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봉권의 문화 동행 <24> ‘트랜스 유라시아’의 문화론

대륙 횡단 기점이자 종점 … ‘환대의 도시’ 부산을 브랜딩하자

  •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1-10-26 19:32:41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친환경차로 부산서 리스본까지
- 내년 5월부터 60일 2만㎞ 여정

- 비대면시대 의욕과 설렘 선사
- 세계인과 한류문화 나눌 기회
- 월드엑스포 유치 염원 알리고
- 남북 화해 기여할 길 열 수도

조선 시대에 살았던 우리 조상 대부분은 지평선을 평생 한 번도 못 보았다. 한반도는 언필칭 ‘산지가 70%’인 넓지 않은 땅이다. 고조선과 고구려 때 정도를 빼면,지평선의 상상력을 키울 기회는 우리에게 적었다.

1937년 한민족 약 17만 명에게 지평선은 비극이 돼 달려들었다. 일제강점기 한반도 북단 넘어 연해주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살던 한민족 약 17만 명을 소련 스탈린은 정치·군사상 이유로 한반도에서 7000㎞ 떨어진 카자흐스탄 우슈또베를 비롯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모두 죽음의 고통을 겪었고 많은 이가 희생됐다. 한 달에 걸친 고통스러운 이동 끝에 열차에서 내려 처음 본 지평선은 절망의 풍경이었다.

■ 고려인 후손들의 횡단 꿈

   
트랜스 유라시아 유재진(왼쪽) 공동조직위원장과 한미영 집행위원장이 ‘유라시아 원정대’에 관해 담소하면서 포즈를 취했다. 두 사람의 앞의 자동차는 유재진 위원장이 내년 5월 유라시아 원정대에 동참해 타고 갈 예정인 자동차와 동종 차량이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2007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한민족 해외동포를 취재 갔을 때 만난 고려인 빅또르 유가이(당시 45세) 씨를 잊을 수 없다. 그는 1993년 대모험을 단행했다. 고려인 청년 58명을 모아 자동차 18대에 나눠 타고 알마티에서 두만강까지 대륙을 횡단했다. 원래 북한 땅을 거쳐 서울까지 갈 계획이었으나 북한 당국이 막판에 입국을 거부해 눈물을 머금고 돌아섰다.

당시 그는 “(우리 고려인 후손이 중앙아시아에 살게 된 이유가) 한민족의 슬픈 운명 때문이었단 것을 알게 되면서 한반도를 그리워했다. 조상이 끌려온 길을 자동차로 되밟아 한국까지 가고 싶었다”고 한숨 쉬면서도 “2008년에 재도전에 나선다”고 담담하고 단단하게 말했다. 이 기사를 쓰기 위해 자료를 검색하다 영남일보 2018년 7월 26일 자에 박진관 기자가 쓴 빅또르 유가이 씨 인터뷰를 찾을 수 있었다. 그 기사에 따르면 유가이 씨는 재도전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2014년 8월 ‘후배’들에 의해 간절했던 그 꿈이 이뤄진다. 고려인 동포 30여 명으로 이뤄진 ‘고려인 이주 150주년 유라시아 자동차 대장정’ 일행이 2014년 7월 7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출발해 북한 땅을 통과하고 판문점을 거쳐 한국에 들어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들의 최종 목적지는 ‘부산’이었다. 8월 19일 고려인 대장정 일행과 한국의 환영단은 부산에 끝내 도착했다. 조민행 변호사가 2014년 8월 25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참가기에서 전한 김 에르네스 단장의 말이 재미있고 담대했다. “모스크바에서 이곳까지 온 길에 비하면(이들은 1만5000㎞를 달려왔다) 서울~부산 거리는 옆집에 빵 사러 가는 것이지요?”

■ 희망·우호·교류의 루트로

이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할 때 필연으로 만나게 되는 지평선은 꿈과 도전의 상징으로 변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2019년 10월부터 11월 말까지 조각가·행위예술가 성백 씨를 비롯한 이광혁 최형석 박현정 이정민 서수연 언덕 씨 등 부산의 청년예술가 7명은 부산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15년 된 버스를 타고 부산에서 출발해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독일 베를린까지 ‘아츠 버스(ARTs BUS) 월드 투어’를 하는 데 성공했다.

