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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빼닮은 문장…이 계절 감성도 익어간다

가을에 딱 좋은 신간 에세이

  •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  |   입력 : 2021-10-28 19:48:25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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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정은 작가 일상 풀어낸 ‘일기’
- 동길산의 산골 생활 ‘우두커니’
- 리모 김현길의 제주사랑 ‘네가…’
- 검증된 필력과 공감 소재 가득

근거는 없지만, 가을엔 에세이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희고 나뭇잎은 붉고 바람은 시원하고. 모처럼 뭉게뭉게 피어나는 감성을 채우고 싶은데 소설은 ‘너무 픽션’이고 영화도 딱 맞는 게 없다 싶을 때, 검증된 작가들의 공감력 가득한 문장이 담긴 에세이 한 권 들고 의자에 몸을 파묻어보자. 이 가을에 읽기 좋은 신간 에세이 3권을 소개한다.
제주 구좌읍 월정리 행원연대봉에서 바라본 월정리와 행원리 풍경. 리모 김현길 작가의 그림. 상상출판 제공
■소설가 황정은이 풀어놓은 일상 ‘일기’(창비·1만4000원)=1976년생 황정은은 지금 한국에서 가장 무게감 있는 소설가다. 한 인간의 작은 역사를 한국사를 관통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통찰력(소설 ‘연년세세’)이나 마음을 압도하는 문장에 같은 문학인도 “역시 황정은”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의 소설을 읽으며 팬심을 키워온 독자라면 그가 이번에 펴낸 에세이 ‘일기’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소설이 아닌 황정은의 글은 어떤 느낌일까. 우울하거나 무거울까. 날 서 있거나 예민할까. 사람 사는 데 이런 날도 저런 날도 있으니 우울한 감상도 없지 않지만 대체로 담백하고 솔직하고 유머가 있고 무엇보다 따뜻해서 놀랍다. 꾸미지도 않은 몇 개의 문장이 가슴을 파고들어 큰 공감을 일으킨다. 코로나에 ‘칩거’하며 듣는 소문 생각 불안 그리고 희망은 재주가 없어 표현 못했던 내 마음 그대로다. 황정은의 일기를 읽고 나면 황정은의 소설이 다시 고파진다.

황정은(왼쪽) 소설가와 동길산 시인. ⓒ채널예스·국제신문DB
■시인 동길산의 시같은 산문집 ‘우두커니’(헥사곤·1만7000원)=2012년에 나온 책의 개정판이다. 10년 만에 개정판이 나왔다는 건 그의 글이 좋아서 찾아 읽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는 뜻이겠다. 모든 글과 사진에서는 자연의 향기가 난다. 30년을 경남 고성 산골에서 산 시인의 글에 산바람 냄새, 꽃향기가 묻어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만. 시골에 살며 견뎌내기도 하고 관조하기도 하는 자연 이야기, 그 속에서 건져내는 시작, 도시와 동떨어진 산골 생활의 고독과 여유를 시인 특유의 허세 없고 고운 문장으로 담담하게 풀어낸다. 힘들고 고된 얘기도 꽤 많은데 읽을수록 자꾸 산골 들어와서 살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왼쪽부터 황정은作, 동길산作, 리모 김현길作.
■리모 김현길의 그림으로 떠나는 제주 ‘네가 다시 제주였으면 좋겠어’(상상출판·1만6500원)=여행지의 풍경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여행작가 리모 김현길의 그림 에세이다. 제주도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책장을 넘기자마자 이 책에 빠져들 것이다. 흰 띠를 두른 주황 초록 파랑 지붕 너머 반짝이는 바다와 돌집으로 연결되는 구불구불한 올레길. 이런 풍경이 사진 아닌 따뜻한 그림으로 펼쳐진다. 잘 아는 풍경이라서 더 감동적이다. 여느 제주 여행책처럼 제주를 동서남북으로 구분해 작가가 추천하는 포인트를 짚는데, 사진이 자리잡을 공간에 예쁜 제주 그림이 있으니 소장욕구가 샘솟는다. 제주가 그려진 엽서 하나만 가져도 기분이 맑아지는데 그런 그림이 수백 개나 담긴 책이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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