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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다른 듯 닮은 삶의 파고…부산항 1부두에 물결친다

2022부산비엔날레 ‘65일 향연’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2-09-06 19:22:26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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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00㎡ 창고가 전시장으로
- 호주·파키스탄·부산 작가 작품
- 바다 얽힌 국내외作 14점 선봬
- ‘물결 위 우리’ 주제 세계와 소통
- 현대미술관·산복도로 등 전시

1평 남짓 부스 안에 들어서자 눈앞이 금세 뿌예졌다. 실제로 공기 중에 연기나 먼지가 날려서가 아니다. 고막을 파고드는 그라인더 소음과 함께 분진 가득한 퍼포먼스 영상 때문이다.
부산비엔날레 참여작가 메간 코프가 부산항 1부두 전시장에 출품작 ‘킹인야라 구윈얀바(오프 컨트리)’를 소개하고 있다. 최승희 기자
부산 영도구 깡깡이마을 출신 작가 김도희는 합판을 갈아내며 발생하는 소음과 분진 진동을 온몸으로 감각하고 있었다. 작가는 하얀 분진 속으로 사라지고, 노동의 흔적은 검은 그을음으로 남았다. 퍼포먼스 ‘몸의 소실점’이 기록한 7개의 그을린 합판은 동명의 작품으로 부산항 1부두에 함께 전시됐다.

2022부산비엔날레가 지난 3일 개막했다. ‘물결 위 우리’라는 주제 아래 부산현대미술관과 부산항 1부두 창고, 영도 폐공장, 산복도로 주택에서 부산과 세계를 연결하는 이야기를 65일간 풀어놓는다.

김주영 작가의 ‘제1부두의 고고학: 물결은 빛이 되다. 바람이 되다. 길이 되다. 역사가 되다’. 이원준 기자
가장 주목받는 장소는 일반인에게 최초 공개된 부산항 1부두. 부산의 관문이자 근대도시 출발점이었던 1부두 창고가 4000㎡ 대규모 전시장으로 변신했다. 이곳에서는 부산의 경제와 노동, 이주에 관한 국내외 작가 출품작 14점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공중에 매달린 나무기둥들을 마주하게 된다. 기둥에는 굴 껍데기 더미가 달려있다. 호주 작가 메간 코프는 이러한 형태로 갯벌에 꽂아 굴을 양식하는 호주 전통 양식법을 차용해 설치와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굴 생산이 대규모 산업 형태로 이뤄지면서 원주민에게도, 환경적으로도 많은 폐해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호주만의 사정이 아니라는 점. 국내 굴 생산의 85%를 차지하는 경남 역시 이와 비슷하다. 작품 ‘킹인야라 구윈얀바(오프 컨트리)’는 호주와 한국의 전통과 문화, 자연 친화적 삶의 방식을 상기시킨다.

강태훈 작가의 컨테이너 구조물 출품작 ‘그들은 어디로 가나이까’ . 최승희 기자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신성한 제단을 꾸며놓은 듯한 작품이 눈을 사로잡는다. 노마드 작가 김주영은 출발과 귀환의 장소인 이곳에서 ‘제1부두의 고고학: 물결은 빛이 되다. 바람이 되다. 길이 되다. 역사가 되다’를 제작했다.

작가는 철거된 절터에서 가져온 목재와 광목 천 등으로 길을 열고, 소금 위 바다 물결을 담아 제1부두에서 거둔 새의 사체를 위한 영혼제를 치른다. 그는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70년간 작품의 모티브를 길에서 주웠다. 쓰레기도 나에게 오면 순수한 제식의 제물이 된다. 관객도 작품 속 길을 거닐며 제 생각을 담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병참 거점으로 성장한 도시의 부두와 뗄 수 없는 컨테이너 형태의 작품 ‘그들은 어디로 가나이까’는 부산 작가 강태훈이 출품했다. 전 세계 도시를 가로지르며 연결하는 컨테이너를 통해 부산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자본주의 질서에 편입돼 있는지 살피고, 그 안에서 밀려난 몫 없는 자의 삶을 드러낸다. 구조물에는 세계 전쟁 폭발 장면과 부산의 역사와 장소들, 형제복지원과 같은 사건과 사람 이미지가 영사된다. 전 지구적인 물류 상황이 인류를 위해 어떻게 개선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외에도 파키스탄 선박 해체장의 이주 노동자를 관찰한 영상작 ‘땅의 경계에서 죽어가는 모든 것들’, 사슬로 연결된 오브제들이 서로 당기며 공중에 떠 있지만, 하나만 끊어져도 전체가 무너지는 위태로운 설치 작업을 통해 전 지구적 해저 케이블과 전자 식민주의를 탐구한 ‘연환계’ 등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작품 ‘라우 펠레 모아나(내 사랑 모아나)’는 전시장 밖에 있으니 놓치지 않도록 한다. ‘연환계’ 왼쪽편 문을 열고 부산항 부두로 나가면 창고 외벽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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