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23> 동래읍성 해자서 발굴된 ‘조선군 철제 찰갑(札甲)’

조총 탄환 박히고 칼날에 베이고…400여 년 전 임진왜란 상흔 고스란히 간직

  • 이현주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실장
  •  |   입력 : 2022-08-21 19:24:40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영화 ‘한산’의 개봉으로 임진왜란의 역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임진왜란이 처음으로 발발하고,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 바로 부산이다. 1592년 4월,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이끈 선봉대가 부산을 침략했다. 일본군은 우암동 부근에 상륙한 뒤 곧바로 부산진성을 공격했다. 정발 첨사를 위시한 군민은 맞서 싸웠지만 성은 함락되었고 대부분 전사했다. 다음날 부산진성을 출발해 동래성에 도착한 일본군은 부대를 3개로 나누어 성을 포위하고 협상을 시도했다. 일본군은 ‘싸우려면 싸우되, 싸우지 않겠다면 길을 빌려달라(戰則戰矣 不戰則假道)’ 라고 쓴 패목(牌木)을 세웠다. 결사항전을 준비하던 송상현 동래부사는 ‘싸워서 죽기는 쉬우나, 길을 빌려주기는 어렵다(戰死易 假道難)’라고 응수했다. 이후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지만 중과부적, 적을 당해내지 못했다. 동래성은 초토화되고 송상현 부사와 많은 군민이 죽었다.

동래읍성에서 출토된 찰갑. 부산박물관 제공
이날의 처참한 동래성의 모습은 2005년경 동래읍성의 해자(垓字) 발굴을 통해 다시 세상에 드러났다. 해자는 성 주위를 따라서 파놓은 물길이다. 아마도 생존자는 서둘러 동래성을 복구하면서 시신들과 각종 무기 등을 이 해자에 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수백 년이 지나서 참혹했던 전쟁의 상흔이 그대로 드러났다. 해자에서 발견된 상당수의 인골에서 칼에 머리를 베이거나 총과 화살 등에 맞아서 생긴 상흔이 확인되었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유물로 조선군이 입었던 철제 찰갑(札甲)이 있다. 찰갑은 쇳조각을 가죽끈으로 엮어 만든 갑옷이다. 400여년이 지나도록 진흙 속에 묻혀있는 바람에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출토되었다. 갑옷 안에 인골이 없는 것으로 보아서 시신이 입은 상태로 버려진 것은 아니다. 겉과 속이 뒤집힌 채로 갑옷만 일부러 버린 것으로 생각된다. 찰갑은 작은 미늘을 가죽끈으로 엮어 몸통 부위를 만들었다. 양어깨와 위팔을 보호하기 위하여 상박갑(上膊甲)과 연결하였다. 이 찰갑을 복원해보니 1000여 점의 작은 철제 미늘이 소요되었고, 완성되었을 때 중량이 약 8㎏정도나 되었다.

‘세종실록’에는 쇠미늘에 수은을 칠하고 붉은 가죽끈으로 엮은 수은갑(水銀甲), 그을린 사슴가죽을 사용한 검은 유엽갑(柳葉甲) 등 조선 전기의 갑옷 6종류가 기록되어 있다. 동래읍성 해자 출토 찰갑은 재질과 형태, 그리고 미늘 표면에 주석 성분이 확인되었으므로 수은갑의 일종으로 보인다. 그런데 잘 만들어지고 훼손되지 않은 찰갑이 버려진 연유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전쟁 중 도망간 장수의 갑옷을 후일 살아남은 자들이 버린 것일까. 아니면, 전후 복구 과정에서 죽은 자의 진혼을 위해 해자에 갑옷을 던졌던 것일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도청도설] if, 손아섭
  4. 4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5. 5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6. 6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7. 7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8. 8[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1. 1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4. 4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5. 5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6. 6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7. 7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8. 8이 대통령 "중수청 지휘감독 포기하는건 탄핵사유" 野 "국무회의 참석하면 밀실지휘 없어지나"
  9. 9[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10. 10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6. 6[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7. 7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10. 10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6. 6구조하다 놓친 익수자 숨진 채 발견
  7. 7취임하자마자…도시철 파업 막기 숙제
  8. 8특검팀, 마산합포구선관위 등 투표자수 허위 입력 6곳 추가 확인
  9. 9부산 다문화 고교생 5년새 2배…정작 한국어학급 ‘0’
  10. 10부산청년 취업 등 여전히 팍팍하네 “맞춤형 정보 절실”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5. 5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6. 6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7. 7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8. 8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9. 9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10. 10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