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분이 177편을 보내주셨다. 올해 국제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심사는 별도 예심위원 없이 4인 심사위원이 모두 함께 본심을 진행했다. 먼저 각 심사위원이 각각 응모작 약 40여 편씩을 미리 심사한 뒤, 그 가운데 꼽은 작품을 추려 이를 다시 돌려가며 읽고 평가하는 방식을 택했다. 수련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일상 현실에서 포착한 제재를 내밀히 탐구하는 소설들이 대세였다. 현재진행형인 코로나19시대의 소설적 용해를 조감할 수 있었다. 최종 단계에서 8편을 돌려 읽었다. 두 작품에 논의를 집중했다.
‘벽해조어도‘는 늙은 어부의 가족사를 바다낚시 속에 버무렸다. 오락가락하는 아버지 ‘공장장’과 일찍 죽은 자식 ‘아범’의 애틋한 과거와 환상적인 현재를 세심하게 드러낸다. 필력이 바다를 보듯 옹골찼다. 대중에게 너무 익숙한 서사였고, 서사를 뛰어넘는 뭔가가 아쉬웠다.
‘마음의 거리’는 40대 중반 17년 차 치위생사이며 ‘사람의 첫인상을 치아 관리 상태로 판별’하는 여성 이야기다. 진행서사(치과의 점심 때 일상)와 회상서사(친어머니의 입원부터 죽음까지, 시아버지의 오랜 투병)를 조화롭게 오간다. 코로나19 시대 의료현장, 간병·돌봄 가족들의 모습, 다양한 ‘거리’를 풍부하면서도 핍진하게 그려낸다. 젊은 직장 동료에게 ‘생기가 사랑하는 자의 것’을 배우며, 사람들 사이의 ‘말로 넘을 수 없는 거리’를 좁혀가려는 중년 화자의 일상은,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이며 응원일 테다.
밑줄 그어 외우고 싶은 문장들도 곳곳에서 빛났다. 역시 기시감이 단점이었지만 여러 각도로 울림이 있는 ‘마음의 거리’를 당선작으로 뽑는다.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심금을 울리는 작품 많이 써주십사 부탁드린다.
심사위원=이상섭 정영선 전성태 김종광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