장심사 받는다
  2. 2한덕수 총리 해임안, 헌정 사상 첫 가결…尹대통령 거부할 듯(종합)
  3. 3李 사실상 불신임 “비대위 구성을”…민주 분당 수면 위로
  4. 4‘교권회복 4법’ 통과…정당한 생활지도, 아동학대로 징계 못해
  5. 5“李, 대규모 비리 정점…잡범 아닌 중대범죄 혐의자”
  6. 6부결 촉구 메시지 오히려 역효과…지지층 압박도 이탈표 부추긴 듯
  7. 7“기시다, G20 때 尹에 부산 엑스포 지지 밝혀”
  8. 8‘북러’ 대신 ‘러북’으로…尹, 달라진 외교기조
  9. 9[속보]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통과, 헌정 사상 처음
  10. 10[속보]민주당 이재명 체포동의안 149표로 가결
  1. 1편의점서 마트서 추석 한 상 다 차렸네
  2. 2‘휴캉스’ 송편 만들기·스파 패키지 풍성
  3. 3연금 복권 720 제 177회
  4. 4롯데百 마산점에 지역 상생식당 문 열다
  5. 5“부울경, 차등전기요금제 발전동력으로 활용해야”
  6. 6주가지수- 2023년 9월 21일
  7. 7부산 역대 최고 분양가 ‘더 비치 푸르지오’, 청약 경쟁률 22.2 대 1로 올해 최고
  8. 8미 연준 '추가 금리인상' 시사…정부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
  9. 9간·심장질환 인한 사망률 ‘부산 1위’
  10. 10올해 2분기 부산지역 건설업체 실적 부진
  1. 1청동초 참사 얼마 됐다고…또 민원에 밀려난 통학로 안전
  2. 2서면 돌려차기男 징역 20년 확정(종합)
  3. 3중·영도구 10만 명당 사망자, 부산 평균보다 100명 많다
  4. 4대법 “공포 느끼면 강제추행 성립”…‘항거 곤란’ 기준 40년 만에 폐지
  5. 5오늘의 날씨- 2023년 9월 22일
  6. 6우주는 탄생과 소멸 묻지 않건만, 사람은 어찌 시작과 끝을 묻는가
  7. 7정서조절 위한 심리상담 치료비 지원 절실
  8. 8[포토뉴스] AI로 재탄생한 우표 속 인물들
  9. 9복지부, 의협 '사회협의체' 구성 필수의료 살리기 논의
  10. 10[단독]부산 온천천 실종여성, 닫힌 '차단 설비' 보고 돌아섰다
  1. 1첫판 충격의 패배 ‘보약’ 삼아 캄보디아 꺾고 12강
  2. 2‘47억 명 스포츠 축제’ 항저우 아시안게임 23일 개막
  3. 3세대교체 한국 야구, WBC 참사딛고 4연속 금 도전
  4. 4수영 3관왕 노리는 황선우, 中 라이징 스타 판잔러와 대결
  5. 5근대5종 대회 첫 金 조준…남자축구 3연패 낭보 기대
  6. 6한국 양궁 역대AG서 금메달 42개
  7. 7김민재, UCL 무대서 뮌헨 승리를 지키다
  8. 8롯데 “즉시 전력감보다 잠재력 뛰어난 신인 뽑았다”
  9. 9거침없는 부산, 1부 직행 가시권
  10. 101차전 대승 거두고도 긴장 못 푼 황선홍호
우리은행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바다밭 일군 해녀들의 필수품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분청사기반구형뚜껑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2000년 역사 로마의 흥망성쇠 外
세상의 평화는 밥상서 시작된다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가을바람 /임종찬
새터민 /이영희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마스크걸’ 이한별과 고현정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1947 보스톤’ 강제규 감독
‘달짝지근해: 7510’의 유해진과 김희선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각기 다른 장르 韓영화 4파전…추석 누가 웃을까
OTT와 경쟁 이길 수 있나…영화티켓 인하 논의할 시점
일인칭 문화시점 [전체보기]
손민수가 2년 전 약속한 협연 무대, 관객과 로비인사 재개도 감개무량
더 순박한 인니판 ‘7번방의 선물’ 몰랐던 세계, 동남아 영화를 만나다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잠’ 은밀히 감춘 문제의식…웰메이드 공포물의 표리부동 미덕
‘원자폭탄의 아버지’ 삶과 고뇌…비극적 아이러니에 관한 통찰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9월 21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9월 20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나는 솔로 16기-돌싱특집
tvN 주말 드라마 ‘아라문의 검’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3년 9월 21일(음력 8월 7일)
오늘의 운세- 2023년 9월 20일(음력 8월 6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열심히 일하고도 야단만 듣는 소를 읊은 18세기 시인 강백
귀뚜라미 우는 소리 듣고 자신의 심경을 읊은 동계 정온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