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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드라이브 마이 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하루키 원작에 다국적 배우들의 앙상블… 촬영 순간순간 기적 만났다”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1-12-21 19:00:23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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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가 주목한 일본 젊은 거장
-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영화화
- 내일 국내 개봉으로 관심 집중

- “日 대표작가 세계관 투영되고
- 배우들 연기 빛을 발하는 작품
- 3시간 러닝타임 금방 지나갈 것”

- “BIFF서 봉준호 감독과의 대담
- 진심 담긴 대화 나눠 행복 느껴
- 부산서 촬영 무산 너무 아쉽다”

현재 세계 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일본 영화인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다. 자신만의 섬세하고 특별한 시각으로 인간의 내면을 바라보는 그의 영화 세계에 세계 영화계가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연출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올해 43세인 그는 첫 상업영화인 ‘아사코’(2018)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으며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올해 옴니버스 영화 ‘우연과 상상’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드라이브 마이 카’로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각기 다른 영화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2개의 상을 수상해 일본의 ‘젊은 거장’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하마구치 감독의 영화 세계를 고스란히 응축한 ‘드라이브 마이 카’(개봉 23일)가 드디어 국내 관객과 만난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지닌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죽은 아내에 대한 상처를 지닌 연출가 겸 배우 가후쿠가 히로시마에서 안톤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를 다국적 배우들과 연출하고, 그의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를 만나 삶을 회복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난 16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난 하마구치 감독은 좋은 일들로 가득했던 2021년을 돌아보며 “올해는 두 편의 영화를 동시에 진행해서 굉장히 힘들었다. 특히 ‘드라이브 마이 카’의 엔딩은 올해 촬영해서 더 힘들었는데, (두 편의 영화가) 수상과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아서 좋은 응원과 보답을 받은 것 같아 뜻깊었다. 무엇보다 같이 고생한 사람들에게 격려할 수 있는 한 해가 된 것 같아 좋다”고 자평했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졌던 봉준호 감독과의 특별한 만남에 대한 이야기로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했다.

■ 행복했던 봉준호 감독과의 만남

“봉 감독님과의 대담은 저한테 올해 있었던 가장 인상 깊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봉 감독님의 시선을 느끼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너무 행복했었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우연과 상상’, ‘드라이브 마이 카’가 초청돼 내한한 하마구치 감독은 봉준호 감독과 대담을 가졌다. 평소 봉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고 존경한다는 그는 마치 사랑하는 연인을 꿈속에서 만났던 것처럼 표현했다. 이어 “봉 감독님의 촬영 현장에서 제가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봉 감독님은 모더레이터처럼 성실하게 진심을 담아 저에게 질문을 해주셨고, 저 또한 진심을 담아 대답하느라 애를 먹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를 만드는 인간으로서 동지애를 느꼈다. 대담을 통해 인간적인 면을 접할 수 있었다”며 “나중에 젊은 영화인들을 만났을 때 그런 진심을 담은 태도로 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에 느꼈던 감정과 소감을 자세히 전했다. 100분이 넘도록 진행된 이 대담에서 봉 감독은 소위 ‘탈탈 털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하마구치 감독의 영화를 철저히 분석해 질문했으며, 두 감독은 진한 우정을 나눴다.

부산에 대해서는 “‘드라이브 마이 카’의 엔딩 장면은 부산에서 촬영하기 위해 헌팅까지 다 마쳤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인천에서 촬영했다”며 부산 촬영에 대한 아쉬움도 밝혔다. 스포일러 때문에 엔딩의 구체적인 장면 설명은 할 수 없지만 깊은 여운을 남겼기 때문에 부산 촬영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 무라카미 하루키와의 만남

