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로 촘촘히 메운 ‘그림 시’
- 쌍둥이자리 별에는 다른 시간이 흐른다/최승호 지음/민음사/1만4800원
45년 시력의 최승호 시인이 그림 시집을 선보인다. 시인이 오랫동안 간직해 온 ‘한 문장’과 이를 통해 떠올린 심상을 한글로 그린 ‘그림 시’로 구성했다. 백석 시인의 문장 “이 추운 세상의 한구석에 맑고 가난한 친구가 하나 있어서” 옆에 최승호 시인이 ‘펭귄’이라는 제목으로 그림 시를 놓았다. 펭귄이라는 단어를 반복해 그린 펭귄 형태의 그림이다. “바닥에서 나는 더 편안하다”는 잭슨 폴록의 문장 옆에는 시 ‘갯지렁이’가 있다. ‘뻘뻘’이라는 단어로 기어가는 갯지렁이를 그렸다. 단순한 단어의 나열로 형태를 만들어 그림으로 보여주는 ‘구체시’의 일종이다. 단순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 시인의 첫 산문 속 작은 감동
- 고맙습니다 나의 수많은 당신/권애숙 지음/달아실/1만3000원
등단 후 지금까지 시집 5권과 동시집 1권을 펴내며 부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권애숙 시인이 첫 산문집을 냈다. 길게는 이십여 년 전, 짧게는 최근까지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했던 글 77편을 모았다. 시인은 “시가 낯선 나를 만나는 작업이었다면 산문은 잊고 있던 나를 만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수록된 산문은 짧다. 2~3쪽 분량이라 한눈에 쏙 들어오는 것이 시인이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 같다. 시인의 사소한 일상, 그 안에서 만나는 사람, 작은 감동이 주는 큰 깨우침 등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본문 중에 굵은 활자로 인쇄된 문장에는 눈길이 한 번 더 간다. 권애숙 시인이 한 번 더 힘주어 말하는 듯하다.
# 국어 선생님이 지은 그림 책
- 느림약 좀 주세요!/이장근 글·그림/삶창/1만4000원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이장근 시인의 그림 에세이. 직접 그린 그림과 육필에서 저자가 보낸 하루하루가 느껴진다. 소박한 일상의 풍경이 담긴 그림마다 짧은 아포리즘을 덧붙여 구성했다. 아파트 옥상 위로 펼쳐진 하늘을 그린 그림 옆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15층, 24평, 19평. 그 위 하늘에는 층수도 없고 평수도 없어라.” 눈이 시원한 하늘만큼 마음도 조금 편안해진다. 창문 없는 방에서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저자는 창문을 그리고 싶었다. 교사가 된 이후 어린이미술학원에서 그림을 배웠는데, 마음대로 그린 그림이 더 좋다는 말을 들었다. 일상을 그리고 거기에 시적인 아포리즘을 넣은 이 책은 어른들의 그림 일기장 같은 감흥을 준다.
# 369가지 색깔 이름 알아봐요
- 색이름 사전/아라이 미키 지음/정창미 옮김/지노/2만2000원
‘어린 잎색’은 늦봄이나 초여름에 새로 나온 잎의 연하고 푸른빛인데 밝고 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이 같은 밝은 황록색을 연한 콩색, 즉 ‘연두색’이라 한다. 연두는 완두콩을 가리킨다. 인간이 인식하는 색의 한계는 100만 가지 정도이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색이름은 30개 안팎이다. 색이름을 더 알면 우리 주변을 둘러싼 세상이 얼마나 다양한 색으로 가득한지 실감이 난다. 이 책은 일본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수채화가 아라이 미키와 지노출판 감수·편집진의 콜라보로 탄생한 색채 그림책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색이름이나 관용적으로 쓰는 색이름, 동서양의 전통 색이름 등 369가지 색의 유래와 역사를 설명한다.
# 우리 전통문화에 등장한 귀신
- 귀신 씻나락 까먹는 무서운 이야기/정윤경 글/최선혜 옮김/분홍고래/1만4000원
귀신이라고 다 같은 귀신이 아니다. 방송작가 출신 저자가 우리 귀신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준다. 불쑥 나타나 사람을 괴롭히는 외국 귀신과는 달리 우리 귀신에게는 억울하고 처절한 사연이 있었고, 우리 조상들과 부대끼면서 살아온 역사가 있었다. 힘없는 이들에게는 정의로운 존재이기도 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귀신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특히 ‘성종실록’에 많이 기록돼 있다. 그 이유는 성종이 신하들의 말을 잘 들어주었고, 신하들은 세상에 떠도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전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우리 역사 속에 등장하는 귀신, 전통문화와 풍습에도 등장하는 귀신들이 끝도 없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