이 팀은 유라시아를 횡단하면서 닿는 곳마다 공연과 예술퍼포먼스를 펼치며 현지 예술가들과 교류했고, 국제신문은 7회에 걸쳐 성백 씨의 여행기를 연재했다. 여행기를 기획 연재하고, 늘어가는 대륙 횡단 사례를 되짚어보는 과정에서 우리는 ‘유라시아 대륙 횡단’에서 아주 큰 의미를 여러 가지 캐낼 수 있음을 깨달았다.

첫째, 유라시아 대륙 횡단은 ‘모두의 꿈을 담는 그릇’이다. 꿈꾸기조차 힘든 이 갇히고 닫힌 코로나 시대에 횡단의 꿈은 설렘을 준다. 참가인의 가슴이 ‘웅장’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초연결 시대의 각종 기기를 활용해 현장을 중계한다면 횡단에 동참하지 못한 사람도 기분 좋게 의욕이 샘솟고 꿈을 키울 수 있다. 둘째,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고 한국(한류)을 나눌 수도 있다. 그리고 셋째, 유라시아 대륙 횡단의 기점이자 종점으로 ‘부산’을 세계인에게 알리면서, 열린 환대의 도시로 부산을 변화시킬 수 있는 천금 같은 계기를 만들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북한이 길을 연다면 세계 이목이 쏠리는 평화 상징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부산 중구 광복동에 있는 ‘7번 국도 시점’과 ‘2번 국도 종점’ 표지.
■ 인문 관점에서 보다

여기서 ‘인문 관점에서 본 유라시아 횡단’ ‘대륙 횡단의 문화론’을 떠올릴 수 있다. 승용차, SUV, 버스, 모터사이클 등 다양한 탈것을 택해 대륙 횡단에 나서는 한국인을 어렵잖게 접하는 상황에서, ‘유라시아 대륙 횡단’은 오늘, 여기, 이 땅, 우리 그리고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고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나? 유라시아 횡단은 문화적 주제이자 인문적 질문으로 떠오른다. 이런 흐름에서 ‘유라시아 원정대’ (트랜스 유라시아·Trans-Eurasia)는 최근 부산에서 발신된 소식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끈다. 부산이 세계를 향해 던지는 새롭고 참신한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구 스타자동차㈜ 유재진 회장이 집무하는 사무실로 찾아가 ㈔트랜스유라시아의 유재진 공동조직위원장, 한미영 집행위원장, 나호주 고문(부산관광공사 상임이사)을 만났다. 유라시아 원정대는 2022년 5월 27일 친환경 모빌리티(자동차)를 몰고 부산을 출발해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해 포르투갈 리스본까지 60일 일정으로 약 2만㎞를 달려가는(지구 둘레가 약 4만㎞다) 크고 담대한 행사다.

브랜드 전문가이기도 한 한미영 집행위원장에게 설명을 부탁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 홍보 활동을 펴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이를 위해 부산을 ‘브랜딩’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한데 부산의 가장 큰 문제는 도시브랜딩 부재다. 유라시아 원정대 활동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의 시작점으로서 부산을 브랜딩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MZ 세대(젊은 층인 2030세대) 참여를 독려해 이들이 에너지와 상상력을 키우고 세계와 소통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내년 행사는 코로나 영향 등으로 제한된 규모로 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원정대 이끄는 유재진 회장

유재진 공동조직위원장은 한국 최대 벤츠 자동차 딜러 기업인 스타자동차㈜를 이끄는 부산의 중진 기업인이다. 그는 “‘트랜스 유라시아’ 프로젝트에는 큰 의미가 여럿 있다고 본다. 유라시아 대륙에서 부산이 출발점이자 종점인 점을 세계에 각인하면서 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염원을 알리고 남북 화해에 기여할 길을 열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부산 경제계의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는 역할도 맡았다”고 말했다. 유재진 회장은 내년 5월 출발할 유라시아 원정대의 선도 차량을 몰 예정이다.

취재를 마친 뒤 부산 중구 롯데백화점 광복점 앞으로 가보았다. 이곳에는 부산이라는 도시의 ‘운명’ 같은 특징을 보여주는 표지가 2개 서 있다. ‘2번 국도 종점 End’ 표지(옛시청솔향기쉼터)와 ‘7번 국도 시점 Begin’(롯데백화점 광복점 바로 앞)이다. 전남 신안군에서 달려온 377.9㎞ 길이의 2번 국도가 여기서 끝남과 동시에 함경북도 온성군 유덕면으로 이어지는 513.4㎞ 7번 국도가 시작되며, 7번 국도는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AH6)이다.

