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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데시벨’의 김래원

“저보다 작품이 빛나는 연기” 그의 진정성 제대로 터졌다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2-11-15 19:34:54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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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음에 반응하는 폭탄테러 저지
- 전직 해군장교 활약 그린 작품

- 대역 화려한 액션 보여주기보단
- 투박하더라도 직접 몸던져 연기
- 상대역 이종석 역할 소화 대단
- 한석규 선배 조언 큰 자극됐죠

17세에 데뷔해 어느덧 25년 차 배우가 된 김래원이 도심 곳곳에 설치된 소음 반응 폭탄의 테러를 막기 위해 몸을 던졌다. 한국 영화에서 처음 시도되는 사운드 테러 액션 영화를 표방한 ‘데시벨’에서 6시간 동안 해군 제복을 입고 사투를 벌이는 것이다.

독특한 소재의 ‘데시벨’은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으로 도심을 점거하려는 폭탄 설계자 태성(이종석)과 그의 타깃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 도영(김래원)의 대결을 그린다. 둘 사이에는 1년 전 다국적 해상 연합훈련에 참가했다가 복귀하던 해군 잠수함에서 벌어진 한 사건이 자리하고 있다. 김래원은 딸과 아내를 비롯해 무고한 시민의 피해를 막기 위해 폭탄 테러를 막아야 하는 도영 역을 맡았다.

‘데시벨’은 시사 이후 오랜만에 테러 액션 영화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영화라는 호평을 받았다. 김래원을 비롯해 함께 출연한 이종석, 차은우, 정성훈 등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당연히 흥행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래원은 “영화사 대표님이 ‘너 대표작이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대표님이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까 자꾸 내심 기대를 하게 되지 않나. 그래서 겸손하고 소박한 마음가짐을 하려고 하고 있다”며 웃었다.

“소음이 커지면 터집니다. 다음 타깃은 축구 경기장이에요”라는 테러범의 전화와 함께 폭탄 테러의 한가운데로 빠져드는 영화 ‘데시벨’에 대한 이야기를 김래원에게 들었다.

■축구장, 워터파크, 그리고 자동차

영화 ‘데시벨’에서 소음 반응 폭탄 설계자로부터 전화를 받고 테러의 타깃으로 지목된 전직 해군 부함장 강도영 역의 김래원. 그는 이번 영화에서 상대의 역할도 함께 빛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마인드마크 제공
‘데시벨’은 소리에 반응하는 폭탄 테러가 중심에 있다. 그리고 김래원은 이를 막거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심 곳곳을 뛰어다닌다. 제작진은 컴퓨터그래픽을 최소화하고 실제 폭약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기 때문에 액션 장면은 그 어느 영화보다 위험했다. 하지만 김래원은 99%의 액션을 직접 해냈다. 그는 “원래 반 정도는 액션팀 대역이 하기로 협의를 했었다. 그런데 제가 현장에 가면 위험을 가리지 않고 직접 하는 스타일이라 직접 했다. (대역을 써서) 화려한 액션을 보여줄지, 아니면 (제가 직접 해서) 진정성을 보여줄지를 선택한 것이다. 동작 하나하나에도 감정이 담기는 상황인데 화려하고 멋지게 대역을 쓴 액션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투박하더라도 감정을 따라가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서 제가 직접 액션을 했다”고 위험을 무릅쓰고 액션을 직접 연기한 이유를 전했다.

그에게 첫 번째 찾아온 숙제는 축구장 장면이다. 관중이 있고, 축구 경기가 펼쳐지는 장면은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촬영했지만 VIP 스카이박스에서 아이를 구하는 폭파 장면은 세트에서 촬영됐다. 김래원은 “폭파와 함께 꼬마 아이를 성인 남자가 달려가 덮치듯 안아서 보호해야 하는데 혹시나 아이가 다칠까 봐 걱정됐다. 그래서 아이와 더미(인체 모형), 두 가지 버전으로 연기를 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아이인지 더미인지 구분이 안 되더라”며 안전을 중요시했던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또 하나의 난제는 바로 수중 폭탄 해체 장면이었다. 워터파크에서 촬영된 이 장면은 물속에서 장시간 촬영해야 했다. 이 장면이 가장 힘들었다는 김래원은 “진짜 죽는 줄 알았다. 수중 촬영 전문 감독님도 이틀째 ‘아니 저 배우 힘들 텐데 왜 저러고 있지’ 하셨다더라. 저만 힘든 줄 알았는데 전문 수중 촬영 팀들도 메스꺼워하고,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며 고개를 휘저었다. 스태프들은 김래원을 보며, 김래원은 스태프들을 보며 ‘힘들어도 저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일심동체가 됐다.

