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러면 그 장면을 촬영한 곳이 어디인지도 자연히 관심이 생긴다. 지역에서 촬영장소를 활용한 관광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그래서다. 부울경의 명소 홍보와 관광객 유입까지 기대할 수 있는 영화, 드라마 촬영지를 소개한다.
- 일제강점기~1980년대 배경 특화
- 부지 7만4629㎡… 316편 촬영
- 경성역·경교장·총독부 건물 눈길
- ‘추억길’ 이용 땐 도보 90분 소요
- 복고 체험·고스트파크축제 인기
- 제작진·관광객 연 50만 명 북적
- 2024년까지 198억 들여 리뉴얼
- 멀티스튜디오·전시공간 등 추진
경남 합천군이 운영하는 영상테마파크는 전국의 영화촬영지 관광화 사업 가운데 성공한 사례로 손꼽힌다. 대부분 촬영지가 유명무실해진 반면, 영상테마파크는 여전히 배우와 영화제작진으로 북적이는 등 연간 50여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관람객이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영상테마파크는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와 함께 시대물 특화 오픈세트장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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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세트장을 연결하는 모노레일 승강장과 영상테마파크 전경. 승강장 뒷편에 보이는 일본식 주택은 영화 ‘마이웨이’에서 일본 료칸으로 사용된 세트장이다. 합천군 제공 |
■국내영화 천만 관객의 요람
합천군 용주면 가호리에 자리 잡은 합천영상테마파크는 2003년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으로 시작됐다. 영화제작사는 황매산에서 산악전투 장면을 담은 데 이어 용주면 가호리에 11억 원을 들여 평양 시가지 세트장을 설치했다. 시가지전투 장면을 담기 위한 것이었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영화 실미도에 이어 국내영화로는 두 번째로 천만 관객을 돌파, 흥행에 성공하자 합천군은 세트장을 인수·정비해 2004년 4월 영상테마파크 문을 열었다.
이후 총 7만4629㎡ 부지로 확장된 합천영상테마파크는 현재까지 총 316편에 이르는 영화와 드라마를 배출했다. 특히 ‘태극기 휘날리며’를 비롯해 ‘도둑들’(2012년) ‘변호인’(2013년) ‘암살’(2015년) ‘택시운전사’(2017년) 등 5편이 차례로 천만 관객을 돌파, 영상테마파크는 ‘천만 관객의 요람’이 됐다.
일제강점기에서부터 1980년대를 배경으로 특화된 시대물 오픈세트장인 영상테마파크는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CF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영상작품 촬영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로 같은 영상테마파크내 시가지를 한눈에 돌아보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합천군이 안내하는 ‘영상테마추억길’을 이용하면, 1시간 30분 정도 도보를 통해 실속있게 촬영지를 둘러볼 수 있다.
160여 개의 건물로 이뤄진 영상테마파크는 영화와 드라마에 따라 연도별로 확장됐다. 영상테마파크 대부분의 촬영은 주요 촬영지 세트장을 중심으로 시대에 맞춰 재활용하는 형태다. 영상테마파크는 크게 안쪽 중앙에 있는 경성역(서울역) 정문에서 바라볼 때 왼쪽은 KBS 대하드라마 ‘서울 1945’(2006년) 세트장, 정면 오른쪽은 MBC창사 47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에덴의 동쪽’(2008년) 세트장으로 구분된다. ‘서울 1945’ 세트장은 광복 전후 시기의 서울을 재현한 세트장이다. 이곳에는 경교장 이화장 서민촌 돈암장 적산가옥 동화백화점 반도호텔 수도경찰청 총독부 혜민병원 등 건물이 들어서 있다. ‘에덴의 동쪽’ 세트장은 1970~80년대의 서울의 명동과 종로를 배경으로 한 거리다. 배재학당 원구단 국도극장 동북증권사 피맛골 골목 대한일보 중앙우체국 태성빌딩 한국은행 등의 세트가 설치돼 있다.
■다양한 콘텐츠 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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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테마파크 내 조선총독부 세트장(사진)에선 영화 ‘밀정’을 촬영했다. |
합천영상테마파크의 꾸준한 인기 비결은 풍부한 콘텐츠다. 부대시설의 경우 합천군은 임시 가건물 형태인 세트장 건물 일부를 실제 건축양식으로 건립, 식당 숙박시설 전시관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별장인 이화장은 식당으로,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과 영화 ‘마이웨이’ 일본 료칸 촬영세트장은 각각 숙박시설, 김구 선생의 사저인 경교장은 영화 촬영소품 전시실 등으로 운영된다.
세트장 분위기를 활용한 복고 체험은 하루가 짧을 정도로 다양하다. 촬영세트장 곳곳에 전시관은 물론 옛날 교실체험과 교복 교련복을 대여하는 복고의상실, 달고나 만들기와 골목길에서 팽이 돌리기와 구슬치기 체험장이 마련돼 있다. 일제강점기에 설치돼 1969년까지 서울에서 운영됐던 전차도 타볼 수 있고, 일제강점기의 인력거도 체험할 수 있다. 영화에 등장했던 탱크와 증기기관차도 실물 그대로 전시돼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부 중단되기도 했지만, 계절별 축제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축제 프로그램은 주 관람객층인 중·장년층을 넘어 20~30대의 젊은 층 유입을 위한 것이다. 2013년부터 매년 7월 말께 시작돼 20일간 진행되는 고스트파크 축제가 대표적이다. 호러(horror·공포)를 주제로 한 이 축제는 한여름 밤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오싹한 공포체험을 선사하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비수기인 겨울에는 2018년 이후 12월 중순 한 달간 ‘동감(冬感)축제’를 연다. 한 달간 열리는 이 축제에는 제기차기와 스카이 콩콩 등의 체험을 비롯해 옛날 겨울철 먹거리였던 쫀드기 쥐포 오징어 가래떡 등을 준비해 미션을 성공한 관람객들에게 나눠준다. 특히 온 가족이 함께 보는 뮤지컬과 연극을 마련, 가족 단위 관람객의 호평을 얻고 있다.
■새 도약 위한 ‘리뉴얼’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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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써니텐의 광고간판이 걸린 거리세트장에서는 영화 ‘써니’를 촬영했다. |
영상테마파크는 본격적인 리뉴얼(Renewal)사업으로 거점 관광지로의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영상테마파크는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 계획공모형 사업 선정에 따라 2024년까지 198억 원을 들여 리뉴얼 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은 영상테마파크 내 세트장의 대대적인 정비를 비롯해 멀티스튜디오 건립과 영상체험마을 조성, 부대시설 확충 등을 통해 영화·영상으로 특화된 관광명소를 육성하게 된다.
이 가운데 실내 스튜디오와 배우·제작진을 위한 소품·분장실 등을 갖추게 돼 장기 촬영작업도 가능해져 영화제작사의 영상테마파크의 이용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내 스튜디오의 경우 층고 15m에 948㎡ 규모로 최적의 실내 촬영 환경을 제공하게 된다. 배우와 제작진을 위한 부대시설도 2층 규모로 건립, 장기체류가 가능하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밖에 상해임시정부 리모델링사업을 통해 전시공간을 확보하고, 영화 ‘엄복동’ 세트장을 활용한 주막촌 조성, 경양식당 신축 등 다양한 편의시설로 관광객을 맞는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