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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깊어진 멜로감성, 진심인 반려견 사랑…마흔 앞 유연석의 연기 숙성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3-02-21 19:21:37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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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이해’ 짝사랑 은행원 역
- 현실 연애·정서 잘 다룬 드라마
- 멜로판 ‘나의 아저씨’라는 평가
- “이루지 못했던 사랑 도움 됐죠”

- 내달 1일 개봉할 영화 ‘멍뭉이’
- 저예산 작품 출연료 자진 삭감
- “제가 힐링 받고 유기견도 입양”

배우에게 다양한 얼굴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 다양한 얼굴을 작품마다 쓰임새 있게 사용할 줄 아는 배우를 만나는 것은 관객에게 행운이다. 그런 의미에서 2003년 영화 ‘올드보이’로 데뷔한 이후 지난 20년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준 유연석은 그 자신과 그를 지켜보는 우리에게 ‘행운’인 배우다.

최근의 행보만 봐도 유연석의 다양한 얼굴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영화 ‘배니싱: 미제사건’에서는 변사사건을 파헤치는 형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에선 마약 대부 전요환 조직의 법률적 자문을 맡은 고문 변호사 등을 연기하며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그리고 지난 9일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에서 사랑의 설렘을 전하는 은행원으로,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영화 ‘멍뭉이’에서는 반려견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인물을 맡아 한층 더 넓고 깊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30대를 마감하고 40대를 앞둔 그에게 올해 두 작품은 배우 인생에 있어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종영과 영화 개봉을 맞아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유연석을 최근 두 차례 만나 드라마 ‘사랑의 이해’와 휴먼 가족 영화 ‘멍뭉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인생 멜로의 향기 ‘사랑의 이해’

진한 멜로 향기를 담은 드라마 ‘사랑의 이해’와 반려견에 대한 사랑을 담은 영화 ‘멍뭉이’에 출연해 각기 다른 장르에서 진정성 있는 연기를 소화한 유연석.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정말 좋은 드라마를 보면 시청자는 ‘인생 드라마’를 만났다고 말한다. 우리 삶의 생채기를 보듬어 주는 ‘나의 아저씨’나 ‘우리들의 블루스’가 그런 경우다. 멜로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시청자 사이에서는 ‘사랑의 이해’가 또 한 편의 인생 드라마로 떠올랐다.

‘사랑의 이해’는 서로 다른 현실에 놓인 네 사람을 통해 서로 사랑하고 아파하고 그리워하는 성장형 멜로드라마다. 유연석이 맡은 하상수는 같은 지점 주임 안수영(문가영)을 짝사랑하다 고백하지만 첫 데이트 장소 앞에서 망설이는 바람에 러브라인이 빗나간다. 이후 하상수는 같은 지점의 금수저 대리 박미경(금새록)과 교제하지만 은행경비원 정종현(정가람)과 사귀는 안수영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시청률은 최종화가 3.6%에 그쳤지만 넷플릭스에서는 국내 10위권 콘텐츠에 들며 마니아층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특히 장르는 다르지만 정서가 비슷해 멜로판 ‘나의 아저씨’라 할 수 있겠다.

유연석은 “‘사랑의 이해’ 촬영 감독님을 비롯해 조명팀 등에 ‘나의 아저씨’를 작업하셨던 분이 많아서 영상미나 톤앤매너가 비슷한 것 같다. 또 조영민 감독님이 요즘 드라마보다는 좀 느린 템포로 진행하다 보니까 ‘나의 아저씨’와 비교해 주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에게는 수치상의 시청률만 가지고 판단하기에는 애정이 많은 드라마다. 애정을 갖고 몰입해준 분이 많아서 감사하고, 유연석이라는 배우와 저의 캐릭터를 많이 기억해 주시지 않을까 싶어 뿌듯하다”며 소감을 전했다.

‘사랑의 이해’에서 유연석은 KCU은행 영포점 종합상담팀 3년 차 계장 하상수 역을 맡아 안수영(문가영)에 대한 사랑의 설렘부터 말하지 못하는 안타까움 그리움 슬픔 등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했다. 짝사랑 상대를 생각하면 저절로 새어 나오는 미소는 마음을 간지럽혔고, 단념하고 숨겨왔던 사랑을 터트릴 때는 마음 졸이게 했다. 유연석 특유의 멜로 아우라가 터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저도 잘 이루어지는 사랑만 했던 건 아니고, 어릴 때 짝사랑도 많이 했다. 그때의 아픔이 있어 하상수가 겪는 외사랑에 공감이 됐던 것 같다”며 멜로 연기의 비결을 밝혔다. 또 “처음 대본에는 하상수가 굉장히 호감형이고, 좀 더 멋진 모습을 그리려고 했던 포인트들이 있었다. 그런데 작가님, 감독님과 얘기해서 더 평범한 느낌을 주려고 고민했다”며 현실 속 직장인의 모습이 되기 위해 노력했음을 전했다.

