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5세기 아이스킬로스·소포클레스·에우리피데스는 알아주는 비극작가였다. 3인은 서로 영향을 줬다. 그리스신화 속 신을 중심으로 한 종교관을 인간으로 끌어당겨 재해석한 사상을 공통으로 품었다. 현대 비극을 잉태시킨 세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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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
◇아이스킬로스(기원전 525~456)
90여 편 비극을 썼지만 7편만 전한다. 24세에 비극 경연에 나갔고, 40세에 처음 우승을 맛봤다. 아테네 근교 귀족 집안 출신으로 마라톤 전투와 살라미스 해전 참전을 명예로 삼았다. 신의 섭리를 증명하고 악행을 대대로 응징하는 가치관을 내세웠다. 등장 배우를 2명으로 늘리고, 합창대 역할을 줄여 대화를 중시해 ‘그리스 비극 창시자’로 불린다. 69세로 죽었는데, 거북을 낚아채 날던 독수리가 아이스킬로스 대머리를 바윗돌로 알고 거북을 떨구는 바람에 죽었다는 ‘웃픈’ 얘기가 전한다.
◇소포클레스(기원전 497~406)
아이스킬로스보다 28세 연하지만 결국 선배를 넘어섰다. 총 18회 경연 우승. 아테네 근교에서 무기 제조업자 아들로 태어났고, 배우 경력도 쌓았다. 인간 운명은 신이 아니라 인간이 결정한다는 세계관을 가졌다. 각기 다른 소재를 잇는 3부작을 선보여 아이스킬로스와 차별을 두었다. 배우 수(2명→3명)와 합창단(12명→13명)을 늘려 극중 긴장감을 높이고, 등장인물 성격을 달리 내보였다. 무대 배경 그림과 소도구를 개발해 ‘고대 그리스 비극 완성자’란 칭호를 얻었다. 91세까지 산, 보기 드문 장수 작가.
◇에우리피데스(기원전 485~406)
앞서 태어난 두 선배보다 덜 알려졌다. 신을 중심으로 한 도덕관에 매달렸고, 혼자 동굴에 살 정도로 무뚝뚝한 성격. 비호감이어서 그랬는지 비극 경연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하지만 현대 시각으로 볼 때 그는 시대를 앞서나간 감각을 지닌 작가. 창조적 비판 정신을 바탕으로 영웅보단 평인을 등장인물로 삼아 인간 내면을 충실하게 그렸다. 여성 심리 묘사에 뛰어났으며, 신에 대한 회의와 전쟁 참상 고발 같은 비전통 주제를 무대에 올렸다. 79세로 숨진 후 진보 작가로 재평가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