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어깨에는
바람이 앉아 쉬고
꽃의 입술에는
나비가 앉는 자리
내 마음
깊은 곳에는
참사랑이 앉는다
시를 쓸 때 소재인 사물 그 자체에만 시선을 둘 경우 한계에 부딪히는 경험을 하곤 한다. 그러나 하나의 대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때 한계를 벗어나는 시적 전개가 이루어지고, 이는 또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발상을 가능하게 한다. 이 시조에서는 앉는다는 행위에서 나무의 어깨라는 의자, 꽃의 입술이라는 의자를 생각해내고 결국 내 마음 깊은 곳의 의자까지 찾아낸다. 시인의 눈과 가슴에는 곳곳이 의자다. 마음속에 사랑을 그리면서 앉히고 싶은 이가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사람이든 사물이든 사랑을 앉힐 공간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늘 설레는 느낌으로 살아갈 것이다. 우리들도 마음속 깊은 곳에 앉힐 그 무엇을 위해 꽃자리 하나쯤 마련해 두고 살아가면 어떻겠는가. 참사랑의 샘물이 퐁퐁 솟는 소리를 들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