죽은 아내에 대한 상처를 지닌 연출가 겸 배우 가후쿠가 히로시마에서 안톤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를 다국적 배우들과 연출하고, 그의 전속 드라이버 미사키를 만나 삶을 회복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트리플픽쳐스 제공
‘드라이브 마이 카’는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일본을 대표하는 젊은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만남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아사코’ 이후 차기작으로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다른 단편소설을 제안받은 하마구치 감독은 자신이 읽었던 ‘드라이브 마이 카’를 떠올렸다. 그는 “소설을 영화화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소설은 인간의 내면을 포착하고 끄집어내고 그리는 것이 수월한 장르라면 영화는 움직임이 중요한 장르이기 때문이다”고 소설과 영화의 장르적 특성을 설명했다. 그리고 “‘드라이브 마이 카’는 자동차가 계속 움직이고, 그것이 인물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영화화할 수 있었다”고 ‘드라이브 마이 카’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하마구치 감독은 2019년 2월에 플롯을 써서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에게 편지와 함께 보냈고, 허락을 받았다. 그는 “훌륭한 소설의 영화화를 허락해 준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드라이브 마이 카’는 단편소설이었기 때문에 장편영화로 각색하기엔 아무래도 소스가 모자란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드라이브 마이 카’가 수록된 단편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의 다른 단편소설인 ‘셰에라자드’와 ‘기노’를 가져와 ‘드라이브 마이 카’의 앞뒤를 채워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하마구치 감독은 “주인공 가후쿠의 중요한 대사 중 ‘나는 제대로 상처받았어야 했다’는 부분은 ‘기노’에 나오는 ‘나는 상처받아야 할 때 상처받지 않았다’를 빌려온 것이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바라봐야 타자와의 관계를 비로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고 다른 단편소설에서 가져온 대사의 예를 들었다. “원작을 많이 읽으면서 내 안에 들어왔다고 생각할 때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시나리오 작업은 어렵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었다”고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을 정도로 완벽했던 시나리오 작업 과정을 떠올렸다.

■ 소통을 중요시하는 연출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아내를 잃은 상처를 지닌 가후쿠는 히로시마에서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를 연출한다. 특이한 것은 오디션을 통해 다국적 배우들을 선발하는 것으로, 배우들이 모두 모여 대본 리딩을 하는 장면은 자주 등장한다. 이는 실제 하마구치 감독의 연출 방식과도 비슷하다. 그는 “대본 리딩의 효과는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각자 자기 캐릭터를 연구한 배우들은 밀접하게 소통하면서 연기를 주고받는다. 또한 대본 리딩을 반복하다 보면 배우들이 촬영장에 가기 전에 억지로 덧붙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기하면 된다는 저의 연출 스타일을 알게 된다”고 대본 리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영화 속 연극 ‘바냐 아저씨’에서 소냐 역을 맡은 한국 배우 박유림은 인상적인 수어 연기를 펼친다. 그녀는 이번 역할을 위해 수어를 배워 언어 장애인 연기를 선보였다. 하마구치 감독은 “원래 수어에 관심이 많았다. 예전에 청각장애인 관련 영화제에 참석했던 적이 있었는데 외국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끼리 굉장히 원활하게 의사소통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 자체가 굉장히 육체적이고 화자 자신의 사람됨이 드러나기 쉬운 표현으로 느껴졌다. 그 이후로 수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어디선가 영화에 접목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며 수어 연기 장면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한국, 일본, 대만 배우들이 출연하고, 한국, 일본 스태프가 참여해 완성한 ‘드라이브 마이 카’는 하마구치 감독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드라이브 마이 카’는 배우들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모든 배우들이 멋진 앙상블을 보여준다. 또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세계관도 반영한 작품이니 잘 봐주시길 바란다”고 예비 관객들에게 관람 포인트를 전했다. “캐스팅이나 촬영 당시 여러 기적적인 순간들을 만났다. 그 기적적인 순간들은 분명히 관객들에게도 전달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3시간이 금방 갈 것이고, 자꾸 보고 싶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꼭 봐줬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도 덧붙였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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