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3> 당면(唐麵)의 사회학

탕·전골서 쫄깃한 존재감…비빔당면·당면칼국수는 서민 소울푸드

  • 최원준 시인 · 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2-12-06 19:40:06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중국서 건너온 녹두전분 국수
- 1970년대 주요 식재료로 편입
- 볶음·조림요리서도 감초 역할
- 韓 전통 궁중음식이었던 잡채
- 中日 음식문화 영향 받아 진화

- 당면칼국수 면발 씹는 맛 일품
- 포만감 오래가 실용성도 갖춰
- 비빔당면, 어묵 채 등 고명 단출
- ‘빨리빨리’ 부산사람 기질 닮아

당면만큼 다양한 음식에 주·부재료로 널리 쓰이는 식재료도 드물 것이다. 부산에서 발달한 비빔당면을 비롯해 전 국민의 잔치 음식 잡채, 짜장 소스 듬뿍 올린 중국집 잡채밥 등이 대표적인 당면 음식이라 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부재료로서다양한 음식의 감초 역할 또한 톡톡히 하는 것이 당면이다. 불고기전골 만두전골 등 전골 요리나 갈비탕 감자탕 등 탕류나 찌개 요리, 낙지볶음 돼지두루치기 등 볶음요리, 찜닭 생선조림 등의 조림 요리 등에 입가심이나 식사용 ‘국수 면’으로, 심지어 만두나 순대, 김말이 등의 음식에 ‘속 재료’로도 그 주연급 지평을 넓힌 지 오래다.

■ 전면에 등장한 당면

비빔당면은 미리 삶아놨다가 주문과 함께 바로바로 장만해 내놓는 점 또한 매력이다.
이처럼 우리 음식 속에서 당면의 두드러진 활약은 그만큼 당면의 실용적인 측면을 우리 민족이 제대로 간파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이 당면은 언제 우리 음식문화의 전면에 등장하게 되었을까? 당면은 말 그대로 ‘중국(唐)에서 건너온 국수(麵)’이다. 옥수수전분을 쓰는 우리와는 달리 주로 녹두 전분으로 면을 뽑아 쓴다. 300여 년 전 중국 산둥성에서 ‘펀쓰(粉絲)’라는 이름으로 개발된 것으로 보이며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일제강점기로 약 100년 전쯤 된다.

원래 중국 사람들이 들여와 중화요리의 식재료로 활용했고, 그 기술을 익힌 일본인이 국내 생산을 시작했으며, 1920년대에는 사리원에 최초로 우리나라 사람 양재하가 광흥공창이라는 당면 공장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생산해 일본에까지 수출한다. 이후 일본도 본토에서 당면을 생산해내는데, ‘봄비처럼 가는 국수’라 하여 ‘하루사메(春雨)’라는 운치 있는 이름으로 유통되었다. 100년 전 동아시아 삼국 모두가 조리해 먹던 국수가 당면이었다.

■ 한·중·일 합작이 낳은 음식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는 당면 묶음.
이 당면으로 최초 만들어진 우리 음식이 지금의 잔치 음식 ‘잡채’이다. 원래 우리의 전통적인 잡채 요리는 당면이 들어가지 않았다. 여러 가지 나물을 채 썬 것과 소고기 등 육고기를 함께 참기름 등에 볶아낸 전통 궁중음식 중 하나였다. 말 그대로 ‘여러 가지가 섞인(雜) 나물(菜)을 볶아낸 음식’이다.

그러던 것이 그즈음에 기존 잡채에 중국 당면을 섞고 일본간장으로 간을 하여 버무린, 지금의 잡채가 탄생한다. 개항기와 일제강점기 전후로 우리 땅에는 중국 사람들과 일본인, 조선인들이 함께했다. 이즈음에 중국에서 당면이 들어오고, 일본 사람들의 실용적이면서 감칠맛 좋은 일본식 장류, 그리고 우리 본연의 음식이 어우러진 것이 지금의 잡채의 원형이다.

그렇게 이 땅에서 동아시아 삼국의 음식문화가 혼재해 탄생시킨 것이 우리네 잔치 음식인지금의 잡채라는 것. 그렇게 우리나라 식재료로 편입한 당면은 이후 우리 음식의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며 정착한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한국전쟁 이후 ‘밀’은 무상 원조물자로, 저렴한 수입 가격으로, 쌀을 대신하는 값싼 식량이 된다. 이후 밀가루를 중심으로 한 분식 문화가 발달했고, 정책적으로도 쌀 대신 혼분식을 주식으로 유도하는 시대적 분위기가 조성된다.

특히 1970년대는 분식이 장려되고 혼식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식당에서는 일주일에 두 번, 시간 별로 쌀밥을 내지 못하게 법으로 정해 두었고, 학교에서도 혼식을 유도하기 위해 학생들의 도시락까지 까서 일일이 검사하던 때였다. 일명 ‘혼분식 장려 운동’이다. 벌써 50년이 훌쩍 지나간 시절의 이야기이다.

