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코미디의 세계에선 상상치 못한 온갖 종류의 연애가 성사된다. 재벌 2세, 최정상 인기의 연예인, 연예인·재벌 못지않은 인기와 재력을 누리는 일타 강사, 심지어 종족까지 뛰어넘어 외계인 도깨비 저승사자 귀신 뱀파이어와의 연애도 심심찮게 성사된다. 특히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멸종 직전의 로맨틱 코미디에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며 명맥을 이어간다. 재난·전쟁 같은 비상상황에도 기어코 사랑으로 극복해내는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지난 2월 10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10부작 ‘연애대전’은 단단한 젠더 갈등을 돌파하고 연애에 성공하는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에 겁 없이 도전한다. 글로벌 순위 2위까지 올랐다니 흥행에도 성공한 것 같다. 다양한 연기 변신을 선보였으나 정작 로맨틱 코미디는 처음이라는 김옥빈과 러시아 영화 ‘레토’에서 고려인 출신 전설적 록커 빅토르 최를 연기하며 이름을 알린 독특한 매력의 배우 유태오가 남녀 주연을 맡아, 어떤 케미를 보여줄지 기대됐다.
남자를 병적으로 싫어하면서도 남자에 관한 데이터 수집과 정의 구현(?)을 위해 가볍고 의미 없는 연애를 이어가던 변호사 여미란과 병적으로 여성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면서도 멜로 장인으로 인기를 누리는 톱 배우 남강호. 시작부터 무리한 설정으로, 과격한 액션까지 펼쳐가며 열심히 티격태격하지만 정작 호기심을 이끌었던 젠더 갈등은 은근슬쩍 넘어가버리고 상당 부분을 두 남녀 캐릭터를 ‘그래도 애는 착혀’ 식으로 변호하는데 할애한다.
이성에 대한 굳은 편견이 무너지는 과정도 어쩐지 성의가 없다. 이성의 스킨십에 병적으로 거부감을 보이던 남강호는 이유는 모르지만 여미란에겐 거부감이 없고, 악의적 루머로 고통받던 여미란은 전 남친이자 동료 변호사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기자 “남자들의 의리 멋있다”며 새로운 편견으로 그간의 편견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신선하게 다가왔던 젠더 갈등을 이런 식으로 단순하게 넘기는 모습에 김은 샜지만, 어쨌든 심각하기 짝이 없는 현생 인류의 ‘젠더 갈등’에 가볍게 측면 승부라도 거는 시도에 나름 의미를 두기로 한다. 도깨비도 외계인도 연애하는 마당에 인류 역시 열심히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