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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이재규 감독

사회성 강한 학원 좀비물…“극단에 처한 인간 다른 선택지 그렸다”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2-02-22 19:30:09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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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15일 연속 1위
- 다모·베토벤 바이러스 때 만큼
- 많은 축하 받고 있어

- 세월호만이 모티브 아니다
- 일어나선 안될 일 얼마나 많았나

- 황동혁 감독과 절친
- ‘오겜’ 너무 잘돼 부담된다 하니
- 문 살짝 열어뒀을 뿐이라더라

- 시즌2 찍게 된다면
- 좀비 그룹 생존기 아닐까

K-좀비가 열차(부산행)와 조선시대(킹덤), 아파트(#살아있다)를 거쳐 이제 고등학교로 번졌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과 ‘지옥’에 이어 넷플릭스에서 1위를 차지하며 K-드라마의 역사를 또 한 번 썼다. 주인공은 지난달 28일 공개돼 OTT 콘텐츠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서 15일 연속 1위를 한 이재규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시작된 학교에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살아남기 위해 함께 손잡고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와 영화 ‘역린’ ‘완벽한 타인’을 연출한 이 감독과 드라마 ‘추노’ ‘루카: 더 비기닝’ 영화 ‘해적’ 시리즈의 천성일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난 이 감독은 ‘지금 우리 학교는’이 얻고 있는 글로벌한 인기에 대해 “배우와 스태프의 진심이 모이면 장소나 공간을 떠나서 모든 사람에게 전달될 거라 생각했다”며 “2000년대 ‘다모’와 ‘베토벤 바이러스’ 때처럼 많은 분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시고 응원을 해주신다. 신기하고 되게 얼떨떨한 상황”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특히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과 대학 동문으로 절친인 그는 “지난해 ‘내년엔 우리 작품도 나가야 하는데 ‘오징어 게임’에 죽겠다’고 전화했다”며 “그러니까 황 감독이 ‘문을 살짝 열어둔 건데, 부담 갖지 말고 하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원작 웹툰의 매력과 차별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 넷플릭스 제공
‘지금 우리 학교는’은 ‘오징어 게임’ 이후 가장 흥행한 한국 넷플릭스 드라마가 됐다. 그 시작은 원작 웹툰과 인연을 맺었던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7년 전쯤 기획 PD에게 원작 웹툰을 읽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독감으로 몸져누운 상태로 3일 동안 웹툰을 두 번 정독했다”고 회상했다.

좀비물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이 감독은 좀비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이 갖게 되는 극단적 감정과 상황, 그리고 살고 죽는 문제에 부딪혔을 때 어른과 다른 선택과 판단을 보여주는 학생들을 그리고 싶었다.

그렇다고 원작 웹툰의 모든 것을 그대로 영상화할 순 없었다. 굳이 차별화를 꾀한 것은 아니지만 원작의 매력은 유지하면서도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만의 세계관도 가져가려고 했다. 다른 작품을 하면서 천 작가와 2년간 틈틈이 대본을 집필했다는 이 감독은 “원작에서는 좀비 바이러스의 기원이 우주에서 온 것으로 설정이 돼 있다. 반면 우리는 좀비의 근원이 사람이 만든 바이러스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상황을 해결하는 것도 사람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원작과의 큰 차이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지금 우리 학교는’ 전체를 감싸고 있는 사람 중심의 세계관을 설명했다.

■비극에 대한 어른들의 책임

좀비 드라마에서 흔치 않은 학원물로 사회 비판을 담은 ‘지금 우리 학교는’. 넷플릭스 제공
간혹 ‘지금 우리 학교는’에 관한 평을 보면 학생들이 출연하는 장면을 지나치게 잔인하게 표현하거나 불필요한 폭력이 등장한다는 비판이 있다. 특히 여학생 성폭행 불법 촬영이나 10대 미혼모 화장실 출산 등은 원작에 없는 장면들이라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학교 폭력과 성폭행 불법 촬영의 피해자인 은지는 자기 목숨을 버리려고 하면서까지 부끄러운 그 장면을 지우려고 한다. 원치 않은 임신으로 미혼모가 된 희수도 낳자마자 아기를 버렸지만 그 아기를 다시 찾아 책임을 지려고 한다. 책임을 지려는 10대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어른들은, 국가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느냐를 반문했으면 했다”면서 그 장면에 담긴 숨은 뜻을 봐주길 바랐다. 그러면서 그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넣은 장면이지만 과하게 전달되었다면 연출자, 기획자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작품을 하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고 더 깊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또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어른들은 위기에 놓인 학생들을 구하러 오지 않고, 군인들은 결국 외면한다. 이에 학생들은 핸드폰 영상을 남기고, 길을 잃은 산속에서 노란색 끈을 따라 길을 찾는다. 이런 장면은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이 감독은 “특정 사건을 소재로 이야기를 구성하진 않았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지만, 학교는 사회의 거울이다. 세월호 참사도 있지만 삼풍백화점·성수대교 붕괴 등 일어나서는 안 되는 말도 안 되는 사건 사고가 많다. 과연 우리는 어른스럽게 책임을 갖고 말하고 행동하고 있는지 반문하고 싶었다”며 위기에 놓인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다시 한번 성찰하길 바랐다.

■차별화된 좀비물, 그리고 희망

‘지금 우리 학교는’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기존 좀비물과 달라 신선하다는 것이다. 좀비물 중 흔치 않은 학원을 배경으로 하면서 사회적 메시지가 강한 점은 아주 매력적이다. 또한 기존 좀비물이 사람과 좀비라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였다면 ‘지금 우리 학교는’은 사람이 좀비에게 물렸을 때 감염자 면역자 반감염자로 나뉘게 된다. 그리고 반감염자는 이모탈과 이뮨으로 다시 구분된다. 둘은 좀비에게 물린 뒤 강력한 신체 능력을 얻게 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모탈은 좀비와 동일한 공격성으로 상대를 감염시키는 반면 이뮨은 간헐적으로 극심한 배고픔을 느낄 때만 좀비 본능과 공격성이 생기고 감염성은 없다.

이렇게 복잡한 구분을 지은 이유에 대해 이 감독은 “코로나19를 보면 좁은 공간에서 식사를 하더라도 누구는 감염되고 누구는 감염이 안 된다. 사람마다 면역체계가 다른데, 좀비 바이러스에도 돌발적인 상황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돌연변이 성향의 좀비가 더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이후 이야기에 확장성도 커지지 않을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기 다른 면역체계를 지닌 집단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인가가 재밌었다. 인간이라는 대다수의 집단, 면역자라는 극소수 집단, 살아있는 상태에서 좀비가 된 집단, 본능과 이해가 다른 이들이 부딪히는 것을 통해 이야기를 더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자연스럽게 ‘지금 우리 학교는’ 시즌2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시즌1에서 자세히 그려지지 않지만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인간’이라는 메시지나 물려도 감염되지 않는 인간 등을 통해 시즌2에서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을까라는 상상이 된다. 이 감독은 “절망의 시작이냐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냐는 보는 분에 따라 다를 것 같다. 하지만 저는 끊임없이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내가 만든 작품들을 보면 그래도 희망을 찾으려고 하는 쪽”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 보면 시즌1이 시즌2를 할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확정된 것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시즌1이 학생과 어른을 대비시켜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살아남으려고 했던 인간들의 생존기라면 시즌2는 인간 그룹과 대비되는 좀비들의 생존기가 주요한 흐름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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