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이 ‘왕국’을 유지하는 방법
- 그 첫 번째는 권력 가문과 혼인
- 그렇게 만들어진 거대한 혼맥이
- 한국을 지배하는 현상 파헤쳐
한국의 재벌은 자기들끼리 또는 정치권, 언론계, 관계 인사와 혼맥을 형성하며 왕국을 건설했다. 그 네트워크는 얽히고설켜 복잡하다. 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소종섭 전 ‘시사저널’ 편집국장이 ‘한국 최고 부자들의 금맥과 혼맥’(북랩)을 냈다. 이 책은 한국 재벌과 신흥 부자가 어떻게 부를 확대하고 대물림하는지 잘 보여준다.
저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재벌인 삼성·현대·LG·GS·SK· 효성·DL그룹의 혼맥을 추적했다. 역대 대통령 가문과 언론계 혼맥도 다뤘다. 최근 부상한 IT 기업의 대부, 20대 대통령 후보인 이재명과 윤석열의 혼맥도 보여준다.
이러한 혼맥의 흔한 양상이 재계와 정계 가문의 정략결혼이다. 대표적인 예가 SK 최태원 회장과 고(故) 노태우 대통령의 딸 노소영 씨의 결혼이다. SK·한화가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과 사돈 관계를 맺은 것도 이런 흐름에서 비롯됐다. 이동보 전 코오롱TNS 회장이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딸인 김예리 씨와 결혼한 것도 이러한 예다.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자의 손자이자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아들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딸 이수연과 백년가약을 맺었다.
권위주의 시대가 끝나고 민주화 시대가 왔지만, 형태만 조금 달라졌을 뿐 그들만의 리그는 여전하다. 시대가 바뀌면서 재벌가 혼맥도는 재벌가끼리 또는 언론계·관계와 혼맥을 형성하는 것으로 변했다.
삼성그룹은 국내 굴지 기업·언론사와 혼인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차녀 이서현은 김재호 동아일보사 사장의 동생 김재열과 결혼했다. 이병철 회장의 3녀 이숙희 씨는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3남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결혼했다. 동방·동아·CJ·신세계· 한솔·현대중공업·현대산업개발과 중앙·조선일보도 연관돼 있다.
현대차그룹 또한 롯데·KCC·극동도시가스·현대백화점·남영비비안·LS전선·현대중공업·현대해상화재보험·현대산업개발·한라·성우·한국프랜지공업과 혼맥으로 복잡하게 엮여 있다. 정몽익 KCC 사장은 신격호 전 롯데그룹 회장의 외조카 최은정 씨와 결혼했다. 정주영 전 회장의 여동생 정희영 씨는 김영주 한국프랜지공업 전 회장과 혼인했다. 정세영 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장녀 정숙영은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아들 노경수 서울대 교수와 혼인했다.
최근에는 재벌가에서도 자유롭게 연애하는 경향이 강하다. 재벌 3· 4세들은 대부분 유학파이고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하다 보니 배우자를 스스로 선택한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평범한 집안 출신 임우재 씨와 결혼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부산 출신 김희재 씨와 연애결혼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역시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배우 고현정 씨를 드라마 같이 만나 결혼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부진 사장과 정용진 부회장의 예(이혼)는 재벌의 연애결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부산과 관련한 혼맥은 지역 시각에서 보면 흥미롭다. 김세연 전 국회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 집안과 관계가 있다. 김 전 의원은 한승수 전 국무총리와 아내 홍소자 여사의 사위다. 홍소자 씨는 육영수 여사의 큰언니 육인순의 차녀다.
김무성 국민의힘 전 대표는 현대그룹과 연관돼 있다. 김 전 대표의 형이 김창성 전 경총 회장인데 김 회장의 누나인 김문희 씨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어머니다. 정세영 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막내딸 정유경과 결혼한 김종엽은 김석성 전 전방 회장의 막내아들이다. 김석성-김창성 씨는 사촌지간이다. 박동훈 전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의 어머니 조도원 씨는 조중훈 대한항공 창업자의 여동생이다.
1966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저자는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일요신문사 동아일보사에서 기자로 일했다. 현재 TV 패널로 활약 중이다. 한양대 겸임교수, 동국대 객원교수로도 활동한다. 최근 개설한 유튜브 채널 ‘소종섭의 상식학교’ 구독자는 6만 명에 육박한다.
최현진 기자 nam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