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의 언덕’ 마주 보는 해안가
- 드라마 ‘어쩌다 발견…’ ‘보쌈’ 등
- 수려한 풍경에 촬영지로 입소문
- 남서쪽 대·소병대도 비경 압권
- 몽돌해변 자갈소리에 마음 편안
- 관광객에 ‘멍 때림 명소’로 인기
“이 풍경을 마음에 오래 담아 두겠습니다. 다시 궁으로 돌아가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게요.” 궁을 나와 단 둘이 떠난 바닷가 여행지에서 소운(이세영 분)이 하선(여진구 분)에게 풍경에 감탄하며 내뱉은 말이다. 2019년 방영된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 14회에서 하선은 대비의 계략으로 불임 판정을 받은 소운을 데리고, 바다로 여행 간다. 하선은 “중전의 상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주고 싶었소”라며 그녀를 위로하고, 소운은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비경에 감탄하며 마음을 푼다. 둘은 이곳에 다시 오자고 약속하면서 궁으로 돌아간다. 이 장면은 짙푸른 두루마기와 꽃분홍치마를 입은 남녀 주인공의 한복 자태, 서로를 바라보는 애틋한 눈빛, 눈부신 해안 절경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상하게 했다. ‘왕이 된 남자’는 절절한 로맨스와 함께 빼어난 영상미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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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 속 하선과 소운이 떠난 바다 여행의 배경이 된 거제 ‘신선대’. 계단식 바위와 넓고 평평한 바위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박현철 기자 |
■신선이 반한 비경 ‘신선대’
드라마 속 하선과 소운의 바다 여행 배경이 된 곳이 바로 거제 ‘신선대’다. 경남 거제시 남부면 갈곶리에 있는 바위로 신선들이 내려와 풍류를 즐긴 곳이라고 해 신선대로 명명했다. 계단식 바위와 넓고 평평한 바위가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가장 큰 바위 모양이 갓처럼 생겨 갓바위라고도 불린다. 벼슬하는 사람이 이곳에서 제를 올리면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거제의 이름난 여행지인 바람의 언덕과 길 하나를 두고 마주 보는 해안가다. 신선대에서는 남서쪽으로 멀찍이 거제의 또 다른 비경인 대·소병대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거제도의 풍경 중 가장 뛰어난 아홉 곳을 ‘거제 9경’이라 부르는데, 신선대의 경관은 그중에서도 으뜸이다. 주변의 해안 경관과 더불어 기암괴석에 부딪히는 하얀 파도가 멋진 곳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명소다.
신선대는 해금강(명승 제2호)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 잡았다. 도장포 마을 신선대 주차장에 도착하면 바로 앞에 신선대 전망대가 보인다. 이곳에서 신선대와 남해 다도해의 탁 트인 경관을 즐길 수 있다. 굽이치는 해안선도 아름답고 여러 개의 섬이 총총히 떠 있는 풍경은 압권이다. 전망대에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신선대 바위에 다다른다. 기암괴석에 부딪히는 하얀 파도의 경이로움을 좀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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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대 바위에 걸터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세속의 근심 걱정이 절로 사라진다. 박현철 기자 |
■감탄사 절로 나오는 절경
신선대로 내려오는 길은 잘 정비돼 있다. 하지만 신선대에 도착하면 울퉁불퉁한 돌길이다. 경사가 급하지는 않지만 바위가 다소 거칠어 조심해야 한다. 신선대 바위에 오르면 왜 이곳에서 드라마를 촬영했는지 바로 느낄 수 있다. 바다 건너 펼쳐진 대·소병대도와 기암괴석, 몽돌해변이 어우러져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비경이다. 마치 거제도의 매력을 압축해 놓은 느낌이다. 신선대 바위에 걸터앉아 선비 마냥 저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세속의 근심 걱정이 절로 사라진다. 몽돌해변 자갈 위에 누워서 몽돌 굴러가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멍하니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그래서 신선대를 ‘멍 때림의 명소’라고도 부른다.
2004년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서 주인공 박신양이 멋진 펜션을 짓겠다는 꿈을 꾸며 방안에 붙여 놓은 파노라마 사진도 신선대 전망대에서 보이는 다도해의 풍경이다. MBC ‘어쩌다 발견한 하루’, MBN ‘보쌈’ 등에도 등장하면서 로맨스를 다룬 아름다운 드라마 촬영지로 입소문이 났다. 그만큼 거제 관광의 중심이다. 길 건너편 바람의 언덕과 인근의 해금강과도 지척이다. 바람의 언덕에 비해 아직 찾는 사람이 적지만 오히려 더 멋진 절경을 느끼고 작품 사진을 건질 수 있는 게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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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소운(이세영 분)과 하선(여진구 분)이 신선대에 서 있다. 거제시 제공 |
■로맨스 재연하는 명소
‘왕이 된 남자’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영화와 기본적인 줄거리는 같다. ‘조선왕조실록’의 ‘광해군일기’에 광해군 관련 기록이 15일 치가 누락돼 있는데 그의 대리 역할을 했던 또 다른 인물이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임금을 쏙 빼닮은 광대가 심신이 피폐해진 임금 대신 용상에 앉아 펼치는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에서 이병헌이 연기한 임금이 궁에 돌아와 광대 하선을 죽이라 명했던 것과 달리 드라마에서는 도승지 이규(김상경)가 폭군이 돼가는 임금 이현(여진구 1인 2역)을 독살한다. 애민(愛民)을 펼 것으로 보이는 광대 하선과 함께 이상적인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다.
드라마는 회차가 거듭될수록 시청률이 고공 행진하며 인기를 끌었다. 특히 하선과 소운의 애틋한 로맨스는 아역배우 이미지가 강했던 여진구와 이세영이 성인 연기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드라마의 백미는 단연 눈을 호강시켜주는 수려한 영상미다. 하선과 소운의 신선대 여행 명장면도 그렇게 탄생했다. 신선대에서 하선과 소운처럼 아련한 사랑을 맹세해 보자. 연인과 갯바위에 올라 드라마 속 로맨스를 재연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