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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 배우·작가만 기용…끊임없이 재능 캐내 K-콘텐츠 물줄기 대야

한국영화 위기…영진위의 해법은 <하> 한국영화아카데미에 묻다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3-04-23 18:45:07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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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진위 산하 아카데미 40주년
- 총 졸업생 90%가 영화계 진출
- 봉준호·최동훈·장준환 등 배출

- OTT 플랫폼 시대 변화 발맞춰
- 창작자 ‘자기다움’ 훈련에 중점
- 시리즈 제작 교육 필요성 느껴

- 인디 정신 강조하는 뉴욕 표방
- 영화의도시 부산 정체성 갖춰야
- 지역 영화인과 상생 교류 노력

영화 한 편이 나무 한 그루라면, 이 나무를 키운 농부는 창작자이고 나무가 뿌리 내린 토양은 교육 현장으로 비유할 수 있다. 양질의 토양에서 농부는 좋은 나무를 키운다. 한국 영화 위기의 시기에 좋은 토양을 조성할 교육 현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부산 수영구에는 2018년 이전한 영화진흥위원회의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원장 조근식)가 있다. KAFA는 ‘한국 영화계의 등용문’으로 통하는 국립 영화 교육기관으로 표현할 수 있다.지난 18일 올해 40주년을 맞은 KAF

A를 찾았다. KAFA 조근식 원장은 현재를 “영화 한 편을 보고 여운을 느끼는 일은 줄어들고, 무수한 콘텐츠가 그저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라고 진단했다.
조근식 한국영화아카데미 원장은 현재 한국 영화에 대해 “무수한 콘텐츠가 그저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라고 진단했다. 김영훈 기자
■졸업생 90%가 영화계서 활동

지난달 11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는 KAFA 정규과정 39기 졸업영화제 ‘부귀영화’가 열렸다. KAFA 39기가 만든 졸업·실습 단편 22 작품이 상영됐다. 기자가 관람한 졸업작품 섹션B(오후 4시15분~5시30분)에서는 ‘우리는 그렇게 오랫동안’ ‘홀’ ‘철수와 영희’, 세 작품이 상영됐다. 한 관람객은 “졸업영화제 시작 시간인 오전 11시부터 모든 섹션을 관람하고 있다”고 애정을 밝혔다. 시네마테크 로비는 꽃다발을 든 사람들과 졸업생 등이 모여 새로운 출발을 기원했다.

1984년 영진위의 전신인 영화진흥공사 시절 남산 사옥 교실 한 칸에서 출발한 KAFA는 올해 정규과정 40기 배출을 앞두고 있다. KAFA를 거친 졸업생 800여 명 중 700여 명은 현재 영화계에서 연출·시나리오작가·평론가 등으로 활약한다. 면면도 화려하다. 봉준호(11기) 최동훈(15기) 장준환(11기) 임상수(5기) 이재용( 7기) 감독이 KAFA 출신이다. 영진위 박기용 위원장이 KAFA 원장 재임(2001~2009) 시절 도입한 장편과정은 신인의 등용문으로, 해마다 영화계 화제의 중심에 섰다.

배우 이제훈(파수꾼, 2011) 변요한(소셜포비아, 2014) 전여빈(죄많은 소녀, 2017) 이주영(야구소녀, 2019) 등이 KAFA 장편 작품을 통해 이름을 알렸고, 작품은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되거나 화제를 모았다. 단편과정에서는 김태리 박소담 손석구 정해인 한예리 등 유명 배우의 초기 모습이 담겼다. KAFA는 오는 27일 개막하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KAFA 40주년 특별전’을 연다. 여기서 이들 유명 배우의 신인 시절을 볼 수 있는 ‘그때 그사람들: 대배우의 초기작들’ 섹션을 진행한다.

또 지난 40년에 걸친 졸업생의 실습·졸업작품 40편을 선보인다. 올해, 연기 전공(10명 안팎)도 신설한다. OTT 플랫폼이란 시대 변화에 맞춰 시리즈 시나리오 교육도 구상 중이다. 조 원장은 “시리즈 이야기를 다루는 방법은 KAFA가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기다움’이 K-콘텐츠 원천 소스

평균 경쟁률 20 대 1을 뚫고 100일 넘는 전형 기간을 거쳐 선발된 연출(12명 안팎) 촬영(6명〃) 애니메이션(6명〃) 프로듀싱(6명〃) 과정 등의 KAFA 학생은 각자 개성을 통한 ‘자기다움’을 찾아 세상과 소통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둔다. 제2 봉준호, 제2 오징어게임 연출 등을 희망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조 원장은 “창작자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이다. 유일한 개인의 존재에서 저마다의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세상과 이야기해야 한다. 흉내나 카피, 보기에만 그럴 듯한 연출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자기다움’을 꾸준히 찾고 훈련시켜 K-콘텐츠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게 KAFA의 궁극 목표다. 조 원장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플랫폼을 예로 들며 “한국 콘텐츠가 OTT 플랫폼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고 성과를 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글로벌 플랫폼은 숙련된 배우, 시나리오작가 등만 기용하며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숙련된 자원은 언젠가 고갈된다. 끊임없이 새로운 재능으로 K-콘텐츠의 물줄기를 대주는 게 교육의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장기 비전을 위해 ‘교사 신축’은 숙원이다. 조 원장은 “KAFA는 서울 남산에서 시작해 서울 중구 마포구 등으로 이전을 거친 뒤 부산 수영구까지 변화의 파도에 휩쓸리듯 옮겼다”며 “이제는 ‘내 집 마련’ 할 때가 됐다”고 했다. KAFA에 따르면 현재 부산시에서 교사 신축 기본 설계를 마치고 심의 절차가 진행 중이다.

■부산 색깔 담은 창의적 영화

영화도시 부산의 미래에 대해 영진위 박기용 위원장과 조 원장은 공통으로 “부산의 색깔이 담긴, 창의적인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수천억 원 제작비로 상업영화를 만드는 할리우드(LA)와 뉴욕 영화로 영화산업이 양분돼 있다. 뉴욕 선댄스영화제가 인디 정신을 강조하는 만큼 부산도 ‘한국의 뉴욕’을 표방하는 정체성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KAFA도 역할을 할 수 있다. 조 원장은 “독자적 생태계가 부산에 자리 잡으면, KAFA를 비롯해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올 수 있다. 부산에 짓는 후반작업시설만 해도 일자리가 생기려면 교육이 우선인 만큼, KAFA도 역할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부산 영화인과 KAFA의 교류를 강화할 계획이다. KAFA는 지난해 KAFA 출신 감독을 초청해 ‘씨네토크’를 6회 했다. 올해는 부산 영화·영상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1~2주 후반작업을 교육하는 워크숍이 예정됐다. 조 원장은 “ KAFA가 처음 부산에 왔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달라진 게 별로 없다. 그게 가장 큰 문제”라며 “부산에서 활동하는 영화인들과 상생·교류하는 방안을 확대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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