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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교섭’의 임순례 감독

국가의 국민 보호 책임은 어디까지? 아프간 피랍 실화의 재구성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3-01-24 19:26:25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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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샘물교회 사건 모티브
- 외교관·국정원의 구출작전 그려
- “논란 우려에도 신선한 소재 끌려
- 제작비만 140억 흥행 부담도 커”

- “현빈 팬이던 요르단 관료 덕에
- 코로나에도 현지 촬영 수월했죠
- 코미디 장르 제일 해보고 싶어
-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 전할 것”

긴장감 있고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 스파이 영화에 버금가는 액션, 황정민 현빈을 캐스팅한 순제작비 140억 원의 상업 영화. 지난 18일 개봉한 영화 ‘교섭’을 설명할 수 있는 요소다. 그렇다면 연출의 이름에 당연히 한국 영화계 흥행 감독 몇 명의 이름이 떠오를 법한데, 연출 크레디트에는 정말 의외인 임순례 감독의 이름이 적혀 있다.

개봉에 앞서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임순례 감독은 “지금까지 제가 연출한 영화 제작비를 다 합쳐도 ‘교섭’에 안될 것 같다(웃음)”며 “저도 영화를 꽤 오래 했는데 대목이라고 말하는 설이나 추석에 개봉한 건 처음이라 생각된다. 제작비도 많이 들어가고, 배우들도 그러니 사람들이 기대하는 영화여서 설에 개봉하는 것 같다. 흥행이 안 되면 (작은 영화를 했을 때보다) 더 힘드니까 약간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교섭’은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8일 관객과 만났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14일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던 ‘아바타: 물의 길’을 제치고 정말 오랜만에 한국 영화로서 1위 자리를 되찾으며 대작이 맞붙은 설 극장가의 승자가 됐다.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은 것은 아니지만 개봉 이후 흥행 1위를 하고 있으니 임 감독은 이제 그런 부담에서는 조금 벗어났을 듯했다.

임 감독은 1996년 장편 ‘세 친구’로 데뷔한 뒤 ‘와이키키 브라더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남쪽으로 튀어’ ‘제보자들’ ‘리틀 포레스트’ 등을 연출했다. 예술영화와 상업영화의 경계를 오가며 자신의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자신만의 색깔로 뚝심 있게 전해온 충무로에서 보긴 드문 감독이다. 언뜻 보면 ‘교섭’은 임 감독이 지금까지 해온 영화들과 결이 달라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데, 임 감독에게 ‘교섭’에 담긴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 임 감독이 전하려 한 메시지

2007년 샘물교회 선교단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교섭’을 연출한 임순례 감독. 순제작비 140억 원으로 이전 연출작들과 결이 다른 상업 영화를 연출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교섭’은 최악의 피랍사건으로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과 현지 국정원 요원의 긴박했던 교섭 작전을 그린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라서 생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2007년 일어난 샘물교회 선교단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임 감독은 이 영화의 연출을 제안받고 잠시 망설였다. 임 감독은 “처음에 그냥 이런 사건을 소재로 만들고 싶다는 것밖에 없었다. 워낙 비밀리에 수행된 작전이어서 정부나 교섭을 진행한 측에서 나온 보고서 같은 것도 전혀 공개가 안 돼 있었다. 당시 피랍된 분들의 수기 성격의 글이 있었는데 자기 시선이 매우 강하다 보니 참조하기는 힘들었다”고 연출 제의를 받고 주저했던 상황을 전했다. “또 그 사건 자체가 어떻게 만들어도 뭔가 논란이 있을 수 있었고, 영화가 어떤 논란에 발목이 잡히면 영화 자체에 대한 논쟁보다는 다른 쪽으로 논쟁이 흘러갈 수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망설였다”고 사건이 국내에서 일으켰던 종교적 논란에 대한 부담감도 전했다.

결국 이런 부담을 안고 임 감독은 ‘교섭’의 메가폰을 쥐었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책임의 경계선은 어디까지인가’라는 주제가 마음에 꽂혔다. “국가는 분명히 선교단이 출발하기 전에 가지 말라고 얘기했지만, 그걸 어기고 갔을 때 우리가 그들의 생명을 그냥 방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조금 색다른 영화를 만들어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서 마음을 바꿨다.”

