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민주주의는 권력을 나눠 서로 견제해 균형을 이루게 한다. 삼권 분립과 의회제가 그렇다. 반면 홉스는 군주제를 선호하며 권력 집중이 필수라는 견해를 평생 밀고 나갔다. 주권을 리바이어던으로 상징되는 절대 권력에 넘겨 일임케 하는 근거를 여기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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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상태(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를 보여주는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 대학살’. |
현대 시선으로 볼 때 오로지 자기만 살겠다는 홉스식 인간 본성론과 냉혹한 인생관에 대한 공감은 그리 크지 않다. 아울러 다원화를 추구하는 현대인으로선 전체주의적 냄새를 풍긴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그렇긴 해도 홉스가 민중이 안전을 보장받아 평화를 누리는 삶을 목표로 했다는 점은 나치즘 같은 극단 전체주의와는 뚜렷하게 선을 긋게 된다.
홉스 정치철학에서 중요한 출발점인 ‘자연 상태’가 단지 머릿속에만 존재하며 실증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사항이다. 역사 속에서 입증하는 사례를 충분히 제시할 수 있었다면 ‘자연 상태’는 사고실험으로서 더욱 논증 능력을 더하게 되었을 터이다. 그는 민주제를 탐탁잖게 바라보았다. 국왕 귀족 하원 간에 권력이 분산돼 사회 소요 중 최악인 내전이 발생했다는 주장을 폈다. 투키디데스 저작(‘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을 번역한 의도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그는 이 책을 아테네 민주주의가 가진 나쁜 점을 잘 보여주는 고전으로 여겨 번역해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려 했다.
홉스가 살았던 찰스 왕조 시대는 혁명·격변기였다. 정당한 정치철학이 무엇인지를 누군가는 답해야 하는 과제가 던져졌다. 저자는 그 일선에서 비난과 신변 위협을 감수하며 해답을 제시하고자 애썼다. 그는 고관대작으로는 명성을 얻지 못한 대신 걸출한 저서를 여러 권 이 세상에 내놓았다. 법학 원론(1640년) 시민론(1642년) 리바이어던(1651년) 물질론(1655년) 인간론(1658년) 비히모드(1668년)가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