유연석 멜로 연기의 가장 큰 도우미는 역시 KCU은행 영포점의 여신이자 사랑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이라고 생각하는 안수영 역의 문가영이었다. 유연석은 “가영 씨는 어릴 때부터 활동해서 그런지 나이에 비해 집중을 잘하더라. 그래서 ‘나는 이런 감정으로 연기할 건데 너는 어떤 감정으로 할 거야?’와 같은 이야기를 거의 나누지 않았다. 그만큼 감정 표현을 잘해줘서 리액션하는 저 또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후배 문가영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30대의 마지막에, 30대이기에 표현할 수 있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사랑의 이해’를 선택한 유연석. 그는 “마흔 살 되기 전에 사랑에만 집중하는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멜로 장르에서 유연석의 연기에 신뢰를 주신 것 같아서 정말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며 ‘사랑의 이해’와 인생 캐릭터 하상수를 떠나보냈다.

■ 반려견에 대한 진정성 담은 ‘멍뭉이’

지난 9일 종영한 JTBC 수목 ‘사랑의 이해’는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이 서로를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멜로드라마. 오는 3월 1일 개봉하는 ‘멍뭉이’는 예비신부가 강아지 침 알레르기가 있어 민수와 그의 사촌형 진국이 반련견 루니의 완벽한 집사를 찾기 위해 제주도로 향하는 여정을 그린 영화. SLL·키다리스튜디오 제공
가끔 배우는 ‘자꾸 눈에 밟히는 대본이 있다’는 말을 한다. 대본을 읽었을 때 여러 이유로 ‘출연을 해야겠다’고 단번에 결정짓지 못하고 덮었는데, 계속해서 생각이 나고 돌아보게 만드는 대본이 있다는 것이다. 유연석에게 영화 ‘멍뭉이’는 그런 대본이었다. 그는 “팬데믹 전엔 멀티캐스팅의 대작 영화가 주류였다. 저도 그런 영화의 출연진이 돼서 대작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럴 때 ‘멍뭉이’ 대본을 받았는데,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대본을 읽고 난 후 대작을 하고 싶다는 속물적인 생각 때문에 거절하는 게 아닐까 싶어 일단 김주환 감독님을 만나자고 했다”며 ‘멍뭉이’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사실 김 감독 또한 565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청년경찰’과 대작 ‘사자’ 이후 또 한 번 욕심을 가질 법 했었는데,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토대로 반려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저예산의 ‘멍뭉이’ 대본을 직접 쓴 상황이었다. 유연석은 “김 감독님을 만나 이야기하면서 진심이 느껴졌다. 제가 했던 다른 계산은 사라지고 영화의 메시지에만 집중해서 촬영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스스로 출연료를 깎아가며 출연할 정도로 애정을 갖게 된 이유를 밝혔다.

유연석과 차태현이 호흡을 맞춘 ‘멍뭉이’는 예비신부가 강아지 침 알레르기가 있어 민수와 그의 사촌형 진국이 반려견 루니의 완벽한 집사를 찾기 위해 제주도로 향하는 여정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 반려견 루니를 비롯해 일곱 마리의 강아지가 출연해 연기 앙상블을 보여준다. 유연석은 루니와의 유대감을 위해 촬영 석 달 전부터 1주일에 두세 번씩 루니와 시간을 보냈다. 그는 “동물과 촬영하기 때문에 힘들 거라 예상했는데, 강아지 친구들과 함께 촬영하면서 약간의 피곤함은 금세 가시고 오히려 저에게 힐링을 주더라”며 웃었다.

영화에는 수용 규모 이상으로 유기견을 보호하고 있는 유기견 보호센터가 등장하는데, 보호기간 동안 분양되지 않으면 안락사시킬 수밖에 없는 사연이 전해진다. 유연석은 “실제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그 공기와 냄새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거기서 느낀 감정이 후반부 연기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예비신부의 알레르기 때문에 반려견을 보내야 하는 안타까움이나 다른 유기견을 봤을 때 느끼는 안쓰러운 마음을 진정성 있게 연기했다. ‘멍뭉이’ 시사회 때에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마지막에 가만히 앉아 있던 루니가 저를 보고 달려오는 장면이나 다른 강아지들이 나오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며 “유기견 보호센터의 기억 때문에 영화 촬영 이후 리타라는 유기견을 입양하게 됐다”는 사실도 밝혔다.

마지막으로 유연석은 ‘멍뭉이’의 의미를 되짚었다. 그는 “현실적인 딜레마 때문에 반려견을 포기하려고 고민했던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다시금 생각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그래서 한 마리라도 안타까운 상황을 맞지 않았으면 한다. 저에게 ‘멍뭉이’는 소중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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