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반납하러 집 앞 도서관에 다녀왔다. 최근 여러 이유로 책을 읽지 못했기에 들춰보지도 않은 책을 그대로 반납하고 심사숙고 끝에 몇 권을 골라 다시 빌려왔다. 어쩌면 빌린 책들 역시 그저 잠시 보관했다 돌려줄 확률이 높다. 그런데도 왜 나는 이런 짓을 꾸준히 반복하고 있는 걸까? 자문해 본 결과 나는 책을 고르는 일을 꽤나 진지하게 즐기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책과 영화를 고르는 것은 늘 어렵다. pixabay
과거에 읽었지만 새삼 다시 확인하고 싶거나, 꽤 감명 깊게 읽었던 기억은 나는데 놀랍게도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거나, 이 책을 아직도 안 읽었다면 왠지 누군가 손가락질할 것 같은 책.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았으나 꿋꿋이 읽지 않고 버티고 있는 책. 단지 제목이 끌리는 책 등등. 모조리 다 읽어치워 버렸으면 참 좋겠지만 그러기엔 생이 너무 짧다. 노력해서 열심히 읽는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못 읽을 책이 더 많고 그동안에도 별의별 새로운 책이 쏟아져 나온다.
가끔 책을 고르는 일이 수도승이 명상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매번 존재의 유한성과 덧없음을 깨닫고 결국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사람이 될 테니 가능한 한 웬만하면 겸손하자 다짐을 한다. 자주 까먹어서 탈이지만.
영화 또한 마찬가지다. 어릴 적 나의 꿈은 또래처럼 평범하게 대통령이나 과학자가 아니라 비디오 대여점 사장이었다. 가게 셔터를 내리고 밤새 좋아하는 영화를 보는 것이 꿈이었다. 그래도 넷플릭스 왓챠 등을 이용해 세계 각국에서 심혈을 기울여 경쟁하듯 만든 양질의 콘텐츠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밤새 볼 수 있으니 꿈의 절반은 이뤘다고 볼 수 있다.
‘넷플릭스 증후군’이란 말이 있더라. 콘텐츠 감상 대신 고르는 일에 더 시간과 열정을 들이는 현상이라 한다. 역시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적잖이 안심되는 말이었다. 항상 지겹게 듣고 생각하는 말이 ‘선택과 집중’이다. 어쩌다 보니 선택에 집중하게 되었지만, 사실 이 또한 새로운 취미라고 생각하면 딱히 나쁠 것도 없다. 어디서든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나의 취미는 책과 영화를 고르는 것입니다. 그 또한 반복하다 보면 어떤 경지에 이를 수도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집중할 수 있으리란 믿음을 가진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