■ 갈비탕·설렁탕에도 퐁당

당면과 칼국수가 어우러진 당면칼국수.
그 시절 국민 대다수가 절미운동에 참여했고, 식당마다 혼분식 메뉴를 개발해 팔았다. 한식 메뉴인 갈비탕이나 설렁탕에 지금처럼 당면과 국수가 들어가게 된 것도 바로 이즈음, 이런 연유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국수를 중심으로 한 밀가루 음식과 당면을 중심으로 한 전분 음식이 우리 한식에 당당히 편입하게 된다. 이런 시대적 요구와 환경이 중국의 국수, 당면을 우리 음식의 주요 식재료로 적극 활용하는 계기가 된다.

특히 분식 문화에 비교적 일찍 적응한 부산은 당면을 다양한 음식의 부재료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본연의 국수 음식으로도 개발할 정도로 창의적이고 실용적이었다. 그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비빔당면과 당면 칼국수이다. 당면은 당시 값이 비교적 싼 데다 쫄깃한 식감과 쉬 퍼지지 않는 성질 때문에 부산 사람들 성정과 잘 어우러지는 안성맞춤의 식재료였다.

부산의 당면은 밀가루 음식과 함께 상호 보완재로 발전하게 된다. 밀가루 음식은 부드럽고 술술 잘 넘어가기는 하지만 쉬 퍼져, 부산 사람들이 선호하는 쫄깃한 식감에 제대로 미치지 못한다. 그 대안으로 잘 퍼지지도 않고 쫄깃한 식감에 한 그릇 술술 잘 넘어가는 당면이 밀가루 음식의 보완재로 널리 인기를 얻게 된다.

■ 비빔당면·당면칼국수와 부산

그 대표적인 음식으로 칼국수에 당면을 섞은 당면 칼국수가 있다. 칼국수 면발과 당면이 어우러지면서 쫄깃쫄깃 꼬들꼬들 씹는 맛이 일품인 부산의 특별한 칼국수이다. 부산 사람이 당면 칼국수를 선호하는 첫 번째 이유는 칼국수와 비교해 포만감이 오래가고 든든하다는 실용성 때문이었다. 또 칼국수와 당면이 함께 제공되기에 부드러운 감칠맛과 쫄깃한 식감을 그릇을 내려놓을 때까지 계속 즐길 수 있기에 맛의 다양성이 빛나는 음식이다.

또 하나, 부산 사람들의 기질이 잘 반영된 음식 중 하나가 비빔당면이다. 잘 퍼지지 않기에 미리 삶아놓고 준비해 두었다가 주문과 함께 바로 장만해 주는 방식, 즉석에서 바로 비벼 먹는 음식이 비빔당면이다. 부산 사람들의 ‘빨리빨리’ 식사법에 가장 적합한 음식이다.

오로지 당면과 부산 식재료인 어묵 채, 정구지(부추), 단무지 등 고명도 단출하다. 그런데도 한 그릇 후루룩하고 나면 오래도록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효용이 크다는 뜻이다. 그리고 당면 위에올리는 매운 양념의 얼얼한 맛과 패스트푸드 형태 바쁘게 먹고 가는 식사 형태가 평소 화끈하고 급한 부산 사람들의 기질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부산 사람을 닮은 부산의 소박한 서민 음식이자 부산에 와야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음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미식 도시로서 아주 중요한 요건 중에는 지역 음식의 유래와 역사적 고찰, 지역민과 지역 음식의 유대감, 음식문화화의 노력이 있다. 이를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콘텐츠나 스토리텔링 또한 중요하다. 부산의 향토음식, 비빔당면이 그길을 제시하고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2. 2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3. 3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4. 4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5. 5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6. 6‘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7. 7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8. 8[기고]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9. 9부산으로 이주하고, 먼 여행 떠나고…두 작가 그림이 달라졌다
  10. 10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3. 3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4. 4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인호 HUG 사장 지명
  5. 5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6. 6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7. 7[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8. 8이 대통령, 법무장관 후보자에 이용철 지명…국세청장엔 안덕수
  9. 9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10. 10'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1. 1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2. 2‘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3. 3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4. 4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시대 성큼... 카드소비 1조 돌파
  5. 5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6. 6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7. 7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8. 8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9. 9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10. 10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1. 1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2. 2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3. 3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속보]혼자걷던 여성 5차례나 범죄대상 물색, 성폭행 혐의 30대 男 징역 4년 선고
  7. 7농어촌 기본소득 공모 탈락 거창군, 자체 조례 제정해 ‘거창형 기본소득’ 추진
  8. 8신비로운 심해로 초대합니다 해운대빛축제
  9. 9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10. 10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3. 3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알쏭달쏭 한자어 오독 소동 外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 마리 해슬리-Gymnopedies(짐노페디)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극락암 벚나무 /홍종원
곰 두 마리 /황인숙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5일 (음 9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4일 (음 9월 2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깊어가는 가을에 밤하늘 별을 읊은 이덕무의 시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