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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140> 도서관운동가 백승남·어유선의 인물 이야기 ‘우리 도서관의 선구자 박봉석’

韓 최초의 사서 박봉석, 그가 씨앗 뿌린 도서관·책의 서사

  •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2-10-30 19:32:46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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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 운동 백승남·어유선 작가
- 조선인 첫 사서 박봉석 업적 기록
- 광복·미군정·한국전쟁 등 파란 속
- ‘1군 1도서관’ 운동 등 역사 조명

- “현재 우리가 누리는 도서관 혜택
- 힘든 시절 뿌린 씨앗서 피어난 것
- 세상 곳곳 책으로 가득하길 꿈 꿔”

“자전거 도서관 시는 인류를 구원할 세 가지이다.” 오스트리아 신학자이며 철학자인 이반 일리치의 말이다. 매연을 내뿜지 않는 자전거 페달을 두 발로 밟고 부드럽게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도서관으로 가서 시를 읽는 것.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한 사람을 구원하는 세 가지이기도 하다.
경기도 의왕시 내손1동 주민센터 별관 ‘내손책고운 도서관’에서 ‘우리 도서관의 선구자 박봉석’을 쓴 어유선(사진 왼쪽) 백승남 작가를 만났다.
도서관을 처음 만났을 때, 필자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시골마을에 살았는데, 책이 귀했다. 어린이를 위한 책은 더 귀했다. 어느 날 학교에 도서관이 생겼다. 만화책 동화책 과학책 잡지…. 천국이었다.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학교 도서관 만들기 정책이 시행됐던 것이라는 사실을 후에 알았다. 수업이 끝나면 몰려드는 아이들을 감당할 수 없어 학년별로 이용할 수 있는 요일이 정해졌다. 정해진 요일에만 도서관에 가는 걸 기다릴 수 없어 도서관 청소 당번 학생을 뽑을 때 자원했다.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볼 수 있었기에 청소도 신났다. 누가 이렇게 행복한 공간을 생각해낸 건지 어린 마음에도 궁금했다. 그 시절의 물음에 답을 주는 책을 만났다. 백승남, 어유선 두 명의 저자가 쓴 ‘우리 도서관의 선구자 박봉석’이다. 경기도 의왕시에서 저자들을 만났다.

■ 도서관 사랑하는 두 사람이 쓴 책

우리 도서관의 선구자 박봉석- 백승남 어유선 지음/마음이음 / 2022
백승남과 어유선은 책읽기 모임, 마을공동체, 그리고 작은도서관과 관련된 도서관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서 동화책의 매력에 빠진 어른들과 백승남이 1997년에 ‘금천 동화 읽는 어른 모임’을 만들었다. 얼마 후 어유선이 모임에 들어왔다. 새로운 회원이 계속 들어오면서 동네 어린이도서관을 만들자는 마음이 모아졌다. 그렇게 2002년에 ‘금천구 은행나무 어린이도서관’이 태어났다. 두 사람은 첫 만남 이후로 같이 활동할 때도 있고, 각자 다른 일을 할 때도 있지만 지금까지 마음 잘 통하는 동지다. 책을 좋아하고, 책이 가득한 도서관을 사랑하고, 작은도서관을 함께 만들고 활동해 온 인연으로 이 책도 함께 썼다.

두 사람을 만난 곳은 경기도 의왕시 내손1동 주민센터 별관에 있는 ‘내손책고운 도서관’이다. 공립작은도서관으로 온라인 대출 신청으로 공공도서관의 도서를 배출하고, 반납도 할 수 있다.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주민들과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도서관에서 만났으니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부터 나왔다. 두 사람은 가끔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작은도서관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도서관이 만들어지면서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하면서도 우리 도서관의 씨앗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최초의 사서인 박봉석 선생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두 사람이 한 마음으로 하는 말이다.

어유선은 대학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했는데, 작은도서관 운동을 하면서 다시 문헌정보학을 공부했다. 박봉석 사서에 관한 자료를 찾아 기본 얼개를 구성했다. 동화작가인 백승남은 그것을 독자의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상상력을 보태 이야기로 썼다. 차분한 어유선, 활달해 보이는 백승남 두 사람은 얼핏 성격이 다른 듯 보였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손발이 잘 맞는 최상의 파트너이다.

■ 격동의 세월에서 피어난 우리 도서관

‘우리 도서관의 선구자 박봉석’은 일제강점기와 광복 후 미군정기라는 격동의 세월 속에서 피어난 국립중앙도서관을 지켜온 박봉석 사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린이부터 읽을 수 있도록 동화 형식을 빌렸지만, 어른들도 읽을 수 있는 인물 이야기이다.

박봉석은 1905년 경남 밀양의 산골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총명했고, 배움에 대한 의지가 컸다. 이런 점을 높이 산 한 스님의 도움으로 중앙공립보통학교를 거쳐서 중앙불교전문학교에서 공부했다. 졸업 후에 조선총독부도서관에서 말단 사무원으로 일하다가 사서 자격 시험에 합격했다. 사서 시험에 합격한 조선인 최초의 사서였다. 박봉석 사서는 일본인들의 눈을 피해 조선총독부도서관 지하 서고에서 우리 민족의 책을 보면서 언젠가는 이 책이 세상에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이 만든 분류표로는 분류할 수 없는 우리 책을 위한 분류표도 연구하면서 만들었다. 총독부도서관 사서였기에 그 안에 있는 우리 책과 자료들을 보존하는 일을 할 수 있었다. 일본이 연합군에 항복했을 때는 도서관장 오기야마 히데오를 찾아가 서가와 도서관 열쇠를 내놓으라고 설득했다. 우리 책을 일본으로 가지고 가거나 불 질러 버릴까봐 초조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박봉석이 지켜낸 책들이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도서의 기초 자료가 되었다.

광복 후부터 6·25전쟁이 터지기까지 남한의 도서관은 국공립과 사립을 합쳐 34곳이었다. 박봉석은 전국의 도서관을 지키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노력했다. 국립도서관학교를 만들어 사서들도 키워냈다. 그때 나온 사서들이 우리나라 공공도서관들의 큰 일꾼들이 되었다. ‘1군 1관 도서관’ 운동도 벌이고, 조선서지학회를 만들어 책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바탕도 마련했다. 미군이 도서관 소장도서를 가져가려고 할 때도 맞서서 책을 지켜냈다. 6·25전쟁 통에 도서관이 파괴될까봐 노심초사하며 끝까지 도서관을 지키던 박봉석은 북한으로 끌려갔다. 그 후의 행적은 알 수 없다. 다만 국립중앙도서관에 있는 ‘북한 총람. 1968년’에서 “1954년까지 인민지 사에서 잡부로 일함, 1958년경 함경남도 북청 과수농장 노동자로 이주함”이라는 기록만 볼 수 있다.

책에는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일제강점기 도서관의 현황, 근대 우리 도서관의 역사, 사진으로 보는 도서관의 모습 등이 담겨 있다. 본문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는 부록에서 볼 수 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도서관의 혜택은 어렵고 힘든 시절에 뿌려진 씨앗에서 피어난 것이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 도서관이 만들어지고, 지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백승남과 어유선은 세상 곳곳에 책으로 가득한 도서관이 있는 꿈을 꾼다.

※2017년 1월부터 연재한 ‘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이 오늘 140회로 끝납니다.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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