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 이전, 대학가 클럽에서 디제잉을 하던 김프러를 종종 목격한 적이 있다. 오래된 한국 대중음악부터 힙합, 하우스, 사이키델릭, 아프로 뮤직 등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다양한 음악을 절묘하게 뒤섞으며 관객을 압도하는 김프러의 디제잉은 사실 그쪽 음악에는 문외한에 가까운 내가 듣기에도 매우 훌륭했다. 가끔 그가 디제잉 하는 동안에는 개인적인 슬픈 사연으로 오랫동안 봉인한 댄스 본능을 일깨워 신들린 춤사위를 펼치느라 주변 사람의 손가락질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부산 1세대 DJ dasein_김프러의 첫번째 정규앨범 '부딪쳐서 조각'의 재킷사진.
부산 힙합 씬의 1세대 DJ이자 차세대 DJ 꿈나무를 양성하는 선생님으로, 또 현대무용 음악감독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던 dasein_김프러의 첫 번째 정규앨범 ‘부딪쳐서 조각’이 지난 9일 공개됐다. 부딪힘으로 소리를 만드는 타악의 다채로운 리듬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여러 장르가 뒤섞인 음악이다. 어떤 음악 장르 카테고리에 국한하기 어려워 그냥 ‘댄스음악’으로 정했다고 한다. 인스트루멘탈 힙합과 하우스, 재즈에 아프리카 토속 리듬과 국악 요소까지 가미돼 댄스파티는 물론 혼자 조용히 내적 댄스를 추기에도 좋은 이 앨범은 그가 운영하는 작업실 프로픽 사운드에서 만들어졌다. 처음 시도한 믹싱과 마스터링까지 온전히 dasein_김프러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코로나 시국 이후 DJ의 입지가 눈에 띄게 줄었고 춤을 추게 하는 클럽 음악에 대한 시선조차 곱지 못했다. 혼자 작업해온 결과물이 쌓이기 시작하자 음반을 내기로 결심했지만, 비용 문제 때문에 공부를 해가며 믹싱과 마스터링을 직접 시도했다고 한다. 최근엔 클럽 대신 LP바에서 디제잉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공간이 바뀌자 사람들이 춤을 추는 대신 술을 마시며 감상하는 생소한 장면을 목격하게 됐다. 이번 앨범 발표 이후 디제잉 파티 같은 특별 이벤트를 여는 대신 다시 새로운 음반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부딪쳐서 조각’과 같은 컨셉의 음반으로 곡 작업을 모두 마쳤고 두세 달 내에 새 앨범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새 앨범이 나오자마자 바로 새 앨범 소식이라니,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지긋지긋한 코로나시대가 얼른 종식돼 다시 사람들을 춤추게 만드는 dasein_김프러의 모습을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