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시는 원심력과 구심력의 경계 위에 존재한다. 원심력은 끊임없이 일탈하고자 하는 본원적 의지이고, 구심력은 반드시 지켜야 할 형식에 기인하므로 복잡한 시대일수록 형식 미학은 더욱 강조된다.
정형의 가락 위에서 참신성과 시대성을 담보한다면 작품은 분명 돋보일 것이다. 응모한 500여 편의 작품은 대체로 그런 기준 위에서 내면 의식을 치열히 투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수와 수, 장과 장이 갖춰야 할 양식적 특성을 완벽히 소화하지 못했거나 흔히 사용되는 시어, 기시감이 느껴지는 상투성 등 잘라내야 할 사족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작품도 더러 있었다.
마지막까지 선자의 손을 떠나지 않은 세 작품을 대상으로 순위를 정하기로 했다. ‘한라주목’은 눈보라를 견디는 한라산 주목을 소재로 그 기개와 심연에 가 닿고자 하는 욕망을 노래한다. 연시조는 수와 수의 정체성을 유기적으로 끌어가는 능력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둘째 수 초장에서 시적 한계를 드러내면서 전체의 얼개를 무너뜨린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비단왕거미의 건축학’은 참신한 발상과 안정된 보법이 착실한 습작 과정을 보여준다. 거미집을 직조하는 모습을 섬세한 시각으로 묘사한 것이 이채로웠지만 앞에서 말한 상투성을 극복하지 못한 예가 되고 있다.
‘잔가지를 잘라내자 지저귐이 자라났다’는 우선 제목부터가 신선하다. 안정감은 다소 떨어지나 순간 포착의 시선이 좋고, 자신만의 시어로 구와 구를 견지하려는 자세에 믿음이 간다. 현대시조 창작에 있어 신선미는 다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미덕이다. 함께 보내온 다른 작품에서도 그런 자세를 견지하고 있어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는 데 동의했다.
당선의 영예를 안은 시인에겐 축하를 보내고, 선에 들지 못한 분들에게는 정진을 빈다.
심사위원=이달균 손증호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