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지난달 28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에서 제3회 부마항쟁문학상 심사가 열리고 있다. 오른쪽부터 강영환 이성모 조갑상 김문주 안미란 남호섭 이순욱 조봉권 심사위원.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제공 |
# 민주화의 열망 시집에 담아…시적발상 참신·세계관 뚜렷
자유와 정의, 민주와 인권, 평화 등의 가치를 오늘의 우리 현실 속에서 새롭게 형상화한 작품을 기대하였다. 바람과는 달리 공모에 참여한 다수의 작품(시집 포함)이 전년과 동일하게, 1980년대 민중시 계열 참여시를 답습하거나 재현한 이념적 편향에 머물러 있었다. 피억압을 전제로 지나치게 부풀린 대립적 이념을 앞세운 시적 발화, 혹은 자기지시적 세계관에 함몰되어 삶에 관한 통찰과 독자와 공감하는 울림의 세계로 나아가지 못했다.
최종 심사에서 논의한 후보자는 두 사람이었다. 참신한 시적 발상과 새로운 시적 세계관을 뚜렷이 드러낸 이를 수상자로 선정하였으나, 공교롭게도 불과 얼마 전 다른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이에 문학상 중복 수혜 불가 원칙에 의거해 배제하고, 최종심에 올랐던 정선호 씨의 시집 ‘바람을 낳는 철새들’을 수상시집으로 선정하였다.
이는 등단 이후 줄곧 창원지역 민주화의 역사를 시로 형상화해온 그간의 시적 궁구(窮究)와 시집에 담긴 민주화의 열망을 높이 평가한 데에 있었다. 아쉬운 점은 정선호 씨의 시적 발화가 시인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개인적 담론이기는 하나, 시적 표상으로 새롭게 체현되는 서정의 감동, 시를 통해 감지되는 정신의 선득함, 가슴을 치는 통절함이 따르지 못했다는 것을 덧붙여 둔다. 강영환 시인, 이성모 문학평론가
# 비극 기록 문학적으로 승화…폭력의 역사 생생히 그려내
‘부마민주항쟁의 정신을 우리의 현재적 자산으로 기억하기 위해’ 상을 제정하였다는 부마항쟁문학상의 취지는 문학적 기억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고통의 역사를 소환하여 이를 우리의 현실 속에서 살아있는 가치로서 기억하는 일이란, 그 역사적 사건들이 종결된 과거가 아님을, 그래서 불러내어 다시 돌아보아야 할 현실의 자산임을 전제한다.
여순사건을 다양한 측면에서 형상화한 정미경의 단편집 ‘공마당’은 그 폭력의 역사를 생생한 삶의 질감으로 그려낸다. 그 비극의 역사가 얼마나 참담한 반인간적 상황이었는지, 그 끝에 남겨진 자들이 겪었던 갖가지 트라우마를 정미경의 소설들은 수월하게 부조해낸다.
특히 그녀의 작품을 떠받치고 있는 남도의 사투리는 그 말이 품고 있는 고유한 정동(情動)을 생생하게 실현함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비극의 역사적 현장과 삶의 슬픔을 고스란히 겪게 한다.
정미경의 소설은 문학 언어의 탁월한 기억술을 실천적으로 보여준다. 개인이 겪은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고 그러한 작업을 통해 남겨진 자의 슬픔과 상처를 위무해왔던 정미경은 자신의 소설을 통해 사건(事件)들을 문학적으로 승화시키는 문학적 기억술의 한 지평을 우리 문학사에 제시해주었다. 수상자에게 진심으로 축하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조갑상 소설가, 김문주 전성욱 김경연 문학평론가
# 제주4·3항쟁 현재와 교차…완성도 높은 작품 보여줘
출판된 작품과 미발표 원고를 합한 접수 건수는 모두 23편이었다. 여기에 해당 기간 아동청소년문학 잡지에 발표된 단편동화 126편과 동시를 예심 심사대상에 포함시켰다.
심사대상 작품은 ‘자유와 정의, 민주와 인권, 평화 등의 가치를 우리 현실 속에서 새롭게 형상화한 작품 발굴’을 목표로 하는 문학상 취지에 대체로 부합했다.
동화의 경우 소재적 측면에서는 국가폭력, 사회적 재난, 일상 속 민주주의 등 다양한 곳을 주목하는 작가적 시선이 돋보였다. 그러나 단순 해설에 그쳤다든지, 개연성 없는 사건의 나열에 머물렀다든지 하는 치명적 결함을 드러낸 작품이 많아 아쉬웠다.
동시의 경우 생활 속에서 놓치기 쉬운 사소한 것들에서 깊은 통찰과 연대의식을 보여주는 작품이 눈에 띄었다.
본심에 오른 동화 3편과 동시 작품집 1권을 대상으로 숙고와 논의를 거듭한 결과 ‘4월, 그 비밀들’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제주 4·3항쟁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현재 청소년이 겪는 학교 폭력 문제를 교차하여 완성도 높은 문학적 형상화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좋은 작품이 선정되어 기쁘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부마항쟁의 의의와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아동청소년문학이 풍성하게 창작되기를 바란다. 남호섭 안미란 동화작가
# 올해 신설 기록문학 부문…아쉽게도 수상작 못 찾아
기록문학은 사회문제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는 르포르타주(보고문학)나 논픽션, 자전적 경험을 담은 수기, 특정한 역사 사건에 참여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문학적 가공을 거친 글을 포괄한다. 기록과 허구 사이 경계가 모호하기도 하지만, 역사적 자각이나 시대 요청과 관련한 기록이라 볼 수 있다.
기록문학은 민주문학(항쟁문학) 층위를 확장하며 기존 사료에서 결락된 새로운 사실 또는 기록의 발굴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오롯하다. 제3회 부마항쟁문학상 ‘기록문학’ 부문 응모작은 2편이었다. ‘부마민주항쟁-그날 함성의 맥을 찾아서’는 8장으로 구성한 학술적 글쓰기로, 기록문학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었다. ‘5월의 지리산’은 기록문학에 부합하지만, 가족사나 자기 체험을 통해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을 유기적으로 조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를 지녔다.
이런 점에서 처음 마련한 기록문학 부문에서 수상작을 못 낸 것은 안타깝다. 기록문학의 문학적 성취는 단순히 국가폭력 실상을 고발하고 한 개인의 체험을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데 있지 않다. 기록의 강박을 벗어나야 하며 자전적 경험을 넘어 역사적 보편성과 진실성을 확보하는 데까지 가야 한다. 앞으로 부마민주항쟁의 정신, 즉 자유와 정의, 민주와 인권, 평화 등의 가치를 담은 기록문학이 폭넓게 나오기 바란다. 이순욱 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 조봉권 국제신문 기획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