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에 관한 얘기들이 지겨워질 무렵, ‘킹덤’ 이전에 ‘부산행’으로 K-좀비 시대를 연 연상호 감독의 6부작 ‘지옥’이 공개되고 24시간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인기 1위를 차지했다. 이젠 국뽕이 치사량에 가까이 차올라 웬만한 뉴스는 담담해질 때도 됐지만 여전히 놀랍다. 이해할 수 없는 신의 의도와 인간이 가야 할 길에 대해 정색하고 시종일관 진지하게 성토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이 무겁고 어두운 이야기가 단숨에 세계를 매료시키다니. ‘지옥’ 공개 직후 6시간 가까이 꼼짝 못 하고 푹 빠져 있다가 각종 반응을 살피니 분노에 가까운 실망과 배신감을 호소한 댓글이 넘쳐났다. 예상과는 달랐지만, 이해는 된다. 많은 이가 끝내 범인을 잡고 미지의 존재들의 정체를 만천하에 밝혀내는 사이다 결말을 기대했겠지만, 결국 ‘지옥’은 아무것도 못 밝히고 더 깊고 난해한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된다.
결국 신의 의도는? 천사와 저승사자의 정체는? 애초 알 수 없는 것들에 누군가 이름 붙인 그것들이 과연 신의 의도와 천사·저승사자가 맞긴 한 걸까? 시즌 2가 나오면 이 모든 게 밝혀질까? 인류는 알지 못하는 것에 공포를 느끼는 경향이 있다. 공포를 견디기 위해 혐오하거나, 공포보다 큰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거나, 숭배해버린다. 1992년 10월 28일 종말이 닥친다는 소문이 돈 적이 있다. 흔한 음모론이었지만, 점점 커지고 연일 뉴스에 보도되는 사회현상으로 번지자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일말의 가능성을 무시하지 못하고 학업을 게을리하기로 결심하고 과감히 실행했다.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1992년 10월 29일이 오고야 말았다.
생각해보니 사실상 종말과 상관없이 그 이전부터 여러 이유로 학업은 원래 게을리하긴 했다. 하지만 많은 이가 가산을 탕진했고 목숨을 버리기도 했다. ‘지옥’에 나오는 지옥과 다를 바 없는 현실세계가 그렇게 과장된 모습은 아니었다. 신의 의도라고 주장해온 많은 것이 결국 어떤 인간의 의도로 밝혀진 건 역사적으로 오래 반복된 일이고 지금도 어디선가 꾸준히 반복된다. 그 와중에 많은 이를 괴롭히고 죽여왔다는 어떤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욕 많이 먹으면 장수한다는 가설이 사실이라면, 100년은 더 살아야 했다. 실제로 지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