그리고 마지막은 자동차 추격 장면이다. 실제 도로와 인도를 달리며 기물들과 부딪치는 장면이기 때문에 운전을 하는 김래원과 옆자리에 함께 타고 있는 정상훈도 부상당할 수 있는 아찔한 장면이다. 그는 “이 장면도 제가 직접 운전할지, 아니면 컴퓨터그래픽으로 배경을 처리하고 촬영할지 선택해야 했다. 결국 황인호 감독님과 상의 끝에 제가 직접 운전했다. 도로의 기물과 화단 등에 부딪히며 운전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 범퍼가 다 떨어지고 불꽃이 튀었다고 하더라. 제 얼굴은 잘 안 나오는데, 옆에 있던 상훈이 형은 연기할 필요 없이 잘 나왔다”며 직접 연기한 것에 만족해했다.

■자신이 아닌 영화를 위한 연기

영화 ‘데시벨’의 한 장면. 마인드마크 제공
‘가장 보통의 연애’ 이후 3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김래원은 ‘데시벨’에서 액션을 비롯해 다양한 감정 연기를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촬영 전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그는 “애초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흐름에 맞게, 과장되지 않게 잘 따라가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글로 읽었을 때는 너무 재미있고, 이야기도 좋았는데 막상 그것이 영상으로 담겼을 때 진정성을 지니려면 과장되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시종 폭탄 테러를 막으려는 도영의 시선과 입장에서 진행되는데 관객이 ‘저게 말이 돼?’라고 느껴지면 리얼리티가 떨어지고, 긴장감마저 잃게 될 것을 염려한 것이다. 이어 “다른 배우분들과의 호흡과 극의 흐름이 지닌 밸런스도 많이 신경을 쓰면서 연기했다”며 자신보다는 영화 전체의 조화를 중요시했던 연기 포인트를 설명했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김래원은 “지금까지 작품을 하면서 제가 맡은 역할이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서 연기를 해왔다. 그런데 이번 ‘데시벨’은 제가 빛나기보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위한 연기를 했다. 이것은 저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며 “개인에 대한 것을 내려놓고 전체에 대한 비중을 두고 연기하려 했다. 지금은 그렇게 하려는 과정에 있고, 이번 작품은 그게 적절하게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도 연차가 쌓이면서 점점 나무보다는 숲을 보게 된 것이다.

특히 ‘데시벨’은 김래원이 끌고 가는 영화이긴 하지만 그에 맞서는 태성 역의 이종석이나 그를 도와주는 기자 역의 정상훈과의 ‘케미’도 중요했다. 또한 과거 해군 잠수정 장면에서는 이종석, 차은우, 조달환을 비롯한 승조원 44명과의 자연스러운 호흡이 중요했다. 그 점을 잘 알고 있는 김래원은 “촬영 시작하면서부터 ‘데시벨’은 이종석의 역할이 살아야 하는 영화라고 했다. 그래서 함께 하는 매니저에게 ‘내가 이것을 중간에 잊더라도 다시 인지를 시켜달라’고 부탁했다. 제 촬영이 아닐 때에도 현장에서 이종석, 차은우의 연기를 모니터하며 그들의 흐름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전체 흐름을 중요시했던 촬영 현장을 거듭 강조했다. 영화에서 시종 긴장감을 안겨준 이종석에 대해서는 “그는 대단했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 계속 물어보고, 의견을 듣고 싶어 하고, 그 의견을 자기식대로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연기할 때도 좋았지만 완성본을 보고 나니 더 좋았다”고 칭찬했다.

이뿐만 아니다. 잠수함 부함장 역의 김래원은 제작진에게 촬영 전 승조원들과 따로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부탁해 함께 식사하며 뭔가 끈끈한 감정을 가지려고 했다. “그 자리에서 내가 잠수함의 책임자니까 따라와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모두 다 열심히 촬영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잠수함 장면에서는 주조연은 물론, 단역까지도 실제 동고동락한 전우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40대에 들어서면서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은 김래원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 바로 ‘연기 장인’ 한석규다. 김래원은 “정말 오랜만에 한석규 선배님과 통화했다. ‘너 이제 시작이야. 지금까지 연습했다고 생각해라. 너는 정말 재능이 많고 할 게 많은 배우다. 정말 한번 잘해봐라’라는 말씀을 굉장히 찐하게 해 주셨다”며 “다시 한번 긴장하고 마음을 다잡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 “이제 실눈이 떠져서 앞만 보다가 살짝 옆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너무 겸손하게 표현한 김래원.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는 그이기에 한석규의 말대로 이제부터 더 깊고 넓어진 연기 인생 2막이 펼쳐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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