해당 선교단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에 대한 구체적 자료나 당시 인물들을 인터뷰하기 힘들었기에 택한 것은 실체적 사실만 가져오고 나머지는 창작하는 것이었다. 임 감독은 “선교단이 탈레반에 납치됐고, 우리 정부에서 교섭단을 보냈다. 그리고 인질 두 명이 살해당했다는 정도의 큰 줄기만 가져갔고, 다른 캐릭터들은 다 창조된 것이다. 교섭의 아주 구체적인 내용이나 절차들은 일부 비슷한 것도 있지만, 대체로 그냥 영화 흐름에 맞게 재구성됐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며 영화 자체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랐다. ‘교섭’의 기저에 있는 국가의 의무와 역할, 그리고 외교관, 국정원 직원 등 직업인이 가져야 할 책무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것이다.

■ 요르단 촬영과 배우들

최악의 피랍사건으로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과 현지 국정원 요원의 교섭 작전을 그린 영화 ‘교섭’.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어렵게 요르단 촬영을 진행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교섭’은 코로나19 공포가 가장 심했던 2020년 4월부터 9월까지 촬영했다. 그중 요르단 촬영이 포함됐다. 더 일찍 촬영하고 싶었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마음고생을 했다. 임 감독은 “우리 영화는 해외에서 찍어야만 했기 때문에 대안이 없었다. 당시 비슷하게 해외 촬영 일정을 잡았던 ‘범죄도시2’는 국내 촬영으로 대체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상황이 안 됐다. 그런데 2020년 5~6월께 K-방역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자 나라 전체를 봉쇄했던 요르단도 촬영 허가를 내줬다”고 밝혔다.

“당시 항공편이 다 끊겨 전세기를 대절해 갔는데 요르단 공항에 내렸을 때 공항에 저희 말고 아무도 없었다. 공항뿐 아니라 호텔에도 외국인이 거의 없었다”며 코로나19로 삭막했던 분위기를 들려줬다. 비화를 하나 전하자면, 당시 현빈·손예진 주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요르단의 영상을 관리하던 기관의 높은 관료가 현빈의 팬이어서 촬영 허가받기 용이했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수도인 카불이 주요 배경인데, 이 장면 일부는 실제 카불에서 촬영했다. 임 감독은 “극 중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카불 공항에서 내렸을 때 보이는 카불 전경과 카불 시내, 시장의 소음은 카불에서 영상 촬영하는 분들에게 부탁해서 받았다”고 했다. 영화에 실제 카불이 보이길 원했고, 카불에서 쓰는 언어가 아랍어와는 다른 언어라 리얼리티를 위해 군중 소음을 부탁한 것이다. 우리 관객의 대부분은 구분할 수 없겠지만 리얼리티에 진심을 담고자 실제 카불 영상과 사운드를 원했던 임 감독의 열정이 느껴졌다.

임 감독의 프로젝트에 힘을 보탠 것은 황정민과 현빈이었다. 교섭 전문 외교관 정재호 역의 황정민은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 무려 22년 만에 다시 만났다. 임 감독은 “우리 영화가 인질보다 교섭하러 간 사람들 이야기고, 정재호의 감정과 동선을 따라 관객이 마음을 주고받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배우였으면 했다. 저는 머릿속으로 정재호가 냉철하고 침착한 인물이라고 그렸는데, 황정민 씨가 들어오면서 에너제틱한 인물로 표현됐다. 우리 영화에 도움이 됐다”고 황정민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반면 ‘교섭’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중동, 중앙아시아 전문 국정원 요원 박대식 역의 현빈에 대해서는 “현빈 씨가 지닌 모범적이고 신중하고 진중한 이미지 외에 조금 더 고독하고 자유로운 이미지를 끌어내려고 했다”며 틀에 얽매이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 것을 칭찬했다. 현빈은 영화 중반 오토바이 추격 신에서 할리우드 스파이 영화를 보는 듯한 멋진 액션도 보여준다. 임 감독에게 이 장면은 첫 추격 액션 연출이기도 했다.

140억 원대 대작을 연출하며 상업영화의 맛을 본 임 감독이지만 그의 마음은 영화의 크기에 있지 않다. 임 감독은 “영화를 택하는 기준은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인가 아닌가이다. 사실 제일 해보고 싶고 좋아하는 장르는 코미디다. 제가 잘할 수 있는 이야기면 뭐든지 다 해보고 싶다”며 코미디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꾸준히 영화만 연출해 온 임 감독의 차기작은 드라마다. “대본은 다 준비된 상태로, 캐스팅을 마치면 바로 촬영에 들어갈 것”이라는데, 첫 드라마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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