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 찾아가는 극장 뜨거운 열기
- 러닝타임 2시간 우산 쓴 채 관람
- 70대 관객 “동네서 즐기니 행복”
- 화랑협회 ‘러빙 빈센트’ 상영무대
- 배우 이광기와 함께 아트토크도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부산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게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취지를 잘 담아낸 프로그램이 바로 ‘동네방네비프’와 ‘커뮤니티비프’다. 해운대와 남포동이 중심이었던 영화제를 부산 전역으로 펼쳐 14개 구·군에서 영화를 상영(동네방네비프)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관객이 축제의 주체가 되도록 판(커뮤니티비프)도 깔아준다. BIFF 기간 이틀에 걸쳐 두 프로그램이 열리는 현장을 둘러봤다. 다채로운 장소, 실험적인 기획이 돋보이는 작은 영화축제에 시민과 관객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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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오후 8시 부산시민공원 다솜마당에서 관객들이 우산을 쓴 채 부산국제영화제가 마련한 동네방네비프 영화 ‘허스토리’를 관람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동네공원서 만난 영화감독
지난 11일 오후 7시30분께 찾은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다솜마당. 동네방네비프 영화 ‘허스토리’(2018)를 보러 온 관객들이 일찌감치 잔디밭에 자리를 잡았다. 이른 저녁부터 내린 가을비 탓에 흥행이 저조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눈대중으로 세어 봐도 50여 명은 돼 보였다.
영화 ‘허스토리’를 연출한 민규동 감독도 북적이는 현장 분위기에 들뜬 기분을 감추지 않았다. 영화 상영 전 게스트로 무대에 오른 민 감독은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거 같다”며 “김희애(문정숙 사장 역) 선배님에게 여기 사진을 바로 보내드리겠다”고 관객들의 관심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부산에서 군 생활을 했던 기억을 꺼내며 친근감도 드러냈다. 민 감독은 “1993년부터 2년간 캠프 하야리아에서 카투사로 근무했었다”며 “군인으로 있던 곳이 멋진 공원으로 변해있고, 그 자리에서 영화를 상영하게 되다니 운명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상영작인 ‘허스토리’는 1990년대 후반 당시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위안부 소송 중 유일하게 ‘일부 승소’(최종심은 패소)를 이끌어낸 관부재판을 모티브로 한다. 민 감독은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며 벌였던 소송으로, 내가 군 시절에 있었던 일인데 당시에는 전혀 몰랐었다”며 “지방(부산)에서 벌어진 일이라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으나 역사적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승리였다는 점에서 영화로 다뤄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다솜마당에 설치한 대형 스크린으로 상영했다. 두 시간의 러닝타임 내내 비가 내려 불편했을 법도 한데 많은 관객이 자리를 지켰다. 현장에서 만난 김정자(여·76·부산진구 초읍동) 씨는 “영화를 좋아해 BIFF를 늘 기다려왔다”며 “BIFF 기간에는 해운대까지 가곤 했는데 집 근처인 시민공원에서 영화를 상영해줘 너무 좋다”고 즐거워했다.
■영화와 미술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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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부산 롯데시네마 대영에서 배우 겸 스튜디오 끼 대표 이광기 씨가 아트토크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부산화랑협회 제공 |
지난 8일 오전 10시30분 부산 롯데시네마 대영에서는 커뮤니티비프(리퀘스트 시네마:신청하는 영화관) 프로그램 중 하나인 ‘영화로 만나는 슬기로운 미술 생활’이 열렸다. BIFF 기간과 맞물린 지난 7~10일 ‘BAMA 부산 국제호텔 아트페어’를 개최한 부산화랑협회가 주도해 마련한 자리로, 영화 상영과 아트토크로 기획했다.
이날 협회 측이 BIFF 관객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로 고른 ‘러빙 빈센트(Loving Vincent)’는 그림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자화상’으로 유명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미스테리한 죽음을 소재로 한다. 아티스트 107명이 참여한 세계 최초 유화 애니메이션으로, 2017년 개봉 당시에 큰 화제가 됐었다. 꽤 오래된 영화인 데다 평일 오전인데도 극장에는 10여 명의 관객이 모였다. 서울에서 왔다는 관객 강모(여·23) 씨는 “새로운 시도를 바탕으로 제작된 ‘러빙 빈센트’를 좋아한다”며 “이미 한 번 본 작품이지만, 큰 스크린으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라 BIFF를 다시 찾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 상영 후에는 배우 겸 스튜디오 끼 대표로 있는 이광기 씨의 아트토크가 이어졌다. 이날 이 대표는 “영화 한 편이 감동을 주듯이 그림 작품, 전시를 통해서도 위안과 희망 등 다양한 감상을 느낄 수 있다”며 “초보 컬렉터라면 당장 작품을 구매하기보다 많은 그림을 볼 수 있는 아트페어를 찾아 취향을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민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