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정의는 무엇인가, 시공초월 판타지 소설에 묻다

부산작가 안지숙 신간 ‘스위핑홀’…장기매매 연루된 고교생 주인공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3-01-02 19:33:51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공정의 의미 찾아가는 과정 그려
- 평행우주 이론·아나키즘 등 조화

삶이나 세계에 관한 질문을 던지거나 남기면, 예술성이 높은 작품이다. 세상이나 삶에 대한 답을 내놓거나 제공하면, 대중성이 높은 작품이다. 더 많은 사람이 ‘답’을 쥐는 것을 더 편하게 여기거나 좋아한다. 홍상수 영화보다 마블 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이 더 많다.
세 번째 장편소설 ‘스위핑홀’을 펴낸 안지숙 작가. 여주연 기자 yeon@kookje.co.kr
이건 ‘경향’이어서 늘 이렇지는 않다. 요즘 같은 초연결 시대엔 어떤 것이 더 높고, 어떤 것은 더 낮다는 식으로 규정할 수도 없다. 예술에서 초연결 시대란, ‘공감’이라는 요소의 중요도가 크게 올라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작품이라는 틀 안에서 물음과 답 사이를 계속 오가며 진동을 줄곧 멈추지 않는 소설도 있다. 이럴 때 소설은 긴장감 넘치는 줄타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작가 안지숙의 세 번째 장편소설 ‘스위핑홀’(걷는사람 펴냄·사진)은 풍성하고 치밀하게 짠 이야기 속에서 질문과 답 사이를 활기차고 절실하게 오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새해 벽두를 맞으며 주목할 만한, 부산 작가의 새 장편소설로 불쑥 다가왔다.

신화·전설, 성장소설, 게임 서사, 평행우주, 아나키즘, 체 게바라, 대학사회 부조리, 장기 이식과 이를 둘러싼 논란, 정의·공정에 관한 확신과 회의 그리고 허무와 성찰.

‘스위핑홀’에는 이토록 다채로운 요소가 어우러져 탄탄하고 세심하게 이야기를 뜨개질처럼 짜나간다. 예술고등학교에 다니는 남학생 유진은 온라인카페를 통해 알게 된 남자의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아 ‘제 발로’ 어딘가로 가고 있다. 유진은 ‘어느 정도 의료기기는 갖춰져 있고 의료진도 있겠지’ 기대했는데 웬걸, 차가운 도축장 분위기다.

엄마를 살리려고 자기 콩팥을 팔러 왔던 유진이 이러다 여기서 장기 이것저것 다 뺏기고 ‘헐렁해진’(18쪽) 상태로 죽겠구나 하는 공포에 빠질 즈음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틀림없이 나타날 분위기의 알렉스가 단기필마로 등장해 유진을 구하고 은신처인 ‘나무달 카페’로 데려간다. 소설은 이렇게 시작한다.

장편소설 ‘스위핑홀’의 앞머리는 4쪽짜리 프롤로그인데, 여기를 두어 번 읽으면 독자가 전체 이야기를 장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디 오더’(The Order)라는 중심 없는 점조직 같은 조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악행을 일삼으며 이 세상을 지옥처럼 만드는 것들을 잡아내 그들의 욕망으로 가득찬 ‘다른 세상’(여기서 평행우주 개념이 나온다)으로 보내 버리는(죽이는 게 아니라 보내는 거다) 조직이다.

디 오더 구성원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없다.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성취감·정의감이 충전될 뿐이다. 지난달 30일 안지숙 작가를 만나 “이건 아나키즘 느낌이네요” 물었고, 안 작가는 “그렇다. 아나키즘을 바탕으로 투쟁한 항일투사들은 오래된 내 관심 영역”이라고 답했다. 근데, 간단치가 않다. 나무달 카페를 중심으로 활약하는 디 오더의 중심인물 알렉스와 베티에게는 개인의 복수라는 강한 동기가 있다. 과연 이런 방식이 옳은가 하는 회의가 강하게 제기된다. 그 의문을 던지는 이가 어린 유진이다.

유진 스스로 ‘다른 세상’으로 뛰어들어 만나는 존재가 체 게바라인 점이 새 차원의 돌파구를 열어준다. 여기에, 다채로운 다른 요소가 이야기 속으로 뛰어들어 ‘스위핑홀’을 고등어처럼 펄떡펄떡 뛰게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5. 5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6. 6‘국민아버지’ 배우 최불암 떠나보내며
  7. 7[사설]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8. 8[시민기자] 랜드마크 ‘범선형 관광시설’ 북항에 만들자
  9. 9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10. 10‘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1. 1“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2. 2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3. 3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4. 4이해충돌 빗장 풀려는 시의회…“사익추구” vs “전문성 강화”
  5. 5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6. 6민주, 5일 조희대 국조요구서 보고…국힘 “탄핵 역풍 맞을까 질질 끌어”
  7. 7국힘 새 당무감사위원장 양준모 교수
  8. 8[와이라노] “한국은 단검” 美 안보청구서 점점 커진다
  9. 9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10. 10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1. 1‘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2. 2주식 팔면 다음날 돈 받는다…증권시장 결제주기 하루 단축
  3. 3호반, 한진칼 최대주주 기업결합 신고
  4. 4K-팝 열풍 타고 부산관광 키운다…한류산업 진흥 조례 추진
  5. 5“9증9포 독보적 특허 ‘명품 홍삼’…글로벌 1위 도전”
  6. 6[한 손 뉴스] 부산·통영 ‘환경교육도시’로…특화 환경교육 행·재정 지원(종합)
  7. 7“올해 북극항로 이용 150척…역대 최다 전망”
  8. 811월 제철 삼치·가리비 맛보세요
  9. 9팬스타엔터프라이즈, 해운·조선해양 중심 사업구조 재편
  10. 10올 ‘산소부족 물덩어리’ 완전히 사라졌다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5. 5모집 공고만 15차례…부산 보건소도 ‘의느님’ 모시기 진땀
  6. 6국제사우회 “지광 손 뗄 때까지 함께 싸울 것”
  7. 7김해,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 유치
  8. 8인니 선원 모텔 감금 혐의 경호원들 송치(종합)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3일
  10. 10봉사·일·문화 등 다양한 분야 경험·재능 나눠
  1. 1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2. 2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3. 3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4. 4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5. 5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6. 6“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7. 7“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8. 8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9. 9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10. 10‘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송현화-Magic Air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3일 (음 9월 24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2일 (음 9월 23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이여가 가을 보름달을 바라보며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