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림은 맹수가 날뛰는 세상에 자신을 생매장했다. 나림의 작품은 무덤이자 묘비명이었다. 나림은 비상한 심력(心力)으로 역사의 깊은 곳, 인성의 깊은 곳을 보았다. 깊고 넓게 여행하고 문화적으로 충분히 준비했다. 기록자를 넘어선 통찰자였다. 격정과 이성이 공존했다. 옥창(獄窓) 비극은 정신을 철저하게 강화했다. 이것이 나림 문학의 특징이다.
나림은 서대문형무소와 부산교도소에서 ‘발분저서’(發憤著書) 상태로 진입할 수 있었다. 정신의 연옥을 통과한 사람은 자연히 남들이 보지 못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역사와 현실이 혐오감을 주는 곳은 바로 나림 자신이 혐오하는 곳이기도 했다. 나림은 이런 혐오감을 품은 채 생을 살았다.
나림은 근대 정신을 유럽 정신·헌법 정신에서 사색했다. 나림은 유럽 정신에 투철하고, 동양학에 통달한 작가이다. 나림은 묵자(墨子)와 다산(茶山)을 사숙했다. 김윤식 교수도 묵자형 문학평론가다. 두 사람의 만남은 천명·운명이다. ‘학병 세대’와 ‘근대성’이 만남 지점이지만, 정신적 만남은 겸애(兼愛) 평화(平和) 혁명(革命)이다. 겸애와 평화가 붕괴한 지점·비극적 현대사·함몰한 인물을 태산(泰山)과 태두(泰斗)가 함께 관찰한 것이다.
나림의 마지막 작품 ‘별이 차가운 밤이면’에 태산과 태두의 대담이 있다. 김윤식 교수가 정리한 가상 대담집이지만 나림의 삶과 문학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한국 문단은 다양한 각도에서 나림을 평가한다. 그러나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작가다. 그가 남긴 작품은 오늘에도 생명력이 있다. 법률소설은 더 깊이 연구되고 조명돼야 한다.
우리나라 문학평론가들이 평가한 나림 이병주 |
나는 공부하고 싶을 때 이병주 선생의 소설을 읽는다. |
신봉승 극작가 |
역사에 대한 통찰력, 웅대한 스케일은 국민작가로 손꼽히는 중국의 루쉰이나 일본의 나쓰메 소세키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
장석주 시인 |
나는 그가 창조해낸 가장 소중한 것을 나의 것으로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소설 ‘지리산’이 그것이다. |
김윤식 교수 |
나림 이병주는 소설을 통해 심도 있는 정치토론을 유발한 거의 유일한 작가이다. |
김종회 교수 |
소설이 인간과 세계에 대한 탐구라고 한다면, 이병주 소설은 그 탐구의 거대한 봉우리다. |
김치수 교수 |
나림은 우리 문단의 최후의 거인이다. 작은 붓대 하나로 천재에의 꿈을 지켜온 그에게 모자를 벗지 않을 수 없다. |
김인환 교수 |
이병주라는 작가를 집중 조명하는 일은 우리 세대가 해야 하는데, 후배들이 이 일을 맡아주어 기쁘고, 짐을 내려놓는 기분이다. |
이어령 교수 |
문학평론가 김남호 교수가 2020년 4월 하동 나림 이병주 문학제에서 발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