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 사람들이 한 화면에 나오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카데미, 칸에서 연기상을 줄줄이 하나씩 타온다고 해도 별로 놀라울 것 없는 이병헌 차승원 고두심 김혜자 이정은 등등 연기장인들이 총출동해, 일찍이 국민 작가 반열에 오른 노희경 작가의 대본 위에서 불꽃 튀는 연기 배틀을 펼친다는 소식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20부작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가 마침내 종영되었다.
매회 울고 웃게 만들던 극 중 인물들의 사연들만 풀어도 지면이 모자라겠지만, 이 드라마가 내게 특별했던 이유는 네이티브 스피커 고두심은 물론,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그간 방송에선 생소했던 제주 말을 유려하게 구사한다는 것이었다. 옛날 옛적에, 그러니까 라떼는, 드라마 영화의 주인공이 사투리를 쓰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극 중 사투리를 구사하는 인물은 얄밉거나 극악무도한 악당이거나, 양념처럼 코믹한 연기로 분위기를 띄우는 개그 캐릭터, 또는 항상 무언가를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주장하는 사극의 CCTV 역할을 담당하는 마당쇠 돌쇠 정도였다.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 지역의 사투리는 이제 더는 낯설지 않지만, 제주도 사투리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선 마치 외국어처럼 들리는 생소함만을 강조해 제주 말은 막연히 어렵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생소하고 그만큼 특별한 제주의 말이 점점 친근해지는 걸 느꼈던 것이 ‘우리들의 블루스’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어멍 할망 아방 등 둥글둥글 굴러다닐 것 같은 푸근한 호칭과, 남녀 구분 없이 ‘삼춘’이라 부르는 친근함. ‘ ~했쪄’라는 말 맺음은 연인 간 닭살 돋는 애정행각 중 자주 쓸 법한 애교처럼 귀엽게 느껴졌다. 원래 우리의 말이지만, 새삼 아름다운 제주 말을 재발견할 기회를 준 작가와 배우의 노력에 그저 고맙다. ‘사투리’란 표현은 수도권 외 모든 지역 말을 한꺼번에 뭉뚱그리는 것 같아 ‘제주 말’이라 표현하고 싶다. 아쉽게도 드라마는 끝났지만, 벌써 그리워지기 시작하는 제주 말을 실컷 들으러 제주도행 티켓을 끊고 싶다. ‘우리들의 블루스’ 종영 이후 어쩐지 제주도는 좀 더 친근하고 특별한 섬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