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이 코발트 빛 식물로 생기 가득하다. 도자로 피워낸 꽃은 익숙한 듯 새로운 형태가 의미심장하다. 한 나뭇가지에 핀 꽃의 종류도 제각각. 다른 한편에는 꽃을 쌓아 올린 기둥이 공간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주위엔 흩날려진 꽃 오브제가 놓여 마치 푸른 빛 환상 숲을 산책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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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은필 작가의 ‘흔적의 모양’ 전시장 전경. 어컴퍼니 제공 |
‘블루’를 모티브로 작업하는 조은필 작가의 개인전 ‘흔적의 모양’이 다음 달 1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갤러리 어컴퍼니의 첫 프로젝트로 선보인다. 작가는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식집사’를 자처하며 베란다 꽉 차도록 집에 들인 식물을 관찰하면서 놀라움과 반가움의 순간을 작업으로 옮겼다.
“식물만큼 정직한 게 없어요. 사랑을 주는 만큼 잘 자라죠. 밤새 꽃이 활짝 피거나 안보이던 싹이 올라오는가 하면 말려있던 잎이 쫙 펴져있기도 하는 드라마틱한 포인트가 기쁨을 주는 거에요. 처음엔 빳빳하게 올라오다가 펴지면서 부드러운 선을 보여주는데, 그 곡선이 매력적이었죠. 식물에서 발견한 곡선을 모티브로 즐거움과 놀라움, 반가움의 순간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이번 작업은 도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작가에게 흙을 이용한 작업은 새로운 시도다. 도자기법을 연구하면서 흙을 빚고 코발트 안료를 올려 굽고 쌓기를 반복했다. 매 순간 변화하는 식물의 자취를 포착하고 그 곡선과 형상을 고착화하기에 좋은 재료라 생각했다. 또한 흙의 형태를 변화시켜 구워내는 작업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연속물의 하나로 느껴졌다고 한다.
푸른 빛을 내는 식물은 비현실적 낯선 공간으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수직과 수평만이 존재하는 단조로운 공간을 식물의 곡선 이미지와 형태로 채운다는 것은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직선에 곡선을 넣어 리듬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아요. 상이한 두 형식의 간극을 새로운 것으로 채워 넣을 수 있게 형상화한 작업입니다. 일상적이고 형식적인 것들 대신 다양하고 예측할 수 없는 자극을 주는 공간이 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