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기
울음소리를
쌀 한 되와 바꾸어
병든 홀어머니의 흰 죽을 쑤던 아이
윤사월 보리누름인가
버릇처럼
밥
짓는다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Anton Pavlovich Chekhov·1860~1904)의 단편 소설 ‘산딸기’는 불행한 자의 침묵의 희생으로 주어진 평온한 행복의 실체는 인생이라는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모멸이라고 했다. 베를린 국제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한 스웨덴의 잉마르 에른스트 베리만(Ingmar Ernst Bergman) 감독의 ‘산딸기(1957)’는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차가운 성격은 스스로 ‘트라우마에 감금된 사랑의 불능자’로 만들어 버렸다. 우연한 사건을 통해 사랑의 소중함을 자각하는 어느 늙은 의사의 기묘한 참회록이다. 그러나 우리의 산딸기는 그저 나지막한 뒷산이나 밭둑 언저리에 소담스럽게 자리하고서, 어김없이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누름’ 즈음이면 지천으로 넉넉한 딸기 소리를 들려준다. ‘병든 홀어머니의 흰 죽을 쑤던 아이’는 어느새 ‘예지(insight)’의 세계로 격상된 따뜻한 어머니가 되어 간다. 차가움과 따뜻함의 공백은 ‘윤달’로 재생되면서 언제나처럼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이밥꽃’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