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신주 “교류는 강제성 없어야”
- 양국 영화·연극 협업 경험 나눠
- “서로의 언어·역사·배경 등 이해”
- 조선시대 해신제 재연 이벤트도
선린교류라는 조선통신사의 가치를 되새기며 한일 관계의 문화적 회복을 바라는 토크콘서트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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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문화재단이 지난 24일 동구 조선통신사 역사관에서 통신사가 일본으로 떠나기 전 임무 무사완수와 안전 항해를 기원하며 지내던 해신재를 재연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부산문화재단은 2021 한일 온오프라인 토크콘서트 ‘너에게 닿기를’을 지난 24일 오후 2시 동구 아스티호텔에서 열었다. 인문 예술 교류 3개의 세션으로 나눠 강신주 철학자와 일본의 문예평론가 가와무라 미나토가 ‘나와 너의 만남의 인문학적 조건’을 주제로, 정재은 영화감독과 동국대 일본학 연구소 나리카와 아야 연구원이 ‘바다 건너, 영화로 이어지다’라는 주제로, 주혜자 연극연출가와 극단 포틴플러스의 대표 나카시마 사토가 ‘왔다 갔다 함께 걷다’라는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한국의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발언을 하고일본내 참석자들은 줌으로 참여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조선통신사와 한일 교류’를 주제로 기조발언을 맡은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조선시대의 조선통신사는 문화와 평화를 교류했다면 지금 ‘신조선통신사’의 핵심가치는 한국과 일본 사이를 확장해 세계와의 문화교류까지 품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더욱 폭넓은 교류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세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내용은 강신주 철학자의 ‘지도는 영토가 아니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현재의 지도는 국가 권력이나 자본을 위해 만들어진다. 그러니 그 지도로 여행하는 이는 그곳이 가진 풍성함을 제대로 향유하지 못한다. 지도는 내가 그곳에 다시 한 번 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므로 나만의 지도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나라 간의 교류는 강제성이 없어야 한다. 상대가 나와 만나지 않을 권리까지 허락할 수 있는 것이 진짜 교류”라며 “타자와의 교류를 기적으로 생각하며 소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가와무라 문예평론가는 “대단히 공감한다. 강제적 교류는 없는 것이 낫다”며 “문화교류도 진정으로 내 자신이 좋아하는 것, 내가 흥미로워하는 것부터 열어 교류해야 한다”며 교류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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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4일 열린 한일 온·오프라인 토크콘서트 ‘너에게 닿기를’ 현장. 부산문화재단 제공 |
예술 세션에서는 한일합작 영화 ‘나비잠’을 만든 정재은 감독이 영화 한 편이 예술 교류로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들려줬다. 정 감독은 “영화 나비잠을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합작영화 제작 시스템의 복잡함을 인정하면서 타문화와 타인, 타국과의 소통에 인내심을 갖고 양국의 프로듀서들과 존경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두 나라 간 영화 문법에 대해 “한국영화 엔딩은 극한의 감정을 토해내는 방식이 많고 폭발적 표현을 선호한다면 일본은 주제를 설명해주는 방식에 더 가깝다”며 “정말 가까이 살지만 너무나 다른 점도 많다”고 했다. 나리카와 아야 연구원은 “이런 한일합작 프로젝트는 양국 모두에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2002년 한국에 유학왔을 때 영화 ‘러브레터’에 대해 사람들이 아주 많은 관심을 보이고 물어봤었다. 정작 일본에서는 그렇게까지 유행하지 않았던 영화라 신기했다. 당시 한국에서 일본 대중문화가 단계적으로 개방되던 시기라 이런 현상이 벌어졌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일본에서도 한국영화를 많이 접하게 됐고 자연스러운 교류가 왜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했다.
마지막 세션에선 주혜자 연출가가 후쿠오카의 나카시마 대표와 공연을 협업하며 교류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주 연출가는 “지역 연극연출가로서 늘 중앙에 비해 소외된다는 생각이 있어 교류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런데 또따또가에 있으면서 교류의 방향을 나라 밖으로 생각하게 되자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배를 타면 부산에서 후쿠오카까지 3시간 이면 간다. 서울보다도 가까워 한동안 매일 여권을 갖고 다니던 때도 있었다”고 했다. 나카시마 대표는 “주 연출가와 함께 작품을 하면서 언어나 역사, 배경 등을 서로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배우들도 한국어를 들으면서 서로에 대해 여러가지를 배웠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교류를 위한 강한 유대감을 만든다”며 지속적으로 이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했다.
부산문화재단은 토크 콘서트 후 오후 7시30분부터 동구 조선통신사 역사관에서 조선통신사가 일본으로 떠나기 전 안전한 항해를 위해 지내던 해신제를 재연하는 이벤트도 벌였다.
최영지 기자 jadore@kookje.co.kr