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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을숙도에 오픈한 ‘미술관 속 영화관’…미술의 지평을 넓히다

현대미술관에 70석 ‘극장 을숙’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3-04-16 19:33:39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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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미디어 미술로서의 영화 표방
- ‘시네미디어-영화의 기후’ 개막
- 생태 등 주제 100여 편 작품 상영

- 여성감독·평론가 등 대담도 마련
- “두 예술공간이 일치되는 새 경험
- 수개월간 제공하는 놀라운 실험”

지난 15일 벨기에 여성 감독 샹탈 아커만의 영화 ‘잔느 딜망’(1975)을 중심으로 그의 작품 세계와 한국 여성영화를 들여다보는 시네필들의 대담이 열렸다. 주목할 점은 장소. 엉뚱하게도 영화관이 아닌 부산현대미술관(사하구), 더 정확히는 ‘미술관 속 영화관’으로 만들어진 70석 규모 ‘극장 을숙’이다.
지난 15일 부산현대미술관(사하구 을숙도)에서 다양한 참가자들이 샹탈 아커만 감독의 영화 ‘잔느 딜망’을 중심으로 여성 영화에 관한 대담을 펼치고 있다. 최승희 기자
부산현대미술관이 새롭게 선보이는 정례전 프로그램 ‘부산모카 시네미디어_영화의 기후: 섬, 행성, 포스트콘택트존’의 교육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이 자리에는 한국 대표 여성 감독인 변영주 정재은 김희정과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신은실 영화평론가가 이번 프로그램 감독인 김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잔느 딜망’은 지난해 영국 영화잡지 ‘사이트 앤 사운드’가 뽑은 역대 세계 영화 1위(10년 주기로 선정)에 첫 여성 감독 영화로 오르면서 화제가 됐다. 그를 직접 인터뷰했던 신 평론가의 이야기로 이날의 대화는 시작했는데, 2시간 동안 이곳이 영화제인지 미술관인지 헷갈릴 만큼 색다른 장면이 연출됐다.

부산현대미술관이 국내 처음으로 선보이는 형식의 이번 시네미디어 프로그램은 영상설치작업과 영화의 구분이 흐릿한 요즘, 뉴미디어 설치 작품으로써 영화를 선보인다. 김소영 교수는 “코로나 이후 사람들의 감수성과 감도가 달라졌다고 느낀다. 미술관에서 영화를 보는 새로운 체험 방식을 선사하고 싶었다. 이곳이 바로 포스트 콘택트존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선 생태학 인류학 정치경제학 등의 주제를 아우르는 설치작품, 영화, VR 작품 등을 선보이며, 영화감독 78인의 작품 100여 편을 상영한다.

신 평론가는 “미술관 안에 블랙박스를 설치해 극장 비슷한 분위기를 내는 경우는 많지만, 이번처럼 수개월간 장기 상영 시간표를 짜고 극장과 완벽하게 일치되는 경험을 미술 전시와 같은 공간에서 한 호흡으로 보도록 한 건 놀라운 기획이다”고 말했다. 정재은 감독은 “영화감독이 극장만 목표로 하는 시대는 지났다. 다양한 관객이 존재하며, 특히 미술관에서 만나는 관객은 감독에게 중요한 자극을 주는 주체들이라 생각했다. 극장에서 미술관으로, 장소가 달라지면 작품을 대하는 태도와 경험, 이해도 달라진다.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 영화적 경험 이상으로 중요한 경험이다”고 말했다.

전시는 제목 ‘영화의 기후’에서 알 수 있듯 올 한 해 ‘생태’에 집중하는 부산현대미술관과 궤를 함께한다. 생태적 존재로서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기후정의와 공존에 대한 다층적 시각을 ‘재세계화’라는 키워드로 제시한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여성, 노동 등의 이슈는 생태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BBC의 한 뉴스 제목으로 설명한다. ‘재난 기후영화보다 더 미묘한 기후 영화가 세상을 바꾼다’. 기후영화라고 하면 인류에 공포를 주는 방식의 ‘투모로우’ 같은 영화를 떠올리기 쉽지만, 우리가 생각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는 영화가 더 큰 울림과 실천을 가져온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사오닷 이스마일로바의 설치작 ‘홀린듯’(2017)에선 멸종된 호랑이 이야기를 하며 소련의 제국사를 보여준다. 어떻게 생태가 파괴되고 호랑이가 사라졌는지를 통해 존재론과 인식론에 변화를 주고자 한다. 이러한 미묘한 연결들, 또 드러난 연결들을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시장은 ‘극장 을숙’을 포함해 ‘시네미디어 라운지’ ‘극장 행성’ ‘시네미디어 존’ 등 4개 공간으로 구성됐다. 극장 을숙에서는 매일 2, 3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주말에는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영화제를 떠올리게 하는 전시 프로그램북을 보면 상영시간표와 작품 소개를 확인할 수 있다. 극장 행성에서는 라우라 우에르타스 밀란의 ‘에쿠아도르’(2012), 아이폰으로 영화를 찍는 스콧 발리의 ‘찰나’(2017) 등 5편의 영화를 반복 상영하며, 시네미디어존에선 올해 광주비엔날레 초청 작가이기도 한 에밀리아 스카눌리터 감독의 ‘무광지대 아포틱존’(2022)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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