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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아우른 대문호의 궤적…문학·법학·지역문화로 풀다

나림 이병주 문학콘서트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2-12-04 20:00:25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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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 문학평론가 김종회·남송우
- 법학자 하태영 속도감 있는 열강
- 100권 이상 쓴 괴력 등 흥미진진
- 참석자 기념사업 확대 한목소리
- ‘언론인 이병주’ 재조명 주장도

강연을 마친 형법학자 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문학평론가 김종회 ㈔이병주기념사업회 공동대표가 지난 2일 부산 서면 영광도서 8층 문화홀에서 열린 ‘대문호 나림 이병주 문학콘서트’에서 열강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나림 이병주(1921~1992) 선생은 국제신문을 참으로 사랑했다. ‘국제신보’(현재의 ‘국제신문’) 상임논설위원(1958)을 거쳐 주필 겸 편집국장(1959~1961)으로 일할 때 ‘도청도설’을 지면에 손수 신설했다. 그 ‘도청도설’은 지금도 국제신문에 실리고 있다.” 그가 말을 이었다. “타계 30주기를 맞아 국제신문 후배들이 기획하고, 부산 예술·문화 정책을 주도하는 부산문화재단이 동참하고, 여러 강사와 예술인뿐 아니라 아들 이권기 경성대 명예교수도 참석해, 문학을 사랑하는 시민과 함께 문학콘서트를 열었다. 참 흐뭇하시겠다.”

‘대문호 나림 이병주 문학 콘서트’가 지난 2일 부산 서면 영광도서 8층 문화홀에서 국제신문·부산문화재단 주최, ㈔이병주기념사업회·이병주문학관·영광도서 협찬으로 열렸다.

이미연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렇게 인사말을 했다. “이병주 작가께서 왕성하게 활동할 당시 세간에 이런 말이 있었다는 것을 최근 알았다. ‘한국의 독자는 둘로 나뉜다. 이병주를 많이 읽은 사람. 이병주를 적게 읽은 사람’. 저는 후자에 속한다(웃음). 부산문화재단이 국제신문과 함께 이병주 작가를 부산·울산·경남을 잇고 아우르는 문화 상징 인물로 재조명하는 기획을 진행하면서 비로소 조금씩이나마 그의 가치를 실감한다. 오늘 행사를 좋은 계기로 삼고자 한다.”

이 대표이사가 말한 “부울경을 잇고 아우르는 문화 상징 인물로 재조명”은 이날 문학콘서트 기획의도의 핵심이었다. ‘하동에서 태어나 진주에서 배우고 마산에서 활약한 뒤 부산에서 절정을 이루고 서울로 가 문학산맥을 일군’ ‘가없이 너른 숲’(작가 이병주의 호 나림·那林의 뜻) 이병주 작가를 우리 지역(경남·울산·부산)을 고루 보듬는 문화 인물로 되살리자는 다짐이 이 행사에서 생생하게 쏟아졌다.

배재한 국제신문 사장은 이렇게 다짐했다. “올해 국제신문은 이병주하동국제문학상의 상금을 대상 2000만 원(기존 1000만 원) 연구상·경남문인상 각각 500만 원(기존 각각 300만 원)으로 올리는 데 앞장섰다. 그뿐 아니라 최근 2, 3년간 나림 이병주 작가를 재조명하는 기사를 꾸준히 기획했다. 그는 우리 지역이, 한국이 낳은 대문호이다. 앞으로 그를 기리고 조명하는 사업을 더욱 열심히 펼치겠다고 약속드린다.”

인사말을 하는 이병주 선생의 아들 이권기 경성대 명예교수.
강연은 세 강사가 잇따라 각각 20분 이내로 핵심을 간결하게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시도는 효과를 봤다. 문학평론가 김종회 ㈔이병주기념사업회 공동대표, 법학자 하태영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학평론가 남송우 부경대 명예교수가 강연을 맡았다. 각각 이병주 문학·형법학·지역문화와 문학 부문에서 내로라하는 권위자인 이들은 자기 관점에서 본 대문호 나림 이병주를 속도감 있게 풀어냈다.

김종회 공동대표는 ‘소설과 에세이집을 합쳐 100권 이상 책을 내고 여러 권짜리 대하소설을 비롯해 장편소설만 40여 편을 쓴’ 작가 이병주의 괴력과 보편성·확장성을 이병주의 작품 속 문장을 방불케 하는 흥미진진한 입담으로 들려줬다. 하태영 교수는 부산 인문학 강연계의 ‘스타’로 떠오를 조짐을 보여줬다. 그는 법학자로서 ‘이병주 문학세계를 이루는 삼층집’을 설정한 뒤 1960년대 독재 시절부터 줄기차게 사형제 폐지 등을 주창하며 ‘근대성’을 향해 항진해 간 나림의 법사상을 설명한 뒤 이병주와 나누는 가상의 대화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남송우 명예교수는 ‘경기를 매조지는 강력한 마무리 투수’처럼 등판했다. “대문호라는 명칭에 참으로 걸맞은 희귀한 작가인 나림을 오늘에 되살리는 사업을 지금부터 구체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강남주 시인·소설가(전 부경대 총장)는 “나림은 대문호였을 뿐 아니라 언론인으로서도 탁월하고 거대했다. ‘언론인 이병주’ 또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문화유목집단 동행(대표 정두환)이 마련한 이병주 애창곡 연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강소연과 반도네온 연주자 김종완이 ‘부베의 연인’과 ‘황성옛터’를 연주했다. 강연 내용과 잘 어울린 연주가 100여 명 청중을 휘감으면서 앙코르 요청이 쇄도했다. 앙코르 요청에 관해 미처 연주자들과 상의하지 못한 주최 측은 당황했다. 그런 순간도 잠시, 강소연·김종완은 이내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 도입부를 멋지게 연주해 문학콘서트를 진짜 ‘콘서트’로 만들었다. 이날 청중을 위한 경품은 ‘이병주 평전’(안경환 지음) ‘밤이 깔렸다’(하태영 지음) 그리고 이병주의 작품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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