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네. 창밖을 물끄러미 보다가, 잠깐 나갔다 올까 속엣말을 하며 문을 여는데 그새 희미해진 눈발이 비 되어 내린다. 그래도 나선 길, 다시 우산을 챙겨 들고 동네 주변을 좀 걸었다. 사무실로 돌아와 우산 위에 송골송골 맺힌 쓸쓸한 기분을 툭툭 털어내고 의자에 앉으니 전화벨이 울린다.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소식이다. 거짓말 같다는 말, 정말이다.
서면 영광도서에 서 있던 이십 대 초반 무렵의 내가 보였다. 서점 한 벽면을 가득 채운 수많은 시집들의 무게에 눌려 아, 저기 내 자리는 없겠구나 돌아서던 뒷모습. 그리고 시를 쓰지 못했다. 삼십여 년의 세월이 거짓말처럼 지나갔다. ‘나이 드는 게 편해’라는 위약을 매일 유산균처럼 먹었다. 날들과 계절이 오고 갔다. 마음이 견디기 힘들 때 시를 읽으니 조금 나아졌다. 나도 모르게 무너지는 마음일 때 그것을 잡아주고 버티게 해주는 힘. 다시 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이 똬리를 틀었다.
우연히 눈에 띈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정 공고. 학교에 가겠다고 하니 아내는 왜? 라고 묻지 않았다. 그래, 하고 싶었던 거 해. 눈물이 살짝 기쁜 마음은 잠시, 두려움이 피어오른다. 내가 시에서 얻은 위로만큼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시를 쓸 수 있을까. 이 상은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주는 것이리라.
김이듬 손택수 김참 심사위원님께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좋은 시를 써야 한다는 것. 꼭 갚아야 할 부채로 알겠다. 시에 대한 안목과 자세에 대해 가르침 주신 정홍수 류근 황인찬 이지아 선생님께 감사 인사 올린다. 아내 재인, 우리 아이들 성렬, 민서 고맙고 사랑한다.
▶약력= 1964년 부산 출생.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재학 중. 현재 월간 ‘오토카코리아’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