   
부산은 아시안 하이웨이의 출발점이다. 끝과 시작이 교차하는 기점이자 종점이며 유라시아를 횡단해 세계로 뻗고 세상을 받아들이는 환대의 도시, 부산 브랜드이다. 여기서 큰 도약이 시작할 수 있다. 국제신문은 2020년 11월 ‘유라시아의 관문, 부산의 가능성’ 포럼을 열었다.

선임기자 bgjoe@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2. 2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3. 3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4. 4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5. 5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6. 6[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7. 7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8. 8“죽여버리겠다” 음주운전 출소 나흘만에 신고자 협박한 60대
  9. 9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10. 10추석 연휴 마지막날 정체 시작…부산→서울 5시간
  1. 1李대통령, 미국·멕시코 순방 후 귀국…한미회담 등 성과 점검
  2. 2오세훈 “李대통령 실거주 이어 실경작 집착…국민 싸울 대상 아냐”
  3. 3장동혁 “국민 분노 폭발 직전…재산 약탈중지하라”
  4. 4울산 북구·구의회, 노동자 권익 보호 위해 맞손 잡았다
  5. 5“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6. 6[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7. 7군·유엔사 ‘DMZ 지뢰 추정 폭발’ 현장 조사 절차 시작
  8. 8조희대 대법원장 '재제청 거부' 여진…여야 공방 계속
  9. 9李대통령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조속 재개해야”
  10. 10국힘, DMZ 지뢰사고 공세 지속…“증거유실 기다리나”
  1. 1올해 초과세수 '최소 50조원'…내년 미래대응기금 200조원대
  2. 2[속보] 박홍근 “호남 반도체, 기업 팔 비틀기 아냐…성과 내야 해”
  3. 3“문제 없을까?”… 공정위 퇴직자들, 대형 로펌에 대거 취업
  4. 4"미래기금 사업 131건 중 95%는 부처 요구대로…감액 6건 불과"
  5. 5숙박업 세금체납 4년간 3.4배↑…주요 업종 중 최대폭 증가
  6. 6‘말로만 자율주행 기술 육성’… 관련 부처 예산 오히려 삭감돼
  7. 7미국의 몽니?… 공식 발표 계속 미뤄지는 ‘대미(對美) 투자 1호’
  8. 84분기 제조업 경기전망 86, 전분기 대비 6P 상승
  9. 91243회 로또 복권 1등 12명…당첨금 각 25억 9252만 원씩
  10. 10음주로 목숨 잃은 여성 10년새 증가…50대 유독 늘어
  1. 1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2. 2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3. 3충남 부여 남서쪽서 규모 2.6 지진 발생
  4. 4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5. 5“죽여버리겠다” 음주운전 출소 나흘만에 신고자 협박한 60대
  6. 6추석 연휴 마지막날 정체 시작…부산→서울 5시간
  7. 7‘서해피격 공무원 월북’ 수사 발표 해경총경, 직위해제 취소소송 승소
  8. 8중국 최고지도자 상호 중식당 테러…용의자 모두 중국인
  9. 9올해 7개월간 ‘사이버 도박’ 검거 10대 267명…작년 전체보다 많아
  10. 10소주 탄 분유 먹이고 딸 강제추행…자녀 3명 학대한 40대 징역 7년
  1. 1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2. 2남동헌,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금메달
  3. 3[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4. 4남자 사브르, 일본에 45-44 역전승…아시안게임 단체전 4연패
  5. 5한국 야구, 중국 꺾고 결승 진출…27일 일본과 금메달 결정전
  6. 6한국 남자핸드볼, 중국 꺾고 8년 만에 아시안게임 4강
  7. 7[속보] 여자농구, 일본 꺾고 12년 만에 금메달…남녀 동반 우승
  8. 8[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9. 9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10. 10류지현호, 일본에 0-5 영봉패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지볼트의 ‘일본’과 조선인들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붉은 요새, 그 절제 뒤 숨겨둔 보석같은 이슬람 건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이소윤-sky above,river below,and birds between
김민정-도시의 숲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디세이’ 6주 연속 1위 질주, 역대 외화 관객 수 7위 올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3일 (음 8월 13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2일 (음 8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추석 때 사람들 만나 술 마시며 시 읊은 조선 중기 권벌
1740년 영조가 성균관 문묘서 석전 거행 때 남태회가 지은 시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